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외국인의 위치
친오빠는 코시국에 결혼을 했다. 하객들은 마스크를 끼고 참여했고 코로나 때문에 참여하지 못하는 하객들은 축하의 말을 영상으로 전했다. 그 영상들은 하나의 영상으로 모아져 결혼식에서 틀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친족이라고 네덜란드에서 한국으로 들어가 2주 동안 방에 갇혀서 자기 격리를 하게 됐다. 그렇지만 내 남편은 외국인에다가, 한국 비자도 없는 상태이고 한국인과 결혼도 안 한 관광객의 신분으로는 입국이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남편도 친오빠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행렬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내 남편이 친오빠의 결혼식에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왠지 모르게 자랑스러웠다.
"ㅇㅇ(남편)가 멋있게 영어로 똬악- 해주면 되겠네."라고 말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내 남자친구가 뭐라고 멋있게 보일 것이며, 또 영어로 하면 왜 더 멋있는데. 또 외국인 남자친구라는 사실과 결혼식, 신고도 안 하고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는 관계를 그렇게 반기지도 않다가 결혼식 같은 가족 공식 행사에서는 서양인이 영어로 결혼식에 축사를 한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말처럼 들렸다. 영상이 틀어지고 나서 하객과 친척들은 남편이 어떻게 생겼다 저렇게 생겼다, 누구를 닮았다 신이 나 나에게 떠들어 댔다.
이것은 거의 집안에 고이 모셔놓은 상패를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은 에헴, 이건 말이지- 정도 감성의 자랑 아닌가. 외국인 남편, 또 잘 사는 나라에 사는 금발에 파란 눈의 외국인이 유창한 영어로 가족에게 축사를 한다는 것은 지위나 신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결혼식장을 성대하게 하는 것처럼, 나의 남편은 이 결혼식을 빛내기 위한 하나의 꽃다발, 액세서리가 되는 걸까? 그것과 비슷한 의미에서 부모님도 나에게 비싼 혼주 메이크업과 비싼 옷을 입히려 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데 왜? 이미 내가 좋아하는 원피스가 있는데 왜 굳이 새로운 비싼 옷을? 나는 가족에게 트로피 같은 존재여야 하는 건가. 트로피가 아니라면 살 가치,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저번 올린 글을 뒤로 문득 몇 가지 에피소드가 더 떠올랐다. 남편이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못 사는 나라 사람이고, 피부가 까맣다면 결혼식에서 "ㅇㅇ(남편)가 멋있게 영어로 똬악- 해주면 되겠네."라는 말은 절대 나오지 않았겠지. 한국 결혼식이니까 한국인의 한국말 축사만 모아 영상을 트는 게 낫겠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나는 남편의 출신 때문에 받는 칭찬이나 미소가 굉장히 불편하다. 이 조건적인 환영은 그 몇 가지 조건이 바뀐다면 아주 쉽게 변이되고 무섭도록 잔인한 무시와 비난이 되므로. 그들의 이중잣대가 언제 드러날지 두렵다. 그건 양날의 검과 같아서 나를 언제라도 공격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