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잔하게 아프고 그러냐

by 까막

내 몸.

내 몸은 언젠가부터 쪼잔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다.

크게 아프지 않은 것에 감사하지만 이 고통들은 어쩔 때는 다 그만하고 싶게 만들기도 한다.


어금니.

음식을 씹을 때 어금니가 제대로 맞물리지 않으면 한 번씩 온몸의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아프다. 그러고 나면 식사 내내 신경이 쓰인다. 치과에 갔더니 어금니 하나에 금이 간 것 같다고 했다. 추측형인 이유는 실금이라 확인할 방법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기 때문이다. 깨물어보라며 나무막대기를 건네어주었지만, 내 몸은 약 올리듯 병원만 오면 싹 낫는다. 선생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어디가 통증 포인트인지 알 수 없다며 덮어 씌우던지, 임플란트를 추천해 주었다. 통증 원인은 모호한데 치료비는 어쩜 이렇게나 명확한지. 어두운 내 표정을 보시고는 아니면 조심스럽게 씹으시라는 조언을 해주시고 다른 환자를 돌보러 떠나셨다.


안 아픈 쪽으로만 씹으면 비대칭이 될까 봐 아픈 쪽으로도 씹어본다.


!!!!!

난 다시 안 아픈 쪽으로 음식물들을 보낸다.


어깨랑 견갑, 손목 그냥 오른쪽 상체 전부.

오른쪽 어깨는 던지는 동작이나 갑자기 움직이거나 하면 어깨와 팔 뼈가 부딪히는 느낌이 나면서 아프다. 정형외과에 가보니 어깨뼈와 팔뼈의 간격이 좁다며 견봉축소술을 추천해 주셨다. 진통제만 받아서 나왔다. 근육이 문제일 수도 있다고 해서 한 번씩 스포츠마사지를 받았다. 스트레칭만이 답이 아니라고 해서 헬스도 했었다. 몸은 보기에 조금 좋아지는 듯했지만 어깨는 여전히 말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은 새벽까지 일을 하는데 목이 조금씩 아프더니 목을 아예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한의원을 수소문해서 침과 근막추나를 받았다. 한의원을 스스로 간 적은 처음이었다. 아픈 부위를 팔꿈치로 꾹 누르는데 처음에는 정말 유체이탈을 하고 싶었다. 이를 악물고 꾸준히 갔더니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의식하지 않으면 아프다.


손목은 예전에 편의점 물류박스를 들다가 날카로운 통증을 느끼고 나서는 나을 생각이 없다. 결국 손목에 무게를 실을 수가 없게 되었다. 팔굽혀펴기를 할 수 없다. 군 생활 할 때 특급전사를 따기 위해 미친 듯이 팔굽혀펴기를 했었는데 이제는 할 수 없다.


발목.

최근에는 발목을 다쳤다. 한쪽 발을 땅바닥에 댈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아침에 정형외과를 갔다. 실비보험을 제외한 치료를 받기로 택했다. 보통 병원에서 먼저 비용을 설명해주지 않으니 물어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비용을 보니 한숨이 나왔다. 문을 나서니 잔고는 11만원에서 4만원이 되었다. 태양이 뜨거웠다.


나는 조심스럽게 살아야 하는 운명인가. 조심스럽게 물건을 들고,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씹고, 조심스럽게 휴대폰을 하고, 조심스럽게 걷고 뛰어야 하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예술을 택했는데 이제는 내 몸이 계속해서 나를 부자유스럽게 만든다. 아니 예술을 택해서 이런 건가. 예술을 택하지 않은 지구-313의 나는 치료들을 꾸준히 받으며 어느 정도 나아졌겠지? 어쩔 수 없지 뭐. 몸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죽을 때까지 그럴 수 없겠지. 어쩔 수 없지 뭐. 조심스럽게 살면서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절뚝이며 집으로 갔다.




대수롭지 않은 일을 심각하게,

심각한 일을 대수롭지 않게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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