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 소음
쿵쾅! 따다닥!
“야! 너 혼나!”
까순이, 까돌이, 까숙이가 또 거실에서 몸 장난을 하는 모양이다. 이제 곧 밤 10시인데...
“얘들아! 너희들! 아래층에 한 번 내려가봐!”
“?”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물어봐. 너희가 노는 소리가 혹시 방해가 되는지 말이야.”
아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 중 하나는 아파트를 비롯한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 소음 문제일 것이다. 물론 어른들로 인해서도 층간 소음은 발생한다. 더군다나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층간 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은 늘어났다고 한다.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각 가정에서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하지만 집안의 모든 벽과 바닥, 천장 그리고 창문까지 온 집안을 방음 처리하지 않는 이상 집에서 발생한 소음을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소음이 발생하더라도 가급적 적게, 그리고 같은 소리라도 주변에서 느끼기에 소음으로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다.
아이들로 인해 집에서 발생하는 소리들은 아이들이 뛸 때 나는 소리, 공을 던져서 나는 소리, 딱지나 팽이 같은 놀이 기구를 바닥에 치는 소리, 피아노 등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 아이들이 싸우는 소리 등 소음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이런 활동들 대부분은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집 밖에서 하면 집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발생하지 않을 소리들이다.
따라서 피아노 연주와 같이 집에서만 할 수 있는 활동들을 제외한 주변 이웃에게 방해를 줄 수 있는 모든 활동들을 집 밖에서 하면 된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하거나 비가 오는 등 기상 여건상 실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집에서는 정적인 활동만 하라고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소음을 발생해야 한다면 가급적 낮 시간을 활용하여 주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소음으로 느끼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리하면 동적인 활동은 집 밖에서 하는 것이 원칙으로 하고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해야 한다면 낮 시간에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아름다운 음악 소리도 타인에게는 소음이 될 수 있고, 나에게는 작게 들리는 소리도 타인에게는 신경을 거슬리는 큰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것은 사람마다 집안마다 처한 상황이나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기본 행동 원칙을 철저히 잘 지킨다 하더라도 우리 주변에 어떤 이웃이 있느냐에 따라, 또 그 이웃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느냐에 따라 층간 소음이 문제로까지 발전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약속이 너무 많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층간 소음 문제의 원인은 사람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 하고 싶은 것 간의 충돌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집에서 뛰면서 놀고 있을 때, 아래층 사람은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층간 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들이 집에서 뛰면서 놀고 있을 때 아래층에 사람이 없거나 아래층 사람이 휴식을 취할 때 위층 아이가 조용히 있다면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아래층 사람이 위층 아이의 놀이 소리가 방해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양자 간에 서로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하기 위해 대화로 잘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하는데, 그 전제조건은 ‘모든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며 하고 싶은 것을 언제나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충분히 잘 인지해야 한다.
아이가 상식 선에서 행동을 하고 있다면 아이가 있는 가정이 무조건 가해자의 입장에서 저자세로 대화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회 통념은 소리를 발생시킨 쪽이 주로 가해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당당하게 대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로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다. 또한 이웃과 싸우면서 살 수도 없다. 따라서 이웃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도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나만 좋아하는 것이지 남들도 함께 좋아한다는 보장을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아이에게도 이러한 것들을 잘 알려주고 아이들이 행동할 때 스스로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도록 부모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아이들이 집에서 좀 심하게 놀 때면 종종 아래층에 가서 확인받을 것을 권한다.
추가로 최근에 읽은 기사를 소개한다.
경기도 성남시 한 빌라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손글씨로 알려 주민들의 축하를 받았다는 기사다. (news1 "아이가 태어났어요" 부모가 남긴 엘베 전단에 빌라 주민 댓글 감동)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이웃들에게 알리는 것도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더구나 아이의 이름도 함께 밝힘으로써 늦은 밤 아이의 울음소리가 나와 아무 상관없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아닌, 내 이웃 아무개의 울음소리가 되어 새벽에 아이의 울음소리로 잠을 설치더라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