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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영 Oct 27. 2024

강진 2주살이 5일차

코스모스, 붉은머리오목눈이, 때까치, 모과나무

오늘까지 목포골목길문학축제가 하는 날인데

결정! 안 가기로.

1시간 반 걸려서 목포까지 다녀올 필요는 없겠다

강진에서 더 시간을 보내고

강진을 더 알아가기로 했다.

사실 독립서점 페어가 궁금했는데

내 성격상.. 가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올 것 같아서..

부스에 사람이 지키고 서 있는데

거기서 책을 들춰볼 자신이 없어서..

저번에 군산 북페어 가서 배웠기 때문에

안가는걸로.

모닝페이지 쓰고

긍정카드 필사하기


어제 긍정카드 필사 & 감사일기 리추얼 선언미팅에서

나의 단점을 느림, 게으름, 나른함이라고 얘기했는데

마침 '여유로움'카드가 나와서 위로가 됐다.

너의 그 특성은 여유로움이라고 얘기해주는 것처럼

나는 여유로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아침은 간단하게

순두부랑 과일채소주스로


뒷집에 사는 고양이도 발견했다.

매일 봐도 백구 두마리만 보였는데

처음 발견한 고양이

오늘은 낮산책을 떠나기로 했다.

부산 집에 살 때는 괜히 낮에 돌아다니다가

아파트 주민 만나면 쟤는 회사도 안다니나

낮에 왜 돌아다녀 그런 소리 들을까봐

낮에는 집에만 있었는데,

여기는 그런 눈치 안 봐도 되니까!

부산에서도 사실 눈치 안봐도 되지만

마주칠 때마다 말하는게 싫어서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뭐라 하든말든 무슨 상관이야

용돈 줄거 아니면 말 하지 말기

어쨌든 낮산책 스타트~

오늘은 홍교를 가보기로 했다.

워크숍을 같이 했던

마스두어님이 아침에 산책가시던 코스라고 하셔서

궁금해졌기 때문에 가봐야지.

병영면은 병영성이 있어서

병영성이라는 존재 자체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수원에 사는 사람이면 색다르지 않을지 몰라도

부산사람인 나에게는 아주 색달라.

볼 때마다 색달라.

왕고들빼기?

계란후라이 모양 꽃은 정말 여러 종류인 것 같다.

뭐든 다 예뻐

 

병영에도 가볼만한 곳이 많은데

아직 1 병영성, 2 하멜기념관, 6 비자나무, 7 한골목길

4개밖에 못가봤다.

하나씩 도장깨기 해야지.

홍교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황금 들판에 시선을 빼앗겼다.

여기도 애들이 좀 누웠지만..ㅠㅠ

억새까지 피어있으니까

진짜 가을같다.

황금들판이랑 억새는 가을의 완성

황금들판과 병영성 사이에 길이 나 있었다.

저기 멀리 코스모스도 보이네

여길 어떻게 안 가

홍교는 다음에..

코스모스랑 황금들판, 억새까지

온통 가을이다

이렇게 툭 튀어나온 건 치성

한번 배워놓으니까 좋네

하멜기념관 다녀오길 잘했다 ㅎㅎ

성벽을 따라 피어있는 코스모스도 예쁘고

오래된 것들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만들고

그 위에 이끼, 덩쿨들까지

세월의 흔적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들이

주는 힘이 있다.

한참 새소리가 많이 나고

한참 떼로 무리지어 날아갔는데

여기서 봤다.

분명히 봤어,

얼룩덜룩한 애를

사진에는 잘 안보이지만 내가 봤다.

이 비슷하게 생겼던 것 같은데?

찌르레기!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찌르레기였구나.

집에서도 한 번 본 적 있는데

금방 날아가서 그때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얼굴이 얼룩덜룩 하다는것만 봤었는데

얘가 찌르레기였구나!

얘도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것 같다.

대여섯마리씩 같이

물까치들도 보고

참새들도 봤는데

너무 멀어서 잘 안보였다.

무슨 새가 막 껙껙꼐게겍꼑꼑 거렸는데

아, 청딱따구리도 나무에서 날아와 전봇대에 붙은걸

잠시 봤다.

참 새가 많은 곳이라서 좋아.

새 보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


걷고 있는데

수풀에서 또 삐비비비비ㅣ빅삐빅삐비비비

떼로 뭐가 습격한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붉은머리오목눈이겠다! 하고

사진을 찍을려고 해도

애들이 너무 빨리 빨리 움직여서

가만히 넋을 놓고 보고 있었다.

또 못 찍겠구나 하고 있었는데

가만 보니 한마리가

가만히 앉아있는게 보였다.

오옷!!


진짜 너무 귀엽고 보송보송하고..

꼬리가 엄청 긴 새인데

꼬리는 잘 안보이지만

그냥 보송보송하고 부리가 쪼그만한게

너무 귀엽다..

사랑스러워

코스모스에 앉은 나비도 봤는데

나비 무슨 일이야 원래 이렇게 귀여웠나

얘는 무슨 요정처럼

더듬이 두개랑 

얼굴 생긴 것도 엄청 귀엽던데

동화책에 나오는 나비처럼 생겼더라

진짜 그림들이 다 지어내서 그리는게 아니었어

현실을, 직접 본걸 그리는거였어

이렇게 생긴 나비가 있다니

조금 걷다보면 빠지는 길이 있을 줄 알았는데

꼼짝없이 성곽을 삥 둘러야 하는 길이었다.

돌아가기보단 그냥 한바퀴 돌기로 하고

쭉 걸었는데 끝나갈 때 쯤에 익숙한 나무가 보였다.


모과나무..?

모과나무라니!

모과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다니!

모과나무의 선홍빛? 꽃을 좋아하는데

저렇게 어이없게 큰 얼매가 얇은 가지에

어이없게 붙어 있는 것도 좋다.

모과나무가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건

처음 본 것 같은데

모과나무 거리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일부러 모과나무를 골라서 심다니!

진짜 배우신 분들..

꽃이 피는 봄에 여기 다시 와보고 싶다.

큰 모과나무가 있는 카페나 장소를

지도에 저장해놨었는데

여기도 저장해놔야지

또 새소리가 들려서 위를 봤더니

새가 한마리 앉아 있었다.

갈색새, 얘도 며칠 전에 한 번 봤었는데

그떄도 사진을 못 찍었지

근데 오늘은 오래 앉아있어주네

얘는 때까치

까치, 물까치, 때까치 까지 까치 종류가 많네 하고 있었는데

까치랑 때까치는 종류가 달랐다.

물까치랑 까치는 까마귀과고

때까치는 때까치과

얘는 참새목인데

설치류, 새, 양서류, 파충류, 곤충 등

동물성 먹이를 먹다니

참새랑 어울리지 않는구만..

생긴건 귀엽게 생겨가지고

여기는 버스정류장도 아닌 것 같은데

모과나무거리라고 벤치를 만들어놓은게

너무 귀엽..

은행나무들도 점점 노랑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셀프 유배 중이니

글쓰기에 전념해보려고

화요일의 글쓰기 모임 이번주 주제를 확인했다.

'나의 장례식'

쓰다가 아주 펑펑 울어버렸다.

아직 내가 죽은 것도 아닌데

죽고 나면 사라져버릴텐데

뭐가 그렇게 슬픈지

나는 '죽음'이라는 것에 눈물 버튼이 있나보다.

'헤어짐'에 항상 눈물을 흘리는데

'죽음'은 절대 만나지 못하는 헤어짐이라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한참 울어서 밥맛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또 밥은 먹어야지 ㅎㅎ

저녁은 도토리묵무침이랑

양배추산걸로 양배추전을 만들어봤다.

계란이랑 양배추랑 마늘을 다져 넣어서

특별하게 맛있는건 아니었지만

이런 시도 좋았어 

배가 불러서 밤 산책을 나가야겠는데

오늘은 어디로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논이 있는 쪽으로 돌아와봐야겠다 싶어서

그렇게 코스를 짰다.

고양이 한마리 발견

병영5일장은

생각보다 되게 잘 꾸며져있어서

시골 시장같지 않은 느낌..

너무 화려한 느낌이 들었다.

돼지빵..?

시장 안쪽에 목욕장이 있었다.

금강목욕장, 목욕탕이 아니라 목욕장이라니

뭐가 다른건가..?

나라에서 운영하는건가..?

한참 어두운 길을 골목을 걷다가

정자랑 운동기구가 나와서

앞뒤로 발을 왔다갔다 하는 기구를

생각없이 막 휘젓고 있었는데

오른쪽을 봤더니 얘가 있었다. 

뭐야 ㅋㅋㅋ 왜 그렇게 불편하게 앉아있는거야

그래도 밤에 적적했는데

운동할 때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운전해서 들어올 때 맨날 만나는

돼지들

이분들은 병영의 상인분들인가보다.

예전부터 병영에는 장사꾼, 상인분들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부터는 인도가 없어서 조심히 걷고 있었는데

바닥에 이건 뭐지

왜 왼쪽 사람은 목이 긴거야

어른이야 목이 긴 어린이야

고양이 한 마리 더 발견

얘는 내가 멀리서 걸어오는데

나를 보더니 

이렇게 앉아서 기다려주길래

천천히 다가갔는데

가까이 오진 않고

자리를 뜨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쫌 걷더니 또 이렇게 앉았다.

일단 앉는데

절대 나를 쳐다보진 않아

진짜 어이가 없어서

뭐 이런 밀당천재 고양이가 다있담

가까이 있을 땐 쳐다도 안보더니

내가 멀어지니까 그때서야 봐줬다.

저렇게 꼬리를 말고 발을 모아 앉는건

팔짱끼는거라던데

팔짱 껴서 뭐 어쩔건데

어 그렇게 귀여워서 어쩔거냐고

여기 또 가면 얘 또 만날 수 있으려나..

휴 정말 고양이들은 알 수가 없어


또 다른 개구리도 만났다.

어나더랜드에서는

매일 따로 프로젝트가 있지 않아서

내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1일 1새그림 그리기

대망의 첫 새는

오늘 만났던 그 때까치


항상 실물보다 못나게 그려져서 미안해..

사람도 다 다르게 생겼듯이

때까치도 종류만 같지 다 다르게 생겼을 텐데

내가 오늘 진짜 만났던 그 때까치를

그리지 못해서 아쉽다.

좋은 카메라를 사서 새 사진을 찍게 되면

그때는 그날 만난 새를 그릴 수 있겠지!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나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서 만나는

뜻밖의 만남들이 항상 좋았다.

역시 인생은 내 계획보다 좋은 것들을

나에게 가져다 준다.

내일은 또 어떤 것들을

내 앞에 데려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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