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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만 쉬거라

어느 민달팽이의 마지막 자취

콘크리트 위에서

더는 움직이지 않는

민달팽이 한 마리.



예까지 오느라
애썼다.

이제 고만 쉬거라...




동물의 죽음은 촬영하지 않는 것이 나의 오랜 불문율이다.

그러므로 이 사진은 예외적 촬영에 해당한다.


민달팽이의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이어진 그의 치열함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왜 여기서 숨을 거뒀는지 그 원인에 대한 단서는 없다.

다만 그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가 지나온 흔적만 남아있다.

이 녀석의 흔적을 보면서 지내온 내 삶의 궤적을 생각했다.


나도 선택 앞에서 수없이 망설였고

선택을 한 후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살아왔는데...




모든 생명체는 끝이 있다.

이 녀석이 그렇고 나도 그렇다.


이 녀석은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산 것처럼 보였다.

이 녀석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이 녀석처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지 생각했다.




인간이라고 해서

민달팽이보다 더 잘하고 있다는 보장은 없는 법이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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