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시간 끝에서 온 빛 Oct 7. 2023
나는 군대가 너무 무섭다. 군대 나온 놈들만 만나봤지 남친의 군대생활을 기다린적도 없다.그런데 나는 군대가 무섭다.
내가 어릴때부터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전쟁통속인데 포탄과 총들이 쏟아지고 흙바닥에 묻혀가면서 죽어가는 꿈이라거나 가족들과 생이별하며 가족들을 그리워하고있는 꿈이라거나 적군의 군대기지에 침입하다가 잡혀서 동료에게 배신당하며 나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적군 기지에서 인질로 잡히다가 비참하게 총으로 사살당하는 꿈과 산에서 타잔처럼 뛰는데 뒤에서 표범이 사납게 따라오다가 나는 결국 절벽에서 떨어지고마는 꿈이다.
다 죽어야 끝난다.
어릴때부터 너무 죽는 꿈을 반복적으로 많이 꾸다보니 이런 꿈을 꾸고나면 피곤하고 힘들고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어른이 되면 될수록 저런 꿈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지는 기분이 들긴하다. 초등학생이라 순수한 나는 꿈에서 살아남고싶어서 지각몽을 어릴 때 시도한적이 있다. 이를 루시드드림이라고 하는데 훈련으로 지각몽을 꿨던 것은 아니고 꿈일뿐인데 그곳에 지는 내가 싫어서 꿈이란걸 깨닫고 적군기지에서 날뛰다가 나온적이 있다. 처음에는 꿈인 것을 몰랐다가 서서히 아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요즘에는 자각몽을 꾼적이 없을정도로 고등학생 이후로는 꿔본적이 없다. 어릴때 악몽들을 자각몽으로 많이 대처했다. 꿈을 안꾸는게 베스트인데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꿈 안꾸는 친구들이 정서적으로도 훌륭해보였다. 잠에 대한 컴플렉스가 내 안에 있었다.
이것말고도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몇개 더 있다.
나는 날카로운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남들보다 심하고 큰 소리나 낙엽이 내 위에 떨어져도 화들짝 잘 놀라고는 한다.
전쟁영화를 보면 모두가 그렇겠지만 심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답답함과 긴장감과 공포가 느껴진다.
초등학생 때 장난감용으로 파는 비비탄 총도 너무 무서웠다.
설마 그 꿈들이 내 전생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어릴때 잠시 했었다. 전생이라는 것도 일종의 과거일뿐이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나는 베그라는 게임과 총쏘는 게임들이 스릴이 넘치기는 커녕 너무너무너무너무 무섭다. 참으로 우연한 일이다.
무빙을 요새 너무 재밌게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생각이 났는데 왠지 어릴 때는 의무적으로 내가 성별이 여자여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일인 군인을 해야한다고도 생각을 했다. 무섭지만서도 그래야만한다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무서우니까 더 해야한다는 요상한 그 느낌. 그게 혹시나 내가 모르는 어떤 기억속에서 군대가 익숙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능력이 다 다른데 난 이번 생은 논리는 부여받지 못했나보다. 대신 내가 이번생에 부여받은 능력은 본질파악능력이다. 친구들도 인정할만큼 본질을 잘 파악하고는 한다. 난 참 내가 생각해도 나 자신이 호불호가 잘갈리는 성격처럼 느껴진다. 누군가는 내가 사람을 심도있게 봐주어서 나라는 인간의 매니아가 될정도로 좋아하는 그룹이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꿰뚫는 기분이 들어서 불쾌해서 멀리멀리 달아난다.
일단 난 어릴때부터 비비탄 총만봐도 싫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남자 아이들 중에 여자아이들에게 총을 쏘며 장난치는 친구에게 가져야할 적절한 분노보다 더 심한 아주 과한 분노를 느끼고는 했다. 그 순간에 나 자신을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다. 요상하게 난 친구들이나 내가 소중한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라질까봐 죽을까봐 많이 걱정하고는 했었다.
과하게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이 나 자신을 너무 요상하게 느낀 것이다. 내가 가진 고민은 엄청 큰 것인데 또래 친구들이 가진 고민은 내가 가진 고민에 비해서 작아보였다. 그들의 고민이 절대로 가볍다거나 나보다 못났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친구들끼리의 대화의 메리트가 내게는 거의 의미가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고민거리로는 내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없는 사이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