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교육과 인권
네덜란드어 학원에서는 언어뿐만이 아니라 문화를 배우는 것도 수업의 중요한 일부다. 이민자들이 네덜란드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A부터 Z까지 기본적인 인권교육이 포함되어 있는데,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아주 당연한 법칙도 어느 나라에서는 당연시되는 것이 아니다. 나와 베트남 출산 친구를 제외하곤 모두 난민출신의 학생이며 모로코와 시리아에서 온 친구들이다. 이 극과 극인 문화의 대비가 네덜란드에서 적응하고 하는 자들의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1. 성교육
네덜란드는 개방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나라다. 홍등가의 매춘부에서부터 거리의 대마초의 냄새까지. 이곳은 시민들에게 그 판매와 소비의 자유를 주고, 대신 그 서비스에 대한 국가적인 검열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숨기거나 없애려고 한다고 사라지지 않는 업종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방하고 투명하게 운영할 때 더 많은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믿는 방식이다.
특히 네덜란드의 성에 대한 관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열려있다. 티브이 쇼에서는 남녀가 나체로 발가벗고 참여하는 데이트쇼가 있기도 하며 자연주의를 고집하는 시민들의 암스테르담 내 나체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종종 보기도 한다. 네덜란드에서 성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모습, 당연한 것의 하나로 치부된다. 그로 인해 어렸을 때부터 성교육도 단단히 받는 편이다. 네덜란드 시민의 청소년 첫 성관계 평균나이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추세이지만 성매매/낙태율은 다른 나라에 비교했을 때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한다. 또 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가정/공교육이 투명하고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그 방법들 몇 가지는 한국사람이 들으면 굉장히 충격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포르노사이트에 들어가 보통의 바람직하지 않고 과장이 적인 동영상을 보여며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너희들은 앞으로 살면서 이 영상과 비슷한 야동을 굉장히 많이 보게 될 거야. 하지만 꼭 기억해 둬. 이건 가짜라는 걸.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이런 것이 아니라 아름답고 소중한 거야. 이 영상과는 전혀 다르지. 꼭 기억해두길 바랄게.'
나는 초등학교 때 인터넷에서 섹스라는 단어를 처음 봐서 "엄마, 섹스가 뭐야?"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는 얼굴이 발개져 대답도 안 해주고 그런 거는 물어보는 게 아니랬다. 고등학교 때는 교실에 처음 보는 성교육 담당 선생님이 1시간 정도 들어와서는 콘돔을 두 명 당 하나씩 나눠주며 한번 뜯어보라 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을 부끄러워서 뜯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일뿐이었고 그 뒤 선생님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려운 단어들로 성교육대신 생물시간 같은 연설을 늘어놓았다. 성 앞에서는 항상 쉬쉬-했던 한국의 문화 때문인지 한 번도 가정에서 제대로 성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나는 이렇게 공개적인 성교육을 듣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무 파격적인 것은 아닌가, 아이들 정신건강에 괜찮을까라는 걱정을 조금 하다가, 어차피 어떤 형식의 야동을 보는 것이 언젠가 일어날 일이면 차라리 미리 보여주며 이런 것은 과장된 것이다, 사실과는 다르다고 알려주는 것이 네덜란드의 방식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2. 페미니즘
피난민으로 온 무슬림 학생들이 교실의 반 이상이다. 이슬람문화를 가진 몇 국가에서는 아직 일부다처제가 가능하기도 하고 여성인권이 상대적으로 낮아 집밖으로 마음대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과반수다. 현대에는 숫자가 많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여성할례를 하는 나라도 있다. (여성할례는 여성의 성적 즐거움을 빼앗기 위해 음부의 특정한 부위를 잘라내는 문화를 말한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문화 책에서 '네덜란드는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거나 여자와 여자 또는 남자와 남자가 결혼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남자가 여러 명의 여자와 결혼하지 못한다.'라고 써져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곧 학생들의 니라와 문화는 어떤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한국은 어때? 한 사람과 한 사람이 결혼하지?
나 - 네.
선생님 - 그럼 일부다처제를 어떻게 생각해?
나 - 어.. 안되고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 - 왜?
나 -왜.. 냐구요? 왜냐하면 아직 제 세대에서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일처다부가 가능하다면 일부다처제가 가능할 수는 있다고는 생각해요.
선생님 - (무슬림남학생에게) 그럼 너네 나라에서는 일처다부가 가능하니?
무슬림남학생- 아니요, 하지만 일부다처는 가능해요.
선생님 - 왜 그렇지?
무슬림남학생 - 부인이 한 명이고 남편이 여러 명이면 누구 자식인지 모르잖아요.
선생님 - 만약 DNA테스트를 하거나 여자분이 스케줄표에 오늘은 누구랑 잤고 어제는 누구랑 잤고 이런 걸 써놓으면?
무슬림남학생 - 아니요, 남자가 이 아기가 자신의 아기 아니라고 하면 문제 생길걸요.
우리는 세계관이 몇 초만에 뒤집어지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서로의 문화가 다름을 확인했다. 곧 무슬림 여학생들의 네덜란드 생활 이야기도 들어보았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집 밖을 혼자 못 나가서는 안되며 학교에 가서 배우는 것도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 결혼도 20살 전후 부모님의 중매로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환경에서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반에도 어떤 무슬림 여학생은 얼굴이 아주 앳되보이는 20대 초반인데 아이가 이미 둘이나 있었다.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 그 결혼과 출산이 그 여자학생의 자의였을까 아니면 사회의 문화의 영향일 뿐일까 굉장히 궁금했다.
3. 동성결혼
네덜란드는 동성결혼을 세계에서 제일 처음으로 합법화시킨 나라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동성연애와 결혼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종교를 신념을 따라 동성애를 반대하는 네덜란드 사람들도 꽤 많다. 네덜란드 전체가 동성연애에 호의적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배웠을 때 꽤 흥미로웠다.
4. 아동학대
잘못을 하면 아이에게 매를 준다는 교육방식은 2024년 현재 한국에도 여기저기 숨어있다. 법적으로는 아동학대로 금지되어 있어도 현실에서는 내가 나의 아이를 가르칠 때 체벌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한 가정이 반 이상이라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도 어렸을 때 잘못을 하면 부모님에게 손, 엉덩이, 팔, 다리를 맞았고 손을 들거나 엎드려뻗쳐를 했다. 학교에서도 대나무나, 자, 각종 무기로 몸을 맞기도 하고 심지어 성인이 된 스무 살 이후에도 입시학원에서도 남자 선생님의 야구빠따로 멍이 들 때까지 맞기도 했다. 그 당시에 체벌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모두가 다 맞으니까, 힘이 없으니까, 일단 대학은 가야 하니까 계속 학교와 학원에 다녔다. 그리고 십몇 년이 지난 지금 그때를 생각해 보면 실패에 대한 과한 두려움과 공포가 생긴 것은 내가 부족하면 내게 행해지는 신체적, 언어적 폭력이 당연했다는 기억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네덜란드에서는 아동학대에 더더욱 민감하다. 엉덩이를 살짝 때리거나 머리를 쥐어박는 정도의 체벌도 아동학대에 해당할 수 있고 이는 굉장히 심각하게 여겨진다. 어른으로서 자기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인간을 훈련시키기 위해 때린 다는 것보다 비열한 일은 없다. 자기보다 약한,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을 어떤 이유에서 든 간에 구석에 힘으로 몰아붙이며 위협하는 건 얼마나 야만인 같은 행동인지 네덜란드 교육에서는 이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