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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Jul 03. 2023

공공분양 특공에 청약한다는 딸을 말렸다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모든 경제 지표가 침체에 빠진 불황 속에서도 이문 휘경 뉴타운 청약과 수방사 공공분양 사전청약은 핫이슈가 되었다. 서울시 동작구 수방사 부지에 들어선다는 공공주택의 일반공급 사전청약이 거의 700대 1로 마감했다. 특별공급 사전청약도 유형별로 차이는 나지만 평균 100대 1은 넘은 걸로 보인다.  

 주말 집에 오는 큰딸이, 우리 도시에 예정돼 있다는 공공주택 특별공급에 청약을 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나는 우리 시에 그런 이벤트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그래서 니가 돈을 못 버는 거야,라고 혀를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가족이 마음 놓고 살 집 한 채가 있는데 다른 집을 더 갖고 싶은 마음은 좋게 봐서 투자지, 팩트를 말하면 '욕심'이다.)


 나도 1 주택자 갈아타기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상급지'로 가고 싶기는 하다. 그런데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들은 이미 굉장히 비싸다. 최근에 집값이 많이 내렸다고 해도 비싸다.

 게다가 상급지 가격이 내린 만큼 우리 집도 내렸으니 체급 차이는 똑같다.


 

친구네 신축 아파트 스카이라운지에서 - 아파트 건설 중인 곳이 많이 보인다




 딸의 말을 듣고 오랜만에 지역 카페에 들어가 보니 공공주택 사전청약에 대한 이야기들이 활발했다.  

 사전청약은 당첨이 돼도 취소할 수 있고 일반 분양보다 분양가도 낮으니 우선 넣어보자는 의견과, 위치가 산 쪽으로 동떨어졌고 본청약에 입주까지 기간도 너무 길어 포기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딸이 말한 것은 공공주택 나눔형 특별공급 청년 대상 청약이었다. 청년 나눔형은 정부의 공공주택 정책에 새로 등장한 유형으로 청약저축기간이 짧고 준비된 목돈이 적은 19-39세 미혼 청년이 대상이다. 입주 후 5년의 거주기간을 채우면 환매가 가능한데 환매로 인한 차익이나 차손의 30퍼센트는 공공에 귀속되고 70퍼센트를 내가 가지기 때문에 이익공유형이라고도 한다.  

 공공주택 특공인 만큼 청약인의 소득과 자산을 보고 미혼 청년 대상이기 때문에 부모 찬스를 배제하기 위해 부모의 자산도 따진다. 부모의 소득은 상관없이 순자산이 상위 10퍼센트 선이라는 9.7억 이하면 통과이고 청약인은 본인 자산 2.6억 이하에 월소득 450만 원 이하면 된다니 마지노선이 너그러운 편이다.  

 예정지가 지금은 좀 후미진 느낌이 있지만 15분 정도 걸어 나오면 지하철역도 생길 예정이고 근처가 모두 재개발 중이라 미래에는 많이 다를 것이다.  

 

 내 딸이 어느새 커서 아파트 청약을 생각했다니 대견했다. 

 자식들은 엄마의 염려에 비해 훨씬 의젓한 것일까. 딸은 당첨만 되면 비용도 본인이 케어할 수 있다고 말해 감동을 더했다.

 연애도 결혼도 관심사가 아니고 빨리 자기 이름의 집 갖고 싶단다.

 이사를 많이 다닌 성장기를 보낸 것도 아닌데 벌써 웬 집을 갖고 싶다는 건지 모르겠다.


 네가 해 보고 싶으면 하라고 했다. 실제 당첨이 되기도 어렵겠고 당첨이 되면 그다음 전략은 또 세우면 된다.

 사회생활을 한창 할 딸이 살기에 정 불편하다면 그때는 은퇴를 했을 우리 부부와 '집만 바꿔'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꼼수도 생각했다.

       


 

 며칠 후, 나는 딸에게 이번에는 청약을 넣지 말라고 했다.


 하나뿐인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거래니까 일반적인 아파트 매매보다 신중한 계획이 필요하다.

 생애 첫 청약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봐도 좋은 집에 해야 후회가 없다.

 이곳 토박이인 내가 보기에 이번에 공개된 우리 시의 공공주택 사업은 입지나 분양가, 일정 등에서 아쉬운 면이 많았다.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정책이라서 저금리 장기 담보대출을 넉넉히 준다지만 사회생활 2년 차인 스물넷 미혼여성에게는 성급하고 버겁다는 결론을 내렸다.  


 청년 대상 나눔형 청약도 5년 이상 소득세 납부까지 채워야 만점이고 그래야 기본 당첨자격이라고들 한다. 

 아직은 좀 더 돈을 모으면서 기회를 기다리는 게 낫다. 몇 년 후에 직장의 위치를 고려해서 '터를 잡고 살 새로운 곳'에 내 집을 구해도 된다.

 5060 부모 세대보다 2030 인구는 훨씬 적고 물가와 집값은 훨씬 비싸다. 4인가구보다 1인가구가 많은 세상이고 젊은이들에겐 결혼이나 출산이 필수가 아니다. 연인이나 가족보다 '내 인생'이 가장 우선인 이들이 사회의 중심이 되는 미래는 모든 면에서 과거와 다를 것이다.

 요즘 30대는 20대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깊이 생각해 보라고 권하면서 집 장만은 빨리 하라고 조언하는 것 같다. 나는 그것이 그들의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20대에 결혼하고 30대에 자녀를 낳아 키우는 것이 모범적인 인생이라고 당연하게 믿고 의심조차 못 하던 시절도 있었다.

 역시,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는가 보다.

 


구경하러 갔던 옆동네 재건축아파트 분양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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