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명선 Oct 27. 2024

아침 식사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

  육체는 수면 시간을 이용해 전날 먹은 음식을 소화시키므로 다음날 아침에 다시 음식을 가득 채우지 않아도 된다. 밤 시간 동안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으므로 몸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는 거의 없다. 

 음식은 덜 먹을수록 좋다. 기본적으로 필요한 양을 먹는 한 그렇다는 얘기다.  몸이 매일 푸짐한 아침 식사를 요구하도록 길들일 수도 있고, 아주 조금이나 전혀 먹지 않아도 되도록 길들일 수도 있다. 아침 식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 또한 아주 많이 먹는 것처럼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소로우*의 '가장 좋은 아침 식사는 아침 공기와 긴 산책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

 점심시간에 급히 샌드위치 한쪽과 음료수 한 잔밖에 먹을 여유가 없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이라면 우리와는 다른 식의 식사를 해야 한다. 아침 식사가 꼭 필요한 이들은 "선량하고 정직하며, 건강에 좋고 허기진 아침 식사"를 하기 바란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1862) : 톨스토이, 간디 등 많은 인물들에게 영감을 준 미국의 철학자, 시인, 자연과학자. 대표 수필집 <월든>.


- 헬렌 니어링, <소박한 밥상>, 공경희 옮김, 디자인하우스, 2004, 113-116쪽 중에서  



 20년 전 나는 한 층에 열두 집이 모여 사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다. 우리 옆집에는 내 또래의 여자가 남편과 아들 하나와 함께 살고 있었고 우리는 남편들이 출근하고 나면 가끔 만나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그가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했다며 기쁜 소식을 알려왔다. 나는 그가 늘 일하고 싶어 했던 것을 알았기에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고 그가 일하러 나가는 동안 어린 아들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함께 고민했다.

 다음날 그는 내게 하소연을 했다. 간호조무사가 되었다는 말을 전했더니 시어머니가 대뜸 '너 일하러 다닌다고 우리 아들 밥 소홀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축하한다거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자기 아들 밥 걱정을 하다니 너무나 서운했단다. 

 20년이 흐른 지금도 인터넷에 '아침밥'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되는 것이 '우리 아들은 아침을 꼭 먹어야 돼.'라는 시어머니의 대사라는 개그가 뜬다. 

 물론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아들만 생각하는 어머니나 그 아들 입장에서는 정말 그럴 수 있다. 30여 년 가까이 그렇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실 어머니가 아들 혼자 먹는 밥을 차려줬다기보다 그 아버지도 함께 매일 국과 밥으로 된 아침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세상사 무엇이든 습관 들이기 나름이라 새벽부터 일어나 차린 어머니의 아침밥상이 습관이 되었고 어머니는 그 습관만 생각하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 아들이 결혼하더니 30년 습관이 사흘 만에 바뀌었더라'는 말도 같이 떠돈다. 사랑과 현실의 힘은 30년 동안 아침을 든든히 먹던 남자를 사흘 만에 아침을 가볍게 먹거나 안 먹어도 되는 남자로 바꿀 수 있다.  

 

 성장기 아이들은 아침밥을 먹는 게 중요했다. 그 무렵은 뭐든지 워낙 잘 먹는 때이기도 하고 건강상의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아침잠이 많은 성장기에는 이른 아침에 강제로 일어나면 얼굴만 잠이 깬 상태인데 뭔가를 먹고 씹어야만 식도와 위와 장이 움직이고 그래야 몸 전체가 깨어나 활동을 시작한다고 들었다. 아침에 얼굴만 깨서 학교에 가면 아침 자습 시간에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자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배가 부르면 더 푹 잘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자습 시간에 공부 안 하고 잘 거라면 아침을 먹고 자는 편이 엄마들에겐 나았다. 집에 있는 엄마로서는 별 이유 없이 애들의 아침밥을 걸러서 학교에 보낼 수는 없었다. 다행히 다른 반찬 고민할 필요 없이 냉동 대패 삼겹살을 몇 조각 꺼내 구워 주면 그 아침에도 눈을 반 감은 채 밥 한 공기를 다 먹고 가는 게 중고등학생들이었다.  


 직장인은 다르다. 성장기 청소년도 아니고 엄마가 깨우면 차려준 밥만 먹고 나가는 상황도 아니다. 바쁜 아침에는 밥을 먹기보다 잠을 더 자거나 출근 준비에 더 신경을 쓰겠다는 직장인들이 많다. 어머니 슬하에서 30년 간 아침밥을 먹어 온 남자도 똑같이 출근하느라 바쁜 아내와 공평하게 밥을 스킵하게 된다. 아침밥을 먹고 안 먹고 어떻게 먹고의 문제는 사람마다 달라서 정답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자기만 괜찮다면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말하려 한다. 아울러 성인 자녀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에 부모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회사에 따라 아침식사를 유료 혹은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있어서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고 점심시간도 12시부터가 아닌 11시 30분부터 시작하는 곳들도 있다. 만약 30분 당겨진다면 오전 집중근무시간만 지나면 바로 점심시간이라 아침식사의 역할이 줄어든다. 

 보기에 따라 매우 중요할 수도 있는 아침밥의 문제에 대해서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건강식으로 대유행하는 CCA(양배추, 당근, 사과) 주스 한 잔으로 충분할 수도 있고 입으로 음식을 씹으며 잠도 쫓고 기력을 차려야 할 수도 있으므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본다.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아도 어떤 아침밥이 내게 가장 잘 맞는지 파악이 된다. 두 부부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았던 니어링 부부처럼 간단한 과일이나 주스만 먹는 아침이 맞을 수도 있고, 소로처럼 산뜻한 아침 공기가 아침밥으로 딱 맞을 수도 있다. 


 학자에 따라서는 사람의 장기는 취침 동안 일을 하는 대신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음식이라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아침을 먹지 않는 편이 건강에 더 좋다고 주장한다. 어제의 저녁식사 이후로 다음날 점심식사까지 공복이 유지되면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이 된다는 것이다.

 아침잠이 많은지 저녁잠이 많은지, 일찍 일어나는 편인지 늦게 자는 편인지 등 본인의 패턴에 따라 아침밥의 방식을 정한다. 추후에 얼마든지 바꿔서 시도해 볼 수 있으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빈 속에는 너무 차갑거나 산도가 높은 음식은 먹지 않는 게 좋다. 너무 차거나 신 음식은 위에 부담을 주고 통증까지 유발하기 때문이다. 


 아침밥을 먹고 안 먹고 자체를 큰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을 먹기 전까지 내 컨디션을 가장 좋게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섭취하기 쉬운 먹을거리를 찾아 습관으로 정착하는 것이 좋겠다. 


    


     

    

    

    

 

                     

이전 04화 양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