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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토리캐처 Dec 21. 2022

다 마시면 더 마시고 싶은

가짜 커피를 끊어 본 12월

나는 가끔 꽤 단호한 구석이 있다.


공짜 커피를 주는 공유 오피스이다보니 당연한 듯 매일 아침 그란데 사이즈 정도는 문제없는 텀블러에 넘치기 직전까지 가득 채워서 그걸 순식간에 비우곤 했다. 바닐라 시럽도 잔뜩 부어서 아이스 바닐라 시럽 지분이 꽤 큰 아이스 라떼를 빨대로 빠르게 먹다보니 기분은 금새 좋아져서 일들을 해치웠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었다.  SUGAR = DANGER


적당히 마시면야 무슨 문제가 있겠냐만, 종일 먹고 마시는 음식에 설탕이 빠지지 않았고, 대비해서 몸은 거의 안 움직였다.


사실 그 정도 먹고 마시면 가까운 산 등산이나 둘레길 코스를 매일 갔어야 균형이 맞다.



내가 매일 마시는 양이 어마어마했을 뿐, 설탕 그 자체는 죄가 없다.

설탕에게 나쁜 태그를 줘서 미안한데, 요즘은 거의 안 만나고 있다. 좋다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등 돌려서 미안한데, 일단 내가 먼저 좀 살고, 다시 가끔만 만나자.


공짜도 달콤함도 다 좋아한다. 무조건은 아니어도



공짜와 단 것은 모두 위험하다. 매혹적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다. 건강이 0과 1로 극과극을 왔다 갔다하는 것은 아니니 가짜 커피를 끊는다고 해서 바로 좋아질리는 없다.




차를 마시거나 클렌즈 주스를 마시거나


몸이 좀 이상하면 별 걸 다 찾아보는데,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에 따르면 나는 커피와 안 맞는 체질이다.


게 혈액형별 성격 미신처럼 솔직히 근거가 없다고 볼 수도 있고 모두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아픈 환자에게 붙잡아볼 지푸라기 한 자락 정도는 될 수도 있다.


대체로 어떤 유형에 맞고 안 맞는 식품, 재료 음식 이름을 보면, 안 먹으면 몸에 이로울 듯한 것들로 맞춰두어서 크게 반박할 이유도 안 보인다.



그래서 몸은 좀 나아졌는가


회사에서 급하게 콸콸콸 매일 퍼붓다시피 하는 아이스 커피를 끊은지 벌써 4주차, 마치 연말 연초 건강 다짐 프로젝트를 하듯이 하고 있다. 조금 나아지는 기미가 보여서 계속 연장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작용과 반작용이 있고, 부작용도 당연히 있다.


약에도 독성에 따른 부작용이 있어서 용법을 잘 따라야 하고, 오남용 과섭취를 하면 안 된다.


단 것과 관련된 이상 증상이 사그라 들어서 스스로 내 몸의 변화를 느끼는 실험을 하는 것 같다. 체중도 서서히 줄고, 붓기가 빠지고 있다. 가끔 커피를 참는 듯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는 뿌리치기 힘들 정도의 유혹도 아니다.


배고픔은 뭐 언제든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과하게 먹어서 포만감이 생기면, 졸리거나 두뇌 회전이 덜 되고 (소화에 신경 쓰느라) 속도 더부룩하게 안 좋고, 업무 능률도 안 오른다.


위험한 음식과 절교했어도 일은 잘 해야한다.



다행히 이렇게 퍼붓듯이 가짜 커피를 마신 기간이 오래 되지는 않았다. 대략 1년 정도라서 커피 금단 증상은 없는데, 특별한 의식을 수행하듯 반복해 온 출근 후 오전 루틴이기도 해서 뭐든 대체할 것을 찾을 필요는 있었다.


가짜커피 안녕~ 굿바이 습관은 내년까지 갈게 


카페인이 무서운 게 일단 경험하면, 각성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 하기 싫은 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마법의 한 잔이다.



친구들이 산타였어. 서로 산타가 되자.


회사에서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서 #클렌즈주스 만 마시고 있다고 하니, 친구가 #마시는죽 을 택배로 보내줬다. 죽을 선물로 받다니 참 고맙다!


맛있고 먹을 만하다. 친구 선물을 받으면 참 고마운데, 상품 정보를 보고 긴 후기와 내용을 파악해서 사기로 결정한 뒤, 돈을 내고 기다렸다가 받는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게 아니어서 "예상치 못한 그 무언가"가 와서 놀랍고, 더 기쁨도 크다.  


각자 사는 일상이 챙기고 해야할 것들이 많아 그리 여유롭지는 않은데, 그 틈바구니에 나를 떠올려 생각해 줬다는 고마움에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본다.


친구는 그저 보석이다.

내게 죽을 선물 한 친구


https://brunch.co.kr/@kk02me/45





허기 달래기 좋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아쉬운 양의 스프, 스프는 원래 건강 회복을 위해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한국의 죽처럼 서양에는 스프를 그렇게 정성스럽게 끓여 만든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 오래 전 베스트셀러 제목이 "내 영혼의 닭고기 스프" 였나보다.



요즘 유행하는 리추얼 - 습관같은 의식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나요

규칙적으로 하는 리추얼은 하루 일상과 차분하게 집중해야 할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아마도 수 많은 흡연가 분들도 그래서 꾸준히 습관을 유치하실텐데, 아무리 의미를 부여해서 포장해도 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사실이라 나쁜 습관이라는 걸 부인할 수가 없다.






 



이롭고 좋은 것들을 찾을 필요가 있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나아지지 않는다고 하면 미친 인간이라고 하지 않나. 당장 자각할 만한 이상 증상이 없다면 스스로 끊기로 다짐하기는 어렵고, 계기를 딱히 찾아나설 이유도 없겠지만 나쁜 건 나쁜 거다.


 더 나빠지게 계속 반복하며 그대로 두면 내 몸에 몹쓸 짓이고, 남 탓도 못할 멍청한 일이다. 담배 냄새가 매우 고통스러운 알레르기 비염 환자라서, 지하철에서 옆 자리 동석자 잘못 만나면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담배 쩐내에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며 퇴근길이 곧바로 지옥이다. 만나면 골치 아파지는 사이니 우리 서로 최대한 멀리 있기로 해요.


요즘 내 리추얼 - 걷고 생각하기, 브런치처럼 좋은 글들 보기


삐걱거리는 하루 속에 해야할 것들을 쳐 내고, 새로운 것들을 어느 정도 생각할 시간과 여유 공간을 만들어서 이렇게 저렇게 검토해 보고, 바로 바로 진행하고 있다. 두뇌 회전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 넣어 주고, 긴장을 풀고 다른 것들을 보며 생각을 다양하게 자극해 주는 것이 바로 걷기다.


생각을 떠올리는데 도움을 얻을 뿐 아니라, 괜히 안 무거워도 되는데 큰 돌덩어리처럼 느껴지는 내 인생에서 걷어내야 할 것들도 저 멀리 떼어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만히 있으면 돌에 짓눌려 무게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이 전혀 없다면 상관없지만, 상황이나 외부의 요인들 때문에 하고 싶은 대로 못하거나, 이해 안 가는 이유로 또는 이유조차 못 듣고 못 하게 제지당하는 경우가 아마 가장 답답하고 속 터질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안 되면 되는 길을 찾는 중 - 문제를 해결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예상보다 단순하기도 하다.


가상의 상상 공간도 아니고, 변인을 확실하게 통제하는 실험실도 아니니, 대체로는 뭐가 없든지, 잘 안 되든지 해서 포기하는 게 맞을 법한 답답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틈새를 찾아서 뾰족하게 파고, 구불 구불 길을 내서 걷는 중이다.


빠르게 날아가든지, 지름길로 뛰고 싶지만 날개가 없으니 날 수는 없고, 일거리가 많아 직진해서 곧바로 뛸 수는 없다.


문제를 빠르게, 당장 깔끔하게,  반드시 내 손으로 해결해 버리고 싶은 열정은 있는데, 내 기준에서는 혼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더라. 그래긍정과 좋은 에너지가 있는 동료와 즐거운 협업을 좋아한다. 나와 생각이 같은 지점이 보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힘들지만 즐겁게 협업하는 게 나만 준비되서 가능한 일은 아니고 "좋은 파트너" 인 상대를 반드시 만나야 한다라는 변수가 있기에, 사실 가장 달성하기 어려운 레벨의 조건이다.


단 한 명이라도 통하는 동료가 있다면 신에게 감사할 일이다. 다행히 감사하는 날들이 가끔 있다.



브런치에서도 좋은 글을 발견하면 "(나 혼자 생각하는) 뭔가 비슷한 동지"인양 무척 반갑다. 동질감을 느끼는 데서 오는 기쁨,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속마음을 꺼내 볼 수 있는 거울로 비춰주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어제 본 브런치 글에 댓글로 생각을 남겼는데, 오고 가는 댓글 한 줄 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졌다. 겨울 내내 브런치 글들을 정독할 것 같다.



오! 당첨!





또 라이킷 누르러 가야지


열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참 오래 듣고 있다. 사는 한 그렇게 살 것이다.


오늘 브런치 책 발간 프로젝트 대상 발표  포스트심사평 중에 마음에 닿는 표현이 있었다.


글로 나를 꺼내 어루만지고 위로하며
다른 이를 응원한다


내가 왜 그렇게 소재도 딱히 없으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는지 이유를 오늘 알았다. 글을 쓰며 내 속을 꺼내서 외로운 고민들을 하던 나 스스로를 위로해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사람들을 충분히 응원하고 용기를 내도록 북돋워 주고 싶었다.


아마 내 열정을 끄는 순간은 심장이 멈추고, 눈을 감고 죽을 때 뿐일 것이다.


이 포스트를 보면서 한 가지 불만이 있었는데, 왜 특별상 코멘트는 줄바꿈 안 하고 빈줄 없이 발행 하신건가요 ㅠ ㅜ 가독성 안 좋아요

https://brunch.co.kr/@brunch/320


브런치북 출간은 언제가 자연스럽게 할 말이 생기면 할 수 있을테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석같이 빛나는 #브런치작가 그 분들의 작품을 한참이나 푹 빠져볼 예정이다.


다들 글 너무 잘 쓰셔서 감동이다. 감동을 잘 하는 마음이어서 다행이다.


심사평 모으는 것도 되게 힘들었을 #브런치 관계자 분 고생하셨어요. 그러니 제발 줄 바꿈 좀 해 주세요.


전화 안 받았으면 이 글도 세상에 안 나왔다.


https://brunch.co.kr/@kk02me/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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