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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Dec 23. 2022

포기와 멈출 때를 알아가는 시간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자아를 잘 만들어 가는 것


자기 결정권이 없는 옴짝달싹 못할 상황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퇴사 사례를 보면 누적 된 무기력감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무엇을 가만히 보고, 나만의 판단을 거쳐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과정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언제 어디서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질문도 아끼지 말고, 충분히 해서 최대한 생각할 단서를 많이 모아야 한다.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화도 안 하고 알아서 해 오라는 사람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 안 알려줘도 얼마나 잘 맞추나 독심술가인지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답을 몰라서 일단 하라는 건 알겠지만 이런 상황이 인생 최대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면서

나를 완성하는 중이다.

존 듀이, 요한 볼프강 본 괴테의 말이 괜히 명언이 아니다.


음악, 시, 그림, 좋은 말로 하루를 채우고 그런 선택을 스스로 매일 끊임없이 하며 상쾌한 자아를 완성해 보자.




이제 여든이 되셔서 이 번이 마지막 농사라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친한 친구의 시아버지가 제주 귀농하셨다고 매년 맛있는 귤 선물을 받았다.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기르셨을까.

이제는 힘에 부쳐서 더는 못한다 하고 포기하기로 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다.

황금향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


아버님이 12개 상자에 다른 주소를 붙여 주셔야 하는데, 한 친구 집으로 모두 보내셨지.  친구집에 급히 가지러 가서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다시 부치고 난리도 아니었어.

이 추운 겨울에 황금향 한 상자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참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알맹이 한 알 한 알이 허투루 넘겨지지 않는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하나 하나 아껴 먹고 있다.


올해 마지막 김장이라고 칠순이 되신 시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김치도 아껴 먹고 있다. 내 집에 잠시 오셔서 김치 사 먹는 모습에 너무 놀라셨는지, 사 먹는 김치 비싸다 하시며 김장해 줘야지 하신 모양이다.


사 먹는 게 마음도 편해서 그렇게 말려도 꼭 하시겠다고 했는데, 막상 길고 힘든 김장을 홀로 하시고는 "힘들어 죽겠다" 하고 더 이상 못한다고 선언하셨다.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고, 먹을 사람도 많지 않으니 김장을 안 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기에, 힘든 일을 안하겠다고 결심 하셔서 이제 한결 안심된다.


나도 몸이 힘들어서 아플 때는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일도 나도 없다.


일이 너무 좋아도 내 몸이 부러지기 전에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여러 사람의 프로젝트고, 내 몸은 나 혼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니 열심히 해 보자. 그리고 오늘은 일단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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