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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소로우의 월든 연못 주차장에서

또 미국을 보았다

휴가 중에 매사추세츠주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2번 도로인 모호크 트레일(Mohawk Trail)을 지나게 되었다.

가을 단풍 명소로 거론되는 지역이다.

그 모호크 트레일 주변 지역을 살펴보다가 콩코드(Concord)라는 지명이 보이길래 ‘혹시?......’하고 알아보았더니 ‘역시!......’다.

헨리 소로우(Henry David Thoreau)의 책 '월든'(WALDEN ; OR, LIFE IN THE WOOD, 1854년), 그 월든 연못(Walden Pond)이 거기 있었다.

그것도 모호크 트레일에서 자동차로 3분도 안 되는 거리에 말이다.

아니 어쩌다 이런 횡재가……



망설이지 않고 찾아갔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가에 서있는 주차요금 안내판을 보고 놀랐다.

매사추세츠 차량은 $8, 매사추세츠 차량이 아니면 $30.

이곳 주민은 $8인데 외지인은 $30라고?

아니 무슨 이렇게나 많은 차이가……

제대로 본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주차장 진입로에서 마냥 정차할 수 없는 노릇이라 주차한 후에 다시 확인하기로 하고 그냥 들어갔다.



주차요금을 내기 위한 기계의 화면에도 들어오면서 본 안내판과 같은 내용이 있다.



‘매사추세츠주 주민은 $8, 외지인은 $30……

8 x 3 = 24.

30 - 24 = 6.

8 x 4 = 32.

32 - 30 = 2.

세 배가 많이 넘고 네 배는 조금 안되는군......

3과 3/4 배.

거의 네 배......

외지인에게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이건 뭐 외지인을 쫓아내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 돌아섰다.

매사추세츠주가 월든 연못을 배타적으로 ‘독점’한다고 느꼈다.

헨리 소로우가 여기서 태어나고 여기서 살았고 여기서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매사추세츠주가 그를 ‘독점’해서는 안된다고 그 주차장에서 생각했다.




나중에 거기만 그런가 하고 다른 곳도 살펴보았더니 매사추세츠주는 외지인에게 높은 비용을 부과하는 일관된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레오민스터 주립 삼림(Leominster State Forest)도 매사추세츠 주민은 $8 외지인은 $30. 월든 연못과 같다.

- 웬델 주립 삼림(Wendell State Forest)의 경우 주민은 $5, 외지인은 $20. 외지인은 주민의 네 배나 된다.

- 사보이산 주립 삼림(Savoy Mountain State Forest)에서 하루 캠핑은 주민 $17, 외지인 $54. 작은 캐빈은 주민 $50, 외지인 $130. 큰 캐빈은 주민 $60, 외지인 $150.

- 마운트 그레이록(Mount Greylock)은 하루 캠핑할 때 주민 $8, 외지인 $20.


이렇게 다른 곳을 알아본 후 월든 연못의 외지인에 대한 높은 주차요금이 월든 연못에만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매사추세츠주가 월든 연못을 ‘독점’하려는 의도에서 외지인에게 높은 주차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자기 주에 세금을 납부하는 자기 주에 거주하는 주민을 우대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주민보다 외지인에게 더 비싼 요금을 부과하는 그런 차이를 두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그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에 매사추세츠주에 대한 서운한 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지역과 비교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버지니아 주립 공원(Virginia State Park)은 주민과 외지인을 구별하지는 않는다.

주중과 주말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그 차이라고 해봐야 $3 정도다.

매사추세츠주처럼 두 배, 세 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버지니아 주립공원 주차요금
https://www.dcr.virginia.gov/state-parks/parking-fees


주 단위에서 카운티 단위로 범위를 더 좁히자.

페어팩스 카운티 공원(Fairfax County Park)은 입장료를 받는 곳도 있고 입장료가 없는 곳도 있다.

입장료가 있는 경우에 주민과 외지인 구별이 있다.

외지인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해도 주중에는 받지 않고 주말과 공휴일만 받는다.

주민은 무료이고 외지인은 $10이다.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페어팩스 카운티 버크레이크 공원 입장료
https://www.fairfaxcounty.gov/parks/burke-lake/entrance-fees


매사추세츠주와 버지니아주의 이런 차이는 주민자치의 결과이다.

각각의 주는 자신들에 관해 스스로 결정한다.

외지인에 대해 요금을 더 부과할지 그리고 부과한다면 어느 정도 부과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한다.

남의 눈치 볼 것 없다.

미국(United States)이라는 나라는 각각의 여러 주(States)가 연합(United)한 것임을 한 번 더 느낀다.

자기네 삶은 자기네 스스로가 결정한다.

각각의 주가 그렇게 하고 각각의 카운티가 그렇게 한다.




사족 하나.


각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자와 지방자치단체장 후보자를 중앙당이 '공천'하는 우리의 제도는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지역의 선거에 나갈 사람을 우리 지역 주민이 뽑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중앙당에서 지정하는 것이 온당한 것일까?

각 지역의 선거에 나갈 사람을 각 지역 주민이 뽑는다면 '공천권'을 두고 벌이는 중앙당의 추잡한 싸움을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천'에 신경 쓸 필요 없다면 중앙당에 신경 덜 쓰고 지난 선거에서 자신을 뽑아준 그리고 향후 선거에서 자신을 뽑아줄 지역 주민의 이익에 더 부합한 정치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꿈일까?

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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