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면서 사람을 평가할 때, 무슨 일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를 평가한다. 그러나 인생을 어느 정도 살면서 느끼는 것은, 그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있는가' 가 의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도 그가 사는 방식이 옳지 못하면 그의 사회적 지위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대통령이 후보자시절에 열차를 타고 가면서 구둣발을 맞은편 의자에 올려놓고 갔다는 말을 듣고는, 지금까지도 그런 그의 행동이 용납이 되질 않는다.
여태껏 살면서 그런 사람을 단 한 번도 본일이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싯적에 나하고 가까이 지내던 후배를 만났다.
그는 지금 시골에서 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무척 궁핍하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 후 나이 드신 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데 돈벌이가 없다 보니 남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살고 있다. 그는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학교를 짓고, 지금도 그 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보내고 있다.
작은 농지를 빌려서 한 해 농사를 지으면 작은 수익이 있다고 하는데, 그 돈으로 에티오피아의 아린이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 후배를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나는 넉넉한 편은 아니나, 그의 비하면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남을 도우면서 산다는 생각을 가져 본일은커녕, '내 지갑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지, 오늘은 뭘 먹지?' 오직 이런 생각만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사람을 평가할 때,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느냐보다는 그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