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2023년을 마침내 떠나보내며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꼭 그렇게 적용되지도 않았던,
아픈 만큼 너무 아팠던 2023년
차마 일기장에 조차 쓰기 수치스러울 정도로
무례하고 폭력적인 일들이 삶에 저질러져
즐겨 쓰던 브런치에도 글이 말라버린 한 해
꼭 바늘 하나를 삼킨듯 수시로 속이 쿡쿡 쑤셔와
불안을 애써 도닥이며 잠든지도 꽤 오래
‘내가 뭘 잘못했다고?’
원망도 되고 주눅도 들지만은
애초에 불행이란 건 무작위한 것이라
한 챕터의 결말같은 이 통증이
내가 쌓아온 성실한 일상의
보상도 처벌도 아니라는 걸 안다.
머리로 알기는 안다는 말이다.
애쓴만큼 나아질 것도 없는 게 인생이라면
뭐하러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기 쉽지만
애쓸 수 있는 만큼 또 노력해보는 게
나라는 사람의 관성이라
좀만 기운이 날라치면
하고싶은 일도 마구 떠오르고
가고싶은 곳도 자꾸만 생기고
그러기 위해 얼른 더 건강해져야지
다짐의 힘으로 되려 기운을 차리고 있는
2023의 마지막 날.
이렇게 탈이 난 데에는 아무래도
자기 과신이 심했던 탓을 해보며,
못하겠으면 못한다고 두 손 들고
빠져나가야 할 때엔 빠질 줄도 아는
내년이 되기를 바라며
평소 하지 않던 목표가 생겼다.
‘절대 무리하지 말 것‘
지 깜냥 만큼만 살면 탈이 날 일도 없는 법이니까.
내년은 푸른 용의 해 갑진년이라는데
나는 그냥 개천의 꺼먼 미꾸라지로 살 예정.
승천이 어인 말이냐!
험한 일만 요리조리 피해가도 감지덕지일 터.
억지긍정도 긍정이라는데
도무지 합리화가 되지 않는 올해였기에
차라리 슬픈 진실도 진실이라는 논리에 기대어
희망 가득한 브런치에 먹물 한 컵 끼얹어 봅니다…
토닥토닥
2024의 또다른 미꾸라지들이 있다면
모두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요.
그리고 올 한 해도
제 브런치를 찾아와 큰 힘이 되어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