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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Aug 07. 2023

굳이 안 알려줘도 괜찮을 때

참 열심히 일하시는 건 잘 알겠어요

그런데 전,

받고 싶지 않습니다.



제수 음식 서비스도 유골함 리스도 필요없어요.


기독교여서 제사는 지내지 않고, 엄마 생전 의사에 따라 화장하지 않고 장지에 모셔서 유골함 리스는 필요하지 않아요.


모두가 그렇게 한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보내면 좋아할 확률이 높겠지하고 썼겠지만, 아쉽게도 이 알림은 반갑지 않아요.


리마인드 개념으로 보내셨다해도 제가 정신줄을 놓고 살지 않는 한 기일을 잊을리도 없으니까요.


수신차단하겠습니다. 

알림 수신 의사가 없어요.


이렇게 우리는

우연한 사건으로 만나

1년을 거쳐 짧은 이별로 마무리 했습니다.




오늘 아침 비아이컴퍼니 추모 카톡 알림톡을 받고 썼습니다.


여전히 내 생각과 추억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며 돌아가신 육체는 잠들어 있더라도 내 곁에 영혼으로 살고 있는 엄마의 존재감에 대해, 그리고 나를 '좋은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의 존재에 대해 생각이 참 많습니다.



제 아이 탄생 소식을 전했을 때 재미있는 가르침을 주시는 스승님께 '엄마로 승진했네!'라고 색다른 말로 축하받았는데, 이런 직급이었다니 그 때는 사실 잘 몰랐고 모르는게 당연하겠죠.


한 사람 인생에 이토록 햇살을 두고 두고 비춰줄 수 있는 존재가 만약 누군가의 엄마라면, 시간이 지나 그 무섭다는 갱년기가 저에게 찾아 올지라도 심리학 공부와 명상과 정신수양으로 갈지 자로 휘청거릴 지언정 제자리를 찾아 정방향으로 곧게 걷길, 더 애쓰고 힘써 좋은 엄마가 되어야죠.


내 엄마는 다정했고, 저도 꽤나 다정한 편입니다. 아이를 볼 때마다 신기해하고 좋아해야 가능한 다정함이죠.


모성애 그런 건 그냥 붙이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곁에 지내는 사람이라는 존재끼리 서로 아끼고 위해주고, 비교적 솔직하게 말해도 마음이 불편하지 않고 괜찮고, 나쁘게 할지도 모른다는 배신에 대한 걱정조차 없이 각별해지는 것과 같아요.


엄마가 되는 건 참 놀라운 일이예요. 누구도 아닌 바로 '이 아이'라서 사랑이 샘솟는 거라고 봐요. 저도 꽤나 사랑을 많이 받아서 어떤 느낌인지 아주 잘 알아요.


엄마는 모든 자식들을 저처럼 사랑하지는 않았어요. 나에게  힘든 말을 하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서운한 법이니까요. 저는 엄마가 힘들 것 같은 말을 살면서 거의 안했으니까 끝까지 좋은 관계였어요. 아예 안했으면 좋았을텐테 저도 사람이라서 몇 번 질렀어요.


그런 순간들도 다 엄마가 그 때 그 때 현명하게 풀어 주셨습니다. 늘 현명하고 바르게 대처하지는 못하지만, 관계가 깨질 정도까지 가지는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


좋은 엄마, 좋은 사람으로 살 수 있게 많은 면에서 모범이 되고, 여전히 내 안에서 힘을 주는 고마운 엄마를 오늘도 기억합니다.


남들 보기 좋은 엄마가 될 생각은 없고, 그저 내 아이가 인정해주면 그 걸로 된거죠. 그 어떤 사람의 인정보다 가치있고 무척 보람있는 일입니다. 후회하지 않게 살려고 매일 노력하는데, 그 치열한 삶의 순간 중 아이에 관한 생각이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합니다. 그럴 이유가 저에게는 충분합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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