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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Mar 13. 2024

글을 꾸준히 올리는 습관은 일렁이는 파도처럼

누군가에게 가 닿고

아주 멀리 뻗어가기도 하고 짧게 그치고 말기도 한다.


꾸준히 글을 묵묵히 써내려가다가 브런치 대상이라는 의외의 기쁜 소식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뜻밖에 스레드에서 만났다.


왜 때문인지 홈그라운드인 이 공간 밖에서 브런치스토리 작가님들 이야기를 만나면 좀 더 힙하고 핫하고 대우받는 느낌이 드는지 영 알 수 없는 노릇인데, 그 곳에서 솔직하고 간결하게 댓글과 다음 글에 이어 들려주신 이야기는 놀라우면서도 당연해 보였다.


그 분의 소감은 나는 그저 꾸준히 공부를 했고 글 발행을 쉬지 않아서 좋은 성적을 냈을 뿐인데라는 정도로 멋 없게 요약할 수 있고(요약은 감동을 쏙 빼버리는 묘미가 있다.), 누구나 시도는 할 수 있지만, 그 누구에게나 당연한 듯 돌아가는 결과이거나 과실은 아닌 것에 대해 '내가 받을지 상상도 못했어! 놀랍지 않아?'라는 덤덤하면서도 내심 상당히 부러운 이야기였다.


무슨 용기로 발행을 눌러버린 건지 알 수 없는 내 하찮은 글들이 가끔 여러 개 몰아서 이어보는 분들의 흔적이 조회수라는 숫자로 통계에 잡히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 좋은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할텐데 현실은 그냥 한탄, 고난, 고민과 고통 속인데 매일 나 힘들어요 엉엉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막막한 날이 더 많았다.


숙제 검사받는 아이도 아니고 그렇게 힘들고 괴로우면 안하면 되는 걸, 왜 굳이 '내 이야기를 그렇게 꺼내려고 하느냐'라고 하면 나 자신에게는 매우 유익한 행동이자 '이기심'에서 비롯된 '애쓴 나를 스스로 안아주고 다독이는 루틴'이기 때문이다.

 

남이 고생한 나를 절로 알아주길 바라는 건 애초에 '세상이 그렇게 한가할리 없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불가능함은 알았고, 그저 '나처럼 어딘가에서 조용히 부단히 사는 비슷한 동족을 만나고 같이 짧은 몇 마디로라도 위로하고 힘을 나누면 좋고말고' 라는 정도의 바람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의외로 어떤 사람을 만나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들어가세요.' 외의 이야기를 꺼내서 함께 나눌 기회가 적다.


그런 매우 드문 기회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내 안에 소중하게 기억되는'고마움' 영역에 들어간다. 그 영역 안에 채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왠지 마음이 따스해진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 중 하나가 나를 먼저 꺼내는 것이고, 꺼내도 될 말인가 아닌가 고민하는 범위가 내가 느끼는 친근감과 독자와 맺는 관계 친밀도에 따라 달라진다.


왜 여기에 이런 말까지 썼나? 고민될 때가 가끔 있는데, 일단 지금은 그래도 마음이 불편할 정도는 아니니까 공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브런치스토리는 조금은 긴 글이 중심인 곳, 다른 SNS채널은 사진이나 영상, 짧은 글이 우선인 곳이라는 차이만 있어서 산책하듯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어느 날엔 스레드에서 위로를 주고 받고, 다른 날에는 브런치에서 하고 있다. 짧게 조심스럽게 반말을 하든, 예의를 갖추고 긴 말을 정성스레 꺼내든지 각 채널마다 맺는 사람들의 결이 다른 다채롭고 다양한 매력이 있으니 SNS채널들이 부디 서비스 종료하지 말고 갑자기 서버 이상이 생기지 않고 오래 이어가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도 현실은 그저 일 일 일만 하느라 바쁘고 정신 없었지만 짧게 나마 위로를 건네고, 돌아오는 다정한 반응들이 고마웠다.


고작 온라인이고 디지털이지만, 오래 잊고 지낸 사람 간의 온기가 이 공간에 상대방 덕분에 충만하게 머물러 있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원거리의 낯모르는 이름도 모르고 다시 스칠지도 알 수 없는 어떤 사람들이 들려준 짧은 일상들을 마주하며 공감과 동질감, 동지애를 느꼈다.


혼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고,  혼자 내심 반가워하며 그래도 내가  '양 극단 어디에 있을 돌아이는 아니지' 하고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어느 멀쩡한 날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면 이 글도 숨기고 싶어지겠지만, 일단 발행을 누르고 도망가 본다.


발행하고 도망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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