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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이 훤해졌다
늦잠 대신 아침 정리
by
이명선
May 9. 2023
계절이 바뀌면 신발장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올여름은 특히 폭우가 많다는데 장마철에 요긴한
고무장화
와 곧 자주 신게 될 샌들, 슬리퍼를 가까이에 꺼내둔다. 패딩
이
나 퍼가 달
려
겨울에만 신는 신발들은 손질하여 긴 여름잠을 재운다.
다음 계절까지 보관할 만큼 잘 신는가를 기준으로
버
릴 것을 버려야 여유로운 공간이 생긴다.
4인가족의 신발치고 적어 보이는 것은 신발장 공간의 최대 주주인 작은딸의 신발들이
주인을 따라 학교 기숙사에 가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는
큰딸과 남편의 덕이다. 두 사람은 원래 좋아하는
물
건만을 적게 소유하는 타입이고 그나마 큰딸은 자기 신발을 모두 거처로 가져갔다.
오
늘 정리하면서 나도 발이 불편하거나 왠지 잘 안 신게 되는 구두들을 미련 없이 버렸더니 시원해 보인다.
한여름전까지 이대로 가면 된다
신발장은 칸의 주인을 정해 놓고 한 칸씩 정리하는 방법이 편하다.
철 지난 신발들은 신발을 살 때 생긴 상자나 주머
니
에 담고 이름표를 붙여 손이 안 닿는 가장 높은 곳에 배정한다.
롱부츠는 발목이 꺾이지 않게 키퍼를 끼우고 세워서 보관하는 것을 권장한다.
가죽 부츠 두 켤레는
키
에 맞게 종이 박스를 자르고 접어서 끼운 다음 길게 눕혀 두었다. 우리 신발장에는
부
츠를 세워 둘 공간이 없고
신
발장 옆에 붙은
수
납장의 키
큰 칸에는 우산들을 보관하
고
있다.
맨 위 두 칸은 철 지난 신발 보관
신발장은 열었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공간이기 때문에 수납용품의 색깔이나 재질을 맞추면 보기 좋다.
나는 크래프트지 칼라라고 부르는 연한 갈색이나 구하기 쉬운 흰색으로
맞
춘다. 크래프트지 색 쇼핑백과 카페에서 받은 컵캐리어, 신발
상자 등
이 유용하다.
카페의 종이 캐리어는 무척 튼튼해서 한번 사용하고 버리기엔 아깝다. 종이 캐리어를 신발 거치대로 많이들 활용하는데 실제로는 아이들 신발이나 전체적으로 날렵한 여자 신발 정도에 맞다.
230, 235 사이즈인 내 신발 중에서 앞부분이 너무 투박한 디자인이 아니면 종이 캐리어에 2단 보관이 가능하다.
위칸에 놓는 운동화를 지지할 정도로 튼튼
신발 상자는
박
스만 ㄷ자 모양으로 잘라서 쓰는데 좀 더 튼튼하
게
두 개를 겹쳐 놓았다.
상자 안쪽과 위쪽에 놓은 운동화
는
어떤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신발 상자의 크기나 재질이 각각 다르므로 신발장 칸의 높이와 폭, 신발의 크기와 디자인을 고려해서 적당하게 골라 활용한다.
맨 아랫칸의 종이백들은 각각 여행용 세면용품 키트와 여분의 욕실용품이 들어 있다.
무엇이 들었는지 알기 때문에 안이 안 보여도 되고 이름표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
여행은 가지 못 해도 가끔씩 유통기한과 상태를 체크
해
업데이트한다.
세면도구 파우치도 모아 두니 많다
우리 집 신발장에는 골동품이 있다.
남편이 고등학생 때 신었다는 스케이트다. 아이들이 어릴 때 아이스링크에 놀러 가서 거기서 날을 새로 갈아 신는 것을 '한번' 본 적이 있다.
가죽 여기저기가 벗겨졌는데 절대로 못 버리게 한다.
무슨 '아버지의 유품' 같은 것도 아니다. 남편에게 이 스케이트를 사 주신 시아버님은 여든 중반의 연세에도 건강히 잘만 지내고 계시는데, 저걸 왜 못 버리고 자리를 차지하게 하는지 모르겠다.
첫사랑의 소녀하고 스케이트장 데이트를 할 때 신었던 거라 그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세이버? 들어본 듯도 하고
그래도 아직 신발장 공간이 넉넉하니 35년 묵어서 반의 반
쯤
은 이무기가 됐을지도 모르는 스케이트를 한해 더 살려
주
자.
한결 훤해진 신발장을 보면서 한정된 공간을 넓게 쓰는 비법은 역시 '덜 소유하기'가 최고라는 것을
느
꼈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라는 말과도 통하는 것 같아 오늘 한번 더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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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정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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