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장이 훤해졌다

늦잠 대신 아침 정리

by 이명선

계절이 바뀌면 신발장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올여름은 특히 폭우가 많다는데 장마철에 요긴한 고무장화와 곧 자주 신게 될 샌들, 슬리퍼를 가까이에 꺼내둔다. 패딩나 퍼가 달 겨울에만 신는 신발들은 손질하여 긴 여름잠을 재운다.

다음 계절까지 보관할 만큼 잘 신는가를 기준으로 릴 것을 버려야 여유로운 공간이 생긴다.


4인가족의 신발치고 적어 보이는 것은 신발장 공간의 최대 주주인 작은딸의 신발들이 주인을 따라 학교 기숙사에 가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는 큰딸과 남편의 덕이다. 두 사람은 원래 좋아하는 건만을 적게 소유하는 타입이고 그나마 큰딸은 자기 신발을 모두 거처로 가져갔다.

늘 정리하면서 나도 발이 불편하거나 왠지 잘 안 신게 되는 구두들을 미련 없이 버렸더니 시원해 보인다.



한여름전까지 이대로 가면 된다



신발장은 칸의 주인을 정해 놓고 한 칸씩 정리하는 방법이 편하다.


철 지난 신발들은 신발을 살 때 생긴 상자나 주머에 담고 이름표를 붙여 손이 안 닿는 가장 높은 곳에 배정한다.

롱부츠는 발목이 꺾이지 않게 키퍼를 끼우고 세워서 보관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죽 부츠 두 켤레는 에 맞게 종이 박스를 자르고 접어서 끼운 다음 길게 눕혀 두었다. 우리 신발장에는 츠를 세워 둘 공간이 없고 발장 옆에 붙은 납장의 키 큰 칸에는 우산들을 보관하 있다.


맨 위 두 칸은 철 지난 신발 보관


신발장은 열었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수납용품의 색깔이나 재질을 맞추면 보기 좋다.


나는 크래프트지 칼라라고 부르는 연한 갈색이나 구하기 쉬운 흰색으로 춘다. 크래프트지 색 쇼핑백과 카페에서 받은 컵캐리어, 신발 상자 등이 유용하다.


카페의 종이 캐리어는 무척 튼튼해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엔 아깝다. 종이 캐리어를 신발 거치대로 많이들 활용하는데 실제로는 아이들 신발이나 전체적으로 날렵한 여자 신발 정도에 맞다.


230, 235 사이즈인 내 신발 중에서 앞부분이 너무 투박한 디자인이 아니면 종이 캐리어에 2단 보관이 가능하다.


위칸에 놓는 운동화를 지지할 정도로 튼튼




신발 상자는 스만 ㄷ자 모양으로 잘라서 쓰는데 좀 더 튼튼하 두 개를 겹쳐 놓았다.

상자 안쪽과 위쪽에 놓은 운동화 어떤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신발 상자의 크기나 재질이 각각 다르므로 신발장 칸의 높이와 폭, 신발의 크기와 디자인을 고려해서 적당하게 골라 활용한다.



맨 아랫칸의 종이백들은 각각 여행용 세면용품 키트와 여분의 욕실용품이 들어 있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안이 안 보여도 되고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여행은 가지 못 해도 가끔씩 유통기한과 상태를 체크 업데이트한다.


세면도구 파우치도 모아 두니 많다




우리 집 신발장에는 골동품이 있다.

남편이 고등학생 때 신었다는 스케이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스링크에 놀러 가서 거기서 날을 새로 갈아 신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다.

가죽 여기저기가 벗겨졌는데 절대로 못 버리게 한다.


무슨 '아버지의 유품' 같은 것도 아니다. 남편에게 이 스케이트를 사 주신 시아버님은 여든 중반의 연세에도 건강히 잘만 지내고 계시는데, 저걸 왜 못 버리고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첫사랑의 소녀하고 스케이트장 데이트를 할 때 신었던 거라 그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세이버? 들어본 듯도 하고


그래도 아직 신발장 공간이 넉넉하니 35년 묵어서 반의 반은 이무기가 됐을지도 모르는 스케이트를 한해 더 살려자.



한결 훤해진 신발장을 보면서 한정된 공간을 넓게 쓰는 비법은 역시 '덜 소유하기'가 최고라는 것을 꼈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아 오늘 한번 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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