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에 바쁜 출장 스케줄을 가지고 있는 W 대표라 출장이 미뤄질 뻔도 했지만, 원래 일정대로 싱가포르에 방문키로 했다. 이 출장에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W가 싱가포르에 대해 가진 기대치를 파악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첫 일정으로 사무실로 눈여겨보고 있는 한 공유 오피스를 방문했다. 생각보다 시설은 좋다면서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간단한 투어가 끝나자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W 본인이 해왔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스타트업의 '지사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내가 지금까지 대기업에서 했던 일은 일 년에 내가 맡고 있는 직무 안에서 몇 가지 목표를 가지고 일을 했다면, 스타트업의 지사장은 한 법인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책임져야 했다. 지금까지 해온 법인 설립뿐 아니라 유지를 위해 필요한 회계 처리를 해야 한다. 직원을 뽑고 그들의 월급을 주고 함께 성과를 내야 하고, 나 스스로 현장에 뛰어들어 세일즈 성과도 내야 한다. 어떤 직원을 뽑고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지도 내가 결정해야 한다. 하다못해 첫 제품을 들여오는 일 역시 프로세스 하나하나 셋업 하며, 첫 제품을 사용할 곳을 나 스스로 찾아야 한다. 첫 제품을 사용할 곳을 찾아다니려면 명함도 필요하다. 큰일부터 사소한 일까지 다 내 손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미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무슨 일부터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어떤 일을 시작한다면 어떻게 일을 할지 생각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 같았다. 물론 이런 일을 먼저 해본 W 대표에게 조언을 받으면 시간을 단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10년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고, 그 중간 단계로 지사장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10년간 내가 찾아왔던 Dream Job이 내 앞에 떨어졌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질 불확실성에 아주 조금의 불안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 기대감이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