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방문할 때면 주로 영입 후보자들과 식사를 함께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라면 술자리를 갖게 되는 일도 흔한데, 그럴 때마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집요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나는 해외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 본 경험이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 테크 제품을 B2B로 해외에서 세일즈 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있다 해도 모르는 사람을 검증하기도 어렵다. 그렇기에 적합도가 80% 이상이라는 판단이 서는 ‘진짜’ 후보자를 만나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일 뿐, 이미 안정적인 회사에 잘 다니는 사람에게 막 투자받아 제품을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으로 옮기라고 권유하는 일은 애초에 쉽지 않다. 아이템도 좋아야 하고, 급여도 만족스러워야 하며, 주식 보상 등 다양한 조건도 맞춰줘야 한다. 동시에 집요한 설득 과정이 필수다. 한 번, 두 번 만에 끝나지 않고, 필요하다면 열 번이라도 만나야 한다. 평소 쿨하다는 평을 듣는 내가 ‘질척거린다’ 싶을 정도로 끈질기게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런 집요한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집요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계속해서 후보자의 곁을 맴돌고, 그들이 우리 회사에 올 이유를 끊임없이 제시하고, 회사의 비전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예전과는 다른 질척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원래 나는 이런 스타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쿨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이다. 하지만 창업자로서 회사를 키우려면, 이런 집요함은 필수적인 자질이 되었다. 최근 만난 후보자들은 우리 회사가 제시하는 가치보다는 자신의 비전을 더 깊이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도 나처럼 인생의 큰 결정을 앞두고 심사숙고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집요함, 혹은 질척거림이라 부를 수 있는 이 태도가 창업가로서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싫지 않다. 누군가는 “쿨한 사람이 왜 이렇게 집요하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질척거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것이 창업자로서 내가 선택한 길이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