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결국 내 몫
어릴 적 스포츠를 좋아했습니다. 스포츠 선수 출신 아버지 덕에 어느 정도 좋은 자질을 타고났던 것 같습니다. 농구, 축구, 달리기 등 가리지 않고 즐겼고, 또래에서는 꽤 월등하게 잘했었더랬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만을 좇아서 살 수 있는 상황이 갖추어졌다면 스포츠 선수로 성장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10살 무렵 육상부 선생님 눈에 띄어 육상 대회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대회에 나가기 위해 나름 연습도 열심히 했습니다. 연습대로 대회에서 기량을 발휘하면 입상권에 들 수도 있는 실력이 되었지요.
기대하던 대회 날 아침, 운동화를 신고 나가려는데, 수업을 빠지고 대회에 나가는 게 못마땅하셨는지 어머니가 꾸중을 하셨습니다.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일 하러 가는데, 믿던 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으니 발을 떼지 못하고 그 좁은 현관에 서서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무엇을 잘못했길래 저는 꾸중을 들었던 걸까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걸 보니 꽤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마흔이 훌쩍 넘고,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 되어보니 지금은 왜 어머니가 그러셨는지 알 것은 같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요.
최근 상담을 받으면서 상담가 선생님 나눈 에피소드입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쭉 듣던 상담가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10살의 깜작가에게 하시고 싶은 말은 없으세요?
그 순간 굿 윌 헌팅에 나오는 로빈 윌리엄스의 유명한 대사가 떠올랐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상처가 있는 윌에게 상담가인 숀이 이야기 하지요.
It is not your fault
이 이야기를 듣고 윌은 황당한 표정을 윌은 짓더니 이내, 반항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숀이 다가가서 다시 한번 이야기합니다. "It is not your fault". 무슨 소리냐고 윌이 이야기합니다. 그때마다 거듭 숀이 이야기합니다. 이내 윌은 그 말의 진의를 깨닫고 오열하기 시작합니다.
10살의 저는 그 자리에 서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한참을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도 10살의 저에게 같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입에서 떼기가 쉽지 않더군요.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습니다.
잘못한 것 없어. 괜찮아. 대회 가서 잘하고 와.
의도치 않게 상처만 남을 뿐이지요. 그리고 이 상처는 치유되어야 합니다. 때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자기 자신을 보듬어 주는 건 본인의 몫입니다.
그날, 그 현관에 서 망설이던 10살의 제게 다시 한번 괜찮다고 이야기해 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10살의 저를 꼭 안아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