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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트 새로 오픈하는 날
A마트의 그랜드 오픈날, H마트에 갔다
by
이명선
May 26. 2023
몇 년 간 패션 아웃렛 매장이었던 곳에 마트가 새로 생겼다. 1군 마트(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
지만)는 아니고 동네에 한두 개씩 있다면 편리한 중형 마트다.
우리
집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십 수년간 이 구역을 다 잡고 있는 H마트가 있는데 집에서 딱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3분 거리에 신형 마트가 생기는 참이다.
원래 있던 H마트 사장님은 속이 쓰리겠지만 소비자로선 환영할 소식이었다.
패션 브랜드 할인매장보다야 생활용품과 식료품을 파는 마트가 또 생기니 부동산 어플의 우리 단지 이야기 같은 데에 장점으로 언급될 법하다.
오고 가면서 새 마트가 꾸려지는 과정을 보았다. 내부 수리를 하고 직원을 뽑는 공지가 붙고 차곡차곡 매대를 들이고 간판을 달았다.
퇴근한 남편에게 '
거기 오늘
A마트
라고 간판 달았더라', 'A마트 다음 주엔 열겠는데?' 하는 뉴스를 전하며 은근히 기다렸다.
오픈 전날
밤
아파트 현관문에 A마트 전단지가 일제히 붙었다. H마트와 똑같은 업체에서 만들었는지 자세히 안 보면 혼동할 정도로 똑같은 스타일의 전단지였다.
몇 가지 살 만한 품목들이 있다. 잊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어 두었다.
대파 한 단에 990원? 충격이다. 요즘 대파 시가
는
아무리 적게 묶어 싸게 팔아도 2980원은 한다.
대파는 꼭 사야겠다.
S라면 5개입에 2980원? 이것도 꼭 사야겠다.
3리터짜리 액체세탁세제와 수박
도 사야겠다 하니 남편이 무거운 건 저녁에 함께 가서 사자고 했다.
그게 좋을 것 같다. 설마 오픈 당일 저녁에 다 팔리고 없는 것은 아니겠지.
기다리던 A마트 오픈날이다.
세제나 수박 같이 무거운 것은 저녁에
가서 산다 쳐도 대파와 라면은 빨리 사야겠다. 10시 오픈이라길래 11시쯤 슬슬 걸어 나갔다.
짱
짱한 트로트
노
랫가락과 안내 방송이 들리며 앞길이 들썩들썩한다. 하늘을 엮은 만국기가 주차장에 그늘을 만들었고 드나드는 차들과 사람들로 복잡했다.
이벤트 업체 아저씨가 열심히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아저씨는 마이크에 대고 행사상품 목록을 알려주는 틈틈이 자기 눈에 띄는 손님들에게 급작스러운 인터뷰도 청하고 스몰토킹도 했다.
축제에는 만국기
우리 동네에 아주머니들이 이렇게 많으셨나 싶을 정도로 많은 중년 주부님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들은 바퀴 달린 카트에 종이 박스를 서너 개씩 쌓아 올렸거나 만두 모양으로 불려져 터질 듯한 장바구니를 두세 개씩 들었다.
마트 출입문 앞에 놓인 경품 응모함은
이미 영수증들로 절반이 차 있었다.
오, 생각보다 살 게 많은가 보네.
문전이 너무 혼잡해 보여
까치발을 하고
매장 안을 들여다보니 사람들도 너무 많았고 계산대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눈에 보여 대충 입고 나온 청바지와 긴팔티가 갑자기 더웠고 스피커에서는 웃음소리와 만담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전장에 합류할 기운이 나지 않는다.
나는 대파와 라면 사기를 일단 포기하고 돌아섰다.
A마트를 등지고 H마트로 가 보았다. H마트 안은
내
예상과 달리 손님들이 제법 있었고
귀에 익은 점장님의 목소리도 여전히 우렁찼다.
봉사상품이라는 이름을
단 대파가 한 단에 천 원이었다. 그동안 많이 보던 '세일상품'이라는 이름표 외에 '봉사상품'이란 이름표들이 여기저기 달려 있었고 가격과 품목은 A마트와 거의 같았다.
당연히 경쟁사 A마트의 이벤트 가격 정보를 입수하여 대응하는 것이었다.
A마트에서 대파가 품절이면 여기서 사
면 되겠네 하
고
안도했다.
저녁에 운동을 마치고 오는 길에 다시 A마트 앞을 지나게 됐다. 놀랍게도 한 단에 990원이던 대파가 690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H마트가 봉사상품으로 대파를 천 원에 판다는 소식을 듣고 값을 더 내린 걸까.
지근거리에 있는 두 마트 간의 전쟁의 서막이었다.
H마트의 관록이냐, A마트의 도전이냐 흥미진진하다.
H마트는 빨간양념돼지불고기와 육회가 특히 맛있는데 A마트는 과연 무엇으로 우리 가족에게 어필할 것인지도 기대된다.
앞으로 이 동네 주부들은 장바구니를 들고서 어디로 더 자주 향할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이튿날 1690원이 된 A마트 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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