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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Sep 13. 2024

비도 오고 그래서, 김치우동

귀차니스트를 위한 스피드레시피

 비가 오면 김치전이나 감자전 같이 바삭하고 기름음식 막걸리를 곁들이칼국수, 수제비 같이 뜨끈한 국물 먹고 싶다.


 아마도 많은 주부들이 집에서 혼자 때우는 끼니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대충 먹을 것이다.

 딱히 약속이 없는 날은 집에서 혼자 아침, 점심을 먹으니까 거의 아점으로 통합한다. 아무리 주부 26년 차라 해도 나 혼자 먹겠다고 매번 뭔가를 하기는 귀찮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혼자 먹는 점심을 궁리하다가 김치우동을 해 먹었다.

 마침 냉장고에는 지난번에 샤브샤브에 넣고 남은 우동사리면이 하나 있었다.

 혼자 간단히 먹는 김치우동은 복잡한 과정과 재료가 필요 없이 김치양념 한 국자만 있으면 된다.

 

 오늘 필요한 재료는, 배추 부분만 골라먹서 버리기는 아깝고 처치곤란 김장김치 양념 우동면이다.

귀찮지만 점심으로 김치우동을 하겠다



 물론 따로 육수를 내고 버섯, 양파, 감자, 호박 등의 갖은 재료를 넣으면 더 맛있고 보기에도 지만 혼자서 후다닥 해 먹을 때는 김치양념만 넉넉히 넣어도 충분하다.


 -작은 냄비에 물 500밀리와 김치양념을 크게 한 국자 푹 떠서 넣고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우동면을 넣는다.

 -간을 맞추면 끝.

 

 뭉쳐 있는 우동면은 끓는 국물에 가만히 둔다. 그러면 1분 이내에 부드럽게 풀어지기 시작한다. 면이 저절로 풀어지기 전에 강제로 풀면 끊어져서 모양이 없다. 스스로 풀어지는 면을 젓가락으로 살살 흩어서 2분 정도 더 끓인다.

  

 총 10분 이내의 조리이므로 불은 처음부터 끄기 전까지 강불로 놓고 별도로 조절하지 않아도 된다.

면이 냄비 안에서 저절로 풀어질 무렵 젓가락으로 살살 푼다

 

 면이 거의 익었을 때 국물 맛을 보고 부족하다면 소금이나 다시다로 간을 맞춘다. 김치 정도가 집집마다 달라서이다.

 

 한 그릇 조리에 7분 걸렸다. 김치 통에서 뜬 김칫국물 안에 배추김치 조각과 갓김치 줄거리가 심심찮게 들어 있어서 반찬도 따로 필요 없다.  

혼자 먹는 김치우동 한 그릇




   

 면류를 좋아한다면 우동면, 칼국수면 같은 걸 사 두면 유용하다.

 파우치에 사골곰탕도 할인할 때 넉넉히 구비하는데 한 봉 뜯어서 칼국수면을 털어 넣고 대파와 마늘, 청양고추만 넣으면 사골칼국수가 된다.


 오늘의 김치우동은 남은 김치양념 소진에도 기여했다.

 김치양념은 무와 갓이나 쪽파, 새우, 마늘, 생강 등 김치의 주재료가 맛있게 숙성된 것이라 버리기가 아깝다. 김칫국물은 김치전, 김치찌개 등 김치의 풍미를 이용한 음식을 할 때 덜어 쓴다.


 초간단 김치우동에도 마지막에 다시다가 들어가면 국물의 깊이가 더해진다.  

 공들여 끓인 찌개서 뭔가 부족하게 느껴질 때 다시다를 톡톡 넣으면 놀랍게도 '그래, 이 맛이야'라는 대사가 온다.

 다시다는 멸치, 버섯, 쇠고기, 해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큰 봉지 포장은 보관 중에 굳기 쉬워서 소포장이나 스틱포장으로 산다.

 조미료는 과유불급이 조금씩 넣으면서 '간을 본다'.    

 

 맛있다고 소문난 고깃집의 된장찌개 국물에서 조개 다시다 풍미가 느껴다는 미식가 친구의 평 생각난다.

 시어머니의 주방 안쪽에는 미원이 있는데 (다른 식구들이 안 볼 때) 살짝 넣시는 걸 다.     

 우리가 기억하는 엄마손맛과 맛집 사장님이 함구하는 비법 소스에 '미원 아니면 백설탕이 들어간다'는 농담이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진짜 맛있던, 맛집 된장찌개-물론 쇠고기도 아낌없이 들어갔다


 


 

 창을 열고 손을 내밀어 보니 분무기처럼 흩뿌리며 비가 그쳐 간다.

 

 오늘 저녁 반찬을 생각할 시간이다.  

 점심에 뜨끈 얼큰 김치우동으로 마음의 비설거지를 했으니 저녁에는 소화에 부담 없고 소박한 반찬을 해 보자. 두부와 청양고추를 넣어 얼큰한 청국장찌개를 끓이고 무생채를 무쳐야겠다. 그리고 어제 만든 달걀장조림을 곁들인다.  

 

 아, 이따가 두부를 살 때 조개 다시다도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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