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연봉을 엄마에게 알리지 마라

(안 알려줘도 좋으니 용돈만 주세요)

by 이명선


아들과 사위가 둘 다 삼전맨인 선배를 만났다. 삼전의 자랑인 인센티브 얘기를 하다가 선배가,

- 아들이 얼마 버는지는 모르고 사위가 얼마 버는지는 잘 안다는 게 딱 맞는 말이야.

라고 했다.

딸은 남편이 이번에 인센티브 많이 받았으니 엄마아빠 좋은 거 사준다고 저 자랑하는데 며느리나 아들은 인센티브의 '인'자도 입에 올리는 일이 없단다.


'아들 월급은 모르고 사위 월급은 안다'는 말이 중년 엄마들에게 공감대를 얻는 것은 일반적으로 그런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은 아들딸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고 미혼이냐 기혼이냐의 영향도 클 것 같다. 지금은 내 월급 얼마에 저축이 얼마, 지출이 얼마라고 시시콜콜 엄마에게 말하는 아들딸도 결혼하면 입을 닫을 공산이 크다.


2년차 직장인인 나의 큰딸은 아들이 아닌데도 자기 연봉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이번에 연봉이 올라서 좋다는 말만 하고 그래서 얼마나 올라 얼마를 받는다는 건지 안 가르쳐 준다. 장난인 줄 알았는데 정말로 안 가르쳐 준다.


자기 집 근처에서 맛있는 빵은 잘 사 온다.



내가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중반에는 월급봉투에 현금을 넣어서 받았고 봉투에 새겨진 각 항목에 손글씨로 숫자가 일일이 적혀 있었다. 총무과 직원들은 글자도 예쁘게 잘 썼다.

그랬다가 통장 입금 방식으로 바뀌고 프린터로 출력한 명세서를 따로 나눠주었다. 월급봉투가 사라지자 기혼인 대리, 과장님들이 마누라에게 돈 봉투 갖다 주며 생색내는 기분이 없어졌다고 투덜댔었다.


요즘 맞벌이 부부들은 각자 월급 통장 관리를 하고 생활비 등 공통 지출은 똑같이 나눠하는 철저한 부부별산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남편 자신보다 더 남편의 월급날을 기다리는 나에게는 실로 매콤한 충격이었다.

이거, 너무나 멋진 여성들이 아닌가.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 순위를 매기자면 돈은 사실 1위도 2위도 아니라고는 하지만, 내가 일해서 번 돈을 내 맘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은 어렵고 중대한 권리이다.

엄마에게 연봉을 알리지 말라고 유지를 남기고 돌아가신 조상이라도 있는지, 지 연봉을 비밀로 하는 내 딸도 내 생일에는 자기가 번 돈으로 선물을 사 줄 테니 여간 멋진 여성이 아니다.


그 멋진 여성을 내가 만들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우리집 Z세대 직장여성이 자기 자리라며 보내줬던 사진





얼마 버는지 엄마에게 말 안 해도 좋으니, 기본적으로는 즐겁게 일하고 때로는 좀 힘들더라도 참고 일해서 쭉 돈을 벌길 바란다.


그래야 언젠가 회사와 일이 참을 수 없이 싫어지는 때, 돈에 매여 주저앉지 않고 다른 것을 찾아 떠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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