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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Jun 29. 2023

4호선 출근길에 시위를 하면

그렇게라도 해야 들어주고 주목하니까

왜 그렇게 힘겹게 애써 외치시는지


어떤 마음인지 조금은 알 것 같고, 그래서 원래 지나가야할 시간보다 조금 늦어지는 열차 지연에 대해 천재지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는 이유는 당사자가 되어보거나, 이 분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죠. 소외 계층이라는 말에서 '계층'이라는 단어는 구분을 위한 의미라 조금 안 맞는 것 같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면 존재감을 만들기 어렵기에 응원합니다.


시간 지연에 대해 여러 불편이나 피해를 입어서 손실을 입는 분들도 계셔서 단톡방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이야기죠.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요.


어떤 일들이 늘 열심히 일어나고, 각자 맡은 임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며 나름대로 오늘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갑니다. 조금이라도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려면 여유도 필요하고, 왜 그렇지 호기심도 가지고, 듣고 나면 그럴수도 있겠다 공감하려는 마음도 있어야 합니다.


제 글을 종종 아이에게 보여주는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 잘 이해되게 쓰는지, 몇 점이냐고 점수를 주라고 했더니 "빵점"이라고 대답했어요. 엄마가 쓴 글이니까 잘 썼을거라 평가를 일단 그렇게 한다는데, 왜 만점을 안 주고 0점부터 시작할까요? 아이가 이런 식의 농담을 하는 편은 아니라 놀리는 건 아닌게 확실한데, 나름 논리는 있고 뭐라고 설명하는데 뭔가 이해가 잘 안가네요. 빵도 빵집도 좋은데 빵점은 왠지 좀 꺼려지네요. 받아본 적이 없는 점수라 영 낯설어요.


글을 빠르게 쓰고 나서, 곁에 있으니 폰을 건네주며 언제든지 보여줄 수 있고, 어떤지 물어보면 0점이라고 할 지언정 잘 쓴 것 같다며 성실하게 잘 읽어주는 제 고마운 1호 독자이자 지금 시절을 왜 바쁜지 모르게 계속 치열하게 보내는 10대 아이입니다.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있듯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가족이고 소중한 존재일테니 어떤 행동을 한다고 해서 덮어놓고 비난하기 보다는 같이 살아가는 곳이니 '잘 모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마음을 한번쯤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늘고 가는 빗줄기 사이 부는 바람처럼 바쁘게 지내며 중요한 것들을 놓치기도 하는 우리 안에도 약간의 생각할 틈과 여유라도 생길 수도 있고요.


남에게 조금은 차갑고, 타인에 대해 각박해진지는 아마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을 거예요. 원래는 다들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겁니다. 성선설을 믿지는 않지만, 애써 조금 더 좋은 마음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할 필요는 있어요. 아이와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모두를 위해서요.

시위하시는 분들 안전을 위해 출동한 분들 출근길을 서두르는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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