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통

by 정대표

성장해야만 하는 조직에 들어와 일해보니, 여기저기에서 조직의 성장통이 느껴진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느낀 걸 몇 가지 이야기해 본다.



의사결정이 느리다


놀랍지만 사실이다. 이제 막 직원수 세 자릿수를 넘긴 회사라 의사결정이 빠르고 agile 하게 움직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시스템 혹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기로 움직이는 조직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 사람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대기업에 비하면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생기는 일. 그리고 그 역량에 기대야만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좋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 그걸 알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쉽게 할 수가 없고, 오히려 결정을 미루기도 하니 당연히 일 진행속도가 느려진다.



의사 결정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


아직까지 굉장히 성공한 회사라 하지만, 수십 년 혹은 수백 년을 생존해 온 회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긴 하다. 그럼에도 내가 과거 회사에서 보아왔던 리더들의 의사 결정 퀄리티와 지금 회사의 퀄리티를 보면, 당연히 후자가 떨어진다. 물론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때문에 좌충우돌하며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고, 조직 안팎으로 리더들의 평판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조직이 산만하고 체계가 없다


의사결정이 느리고, 의사 결정 퀄리티가 좋지 않은 건 산만한 조직 체계가 한몫을 한다. 나름 조직을 꾸려가고 있지만, 역할과 권한이 명확할 수 없다. 때에 따라 역할과 권한이 변하기도 하니 조직이 산만한 건 당연하다. 게다가 그 조직을 받쳐줄 매니저급 채용이 어렵다 보니 하후 상박의 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조직이 힘을 쓴다면 그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성장하고 있다. 주요 고객들로부터 경쟁사 대비 훨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제품도 최근에 내놨다. 이런 일은 어떻게 가능할까?



리더 한두 사람의 개인기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개인기가 천명이 넘고 만 명이 넘는 조직에서는 힘을 쓸 수 없지만, 작은 조직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개인기는 그만. 조직의 힘으로 성장할 수 있게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개인기 의존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을 같이 키워줄 매니저급 인재를 영입하면서 현재까지 성공으로 이끌었던 개인기를 접고, 더 많은 인재의 역량을 믿고 조직이 성장할 수 있게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이 조직의 누구도, 그리고 어떤 인재를 영입한다 해도 지금 우리 회사가 처한 문제를 한 번에 풀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새로운 문제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판매하기 때문에 당연한 일. 따라서 같이 배워가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새로운 문제를 새로운 시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풀어가는 여정이 녹록할 리 없다.



개인적으로 직장 생활 20년 만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적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적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 상황이 날 더 성장하게 만드는 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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