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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랭 3 스타, Les Amis @싱가포르

와이프 생일 기념, 완벽한 식사

by 정대표

모처럼 와이프 생일을 맞아 근사한 식당을 찾아 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그래서 찾은 Les Amis. 1994년에 문을 열었다는 이 레스토랑은 2019년 미슐랭 3 스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는 1시 예약을 했고, 예약 시간 10분 전 도착하여 자리에 안내받았다. 역시 주말이라 거의 모든 테이블이 손님을 이미 맞이하고 있었다.




와인을 한잔씩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니 아뮤즈 부쉬가 나왔다. 사실 아뮤즈 부쉬로 세 가지나 나왔는데 마지막 것만 사진을 찍은 게 조금 아쉽다. 오이로 만든 젤리 위에 토마토를 갈아 올렸다. 오이를 좋아하는 내게는 맛보지 못했던 신선한 맛이었으나 오이향을 좋아하지 않아 와이프는 토마토 부분만 맛을 보았다.



드디어 첫 번째 음식, 얇고 차가운 파스타면 위에 캐비어와 트러플을 얹었다. 재료 자체로도 아주 호사스럽지 않을 수 없는 음식, 약간 톡 쏘는 맛과 어디선가 맛본 듯한 그런 맛의 조화인데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그런 맛이었다. 어디선가 맛본듯한 그 맛은 다시마에서 나온 맛이었다.



다음 음식은 조개관자 위에 오징어 먹물 크리스피를 올린 음식이었다. 어디선가 맛본듯한, 그런 맛이었으나 역시 조개관자는 맛이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메인이다. 나는 가자미 요리를 시켰는데, 난생처음 생선 요리에도 육즙이란 게 있을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살짝 익혀 팬에 구운 것 같은데, 담백한 흰 살 생선의 맛을 느끼게 하면서도 소스에서 프렌치 음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요리의 정점이라 나 스스로 평가한 디저트가 나왔다. 모양도 이쁘지만, 처음 저 설탕으로 만든 알을 깰 때 그 소리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사각’ 아주 기분 좋게 갈라지는 소리가 나는데, 대체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소리로도 미각을 흥분시킬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한 디저트. 이 알을 깨면 상큼한 셔벗이 나오는데, 색깔도 아름다웠지만, 설탕 껍질과 너무 잘 어울렸다.




중간중간에 빵도 서브가 되고, 디저트도 주문한 것 외에도 셔벗, 그리고 초콜릿 등이 따로 나온다. 이렇게 메뉴 외에 서브가 되는 갖가지 음식이 다 특색이 있었다. 괜히 3 스타를 받은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모처럼 부부가 데이트를 했는데, 너무 완벽한 식사를 한 것 같아 뿌듯했다. 무엇보다 지금껏 맛보지 못한 그런 맛을 경험할 수 있어 좋았다. 익숙한 것을 먹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끔은 새로운 맛을 경험하는 건 정말 멋진 일 같다. 가격을 생각하면 자주 오긴 어려운 곳이니 좋은 날 기념으로 다시 한번 방문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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