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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선 Oct 27. 2024

양심

다수결의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양심이야

 나는 왜 우리가 이성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학교 친구들은 어느 누구도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데 말이다.

 

 "...... 하지만 때로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 때가 있어.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어떻게 처신하느냐 하는 건-- 이 사건, 톰 로빈슨 사건은 말이다. 아주 중요한 한 인간의 양심과 관계있는 문제야-- 스카웃, 내가 그 사람을 도와주지 않는다면, 난 교회에 가서 하나님을 섬길 수가 없어."      

 "아빠, 아빠가 틀리셨는지도 모르잖아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글쎄, 모든 사람들이 자기들이 옳고 아빠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돼."

 아빠가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지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 원칙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야."


 - 하퍼 리, <앵무새 죽이기>, 김욱동 옮김, 문예출판사, 2011, 199-200쪽





 양심은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바른말과 행동을 하려는 마음'이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넌 양심도 없냐?', '양심에 찔린다', '각자 양심껏 적으세요.' 등의 예문이 떠오른다. 

 언뜻 생각해서 직장 생활에서 양심을 거론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지만 매사가 양심과 관련이 있다. 뜻풀이 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일도 많고 바른말과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직장은 코워크가 기반이라 팀십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하는 일은 없고 다 같이 결과를 도출하는 일이라 서로의 합이 성과를 좌우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다른 동료가 도와줄 수도 있고 다른 동료의 몫을 내가 거들어야 할 때도 있다. 부당한 일에 맞닥뜨릴 수도 있고 전체의 이익을 고루 나눠야 할 때도 있다. 

 모든 순간에 우리의 양심이 작용한다. 그러려면 일단 측정기인 나의 양심이 질 좋고 흠 없는 상태여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에 나 자신과 주변, 사회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책이나 다른 사람을 통해 많이 듣고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바른 잣대가 정립되지 않는 상태에서 양심을 가동할 수는 없다.  

 옛날이야기가 하나 있다. 한 아들이 홧김에 아버지를 살해했다. 사또는 아들을 잡아들여 문책했지만 아들은 자기 잘못을 전혀 몰랐다. 왜 아버지를(사람을) 죽이면 큰 죄가 되는지 자체를 모르는 무지의 상태였던 것이다. 곰곰히 생각한 사또는 아들을 벌주는 대신 글을 가르치고 사람의 도리와 인간성에 대한 공부를 하게 했다.

 몇 년 후 아들은 스스로 사또 앞에 나와 죄를 고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자기가 큰 죄를 지었으니 죽여달라고 빌었다. 그제야 사또는 아들에게 마땅한 벌을 내렸다. 

 

 양심이 없는 상태에서는 인간다운 결정을 할 수 없다. 내 양심을 먼저 성장시켜 스탠더드 한 양심에 부족하지 않게 한 다음에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좋은 어른, 좋은 사회구성원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주어지는 자격증이 아니라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혼자 여러 방면으로 고찰하고 판단해야 얻어지는 자격이다.   

 

 리더와 조직원이 가져야 할 양심은 같다. 어떤 상황에서 발휘되는지의 차이만 있다. 더 높은 분 앞에서 조직원을 지켜주지 못하는 리더는 무능력한 리더다. 팀이 함께 하는 일에 살살 빠지고 핑계를 대고 책임을 남에게 돌리는 조직원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다.  

 회사에서는 개인의 탁월한 능력도 좋지만 길게 봤을 때는 인간적인 기본 -근면, 성실, 꾸준한 태도-이 가장 요구된다. 

 내가 속한 조직에서 살아남으려면 눈앞의 이익, 손해를 보지 말고 적당히 양보하고 내가 해도 괜찮은 궂은일은 자발적으로 하자. 내 PPT나 제안에 대해 자신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눈과 생각에는 다를 수 있으니 남들의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경청하자.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충실한 의견 제시를 하자. 이것이 나 스스로와 조직을 발전시킨다. 

   

 양심상 그저 대세에 슬쩍 묻어가는 팀원이 되지는 않아야 한다. 회사에 있다 보면 의외로 일을 하는 사람만 한다고 느낄 것이다. 

 일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회사가 굴러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그러나 내 눈에 일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만이 회사 업무는 아니다. 어린 시절에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공부만 시키고 슬슬 돌아다니며 참견만 하는 것으로 보였지만 교무실에서는 정말 바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예전에는 부장님 과장님이 퇴근하기 전에는 다들 눈치를 보며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지금은 신입사원이나 인턴이 제일 먼저 퇴근하는 일도 자연스럽다.

 그럴 때 아무렇지 않게 굿바이를 하고 나오기보다는 먼저 가서 양심이 살짝 움직였다는 표정이라도 짓는 것이 좋다.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먼저 일어나도 미안한 게 인지상정인데 일하는 동료들을 두고 먼저 일어나는 것이 아무렇지 않다면 너무한 것이 아닌가.   

 애티튜드의 문제이다.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은 지혜일 수도 있지만 양심을 거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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