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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와 멈출 때를 알아가는 시간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구나

by 스토리캐처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은 자아를 잘 만들어 가는 것


자기 결정권이 없는 옴짝달싹 못할 상황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을 것이다. 많은 분들의 퇴사 사례를 보면 누적 된 무기력감도 한몫하는 것 같다.


무엇을 가만히 보고, 나만의 판단을 거쳐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하고 행동으로 실행하는 과정에 대해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는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언제 어디서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질문도 아끼지 말고, 충분히 해서 최대한 생각할 단서를 많이 모아야 한다.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다.


대화도 안 하고 알아서 해 오라는 사람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 안 알려줘도 얼마나 잘 맞추나 독심술가인지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답을 몰라서 일단 하라는 건 알겠지만 이런 상황이 인생 최대의 낭비라고 생각한다.



사는 동안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하면서

나를 완성하는 중이다.

존 듀이, 요한 볼프강 본 괴테의 말이 괜히 명언이 아니다.


음악, 시, 그림, 좋은 말로 하루를 채우고 그런 선택을 스스로 매일 끊임없이 하며 상쾌한 자아를 완성해 보자.




이제 여든이 되셔서 이 번이 마지막 농사라고 했다.


몇 년 전부터 친한 친구의 시아버지가 제주 귀농하셨다고 매년 맛있는 귤 선물을 받았다. 아끼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얼마나 지극 정성으로 기르셨을까.

이제는 힘에 부쳐서 더는 못한다 하고 포기하기로 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이다.

이 황금향에는 슬픈 사연이 있어.


아버님이 12개 상자에 다른 주소를 붙여 주셔야 하는데, 한 친구 집으로 모두 보내셨지. 친구집에 급히 가지러 가서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다시 부치고 난리도 아니었어.

이 추운 겨울에 황금향 한 상자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참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알맹이 한 알 한 알이 허투루 넘겨지지 않는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하나 하나 아껴 먹고 있다.


올해 마지막 김장이라고 칠순이 되신 시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김치도 아껴 먹고 있다. 내 집에 잠시 오셔서 김치 사 먹는 모습에 너무 놀라셨는지, 사 먹는 김치 비싸다 하시며 김장해 줘야지 하신 모양이다.


사 먹는 게 마음도 편해서 그렇게 말려도 꼭 하시겠다고 했는데, 막상 길고 힘든 김장을 홀로 하시고는 "힘들어 죽겠다" 하고 더 이상 못한다고 선언하셨다.


김치를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고, 먹을 사람도 많지 않으니 김장을 안 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기에, 그 힘든 일을 안하겠다고 결심 하셔서 이제 한결 안심된다.


나도 몸이 힘들어서 아플 때는 지금 하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건강을 잃으면 일도 나도 없다.


일이 너무 좋아도 내 몸이 부러지기 전에 물러날 때를 아는 것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회사는 여러 사람의 프로젝트고, 내 몸은 나 혼자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니 열심히 해 보자. 그리고 오늘은 일단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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