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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4. 2023

기죽지 말고 살아봐.

나태주. 풀꽃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나도 그래.>

이 시에서의 말하는 이는 언제나 기죽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며 자신의 주장을 맘껏 펼치며 살아가는 사람인 거 같았어요. 반면 이 시를 쓴 시인은 그 반대인 것 같다고 느꼈지요. 자신이 그런 사람이기에 이런 시를 쓴 것이고 이것을 통해 ‘시인’ 자신뿐만 아니라 어디선가 기죽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서서 공감해주고 용기를 주고 싶었던 거 같았어요. 저 또한 이 시를 읽고 조금은 당당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듯한 기분과 함께 힘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시 구절 주에 하나인 ‘기죽지 말고 살아봐’가 인상 깊게 남았는데요. 마치 지금 저에게 해주는 말 같았어요. 세상을 살다가 보면 많은 압박감에 움츠러들고 기죽어가는 일은 정말 흔한 일인데 그런 세상에서 기죽지 말고 살라니 얼마나 힘이 되는 말일까요...? 저의 주변에 있는 삶들은 흔히 저를 주눅 들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으면 당당하다고 얘기 합니다. 또 어떤 때에는 ‘너의 당당함이 정말 부러워’라는 소리도 들어본 적 또한 있죠.. 하지만 저는 절대로 제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감정에 쉽게 휘둘리며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반응이 없거나 시큰둥 해버리면 바로 힘이 빠지고 주눅 들어 버리거든요. 하지만 이런 나를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준 주변인들에게 참 고마울 뿐이에요. 그래서 저에게는 이 구절이 정말 와닿고 힘이 되는 구절이였어요.     


<이 시는 마치 내 얘기 같았다.>

정말 최근에 내 자신이 이렇게까지 겁쟁이였던가?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우연히 학생회장단 선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작년부터 과대표에 관심도 많았고 계속 하고 싶다고 꿈꿔왔던지라 호기롭게 도전을 하기 위해 학기 초부터 공약은 뭘 할지 조사하고 다녔었는데요. 하지만 후보자 등록 신청서를 작성하는 첫날부터 삐그덕대기 시작했어요. 같은 반 학생회 친구가 이미 과대표가 된 것 마냥 여론이 휩쓸려갔기 때문이에요. 나보다 잘난 사람을 봤을 때의 열등감도 다들 흔히 느껴봤을 거에요. 제가 그때 딱 그랬거든요. 그래서 핑계 아닌 핑계를 대자면 쉽사리 도전을 하지 못했어요. 하려고 해도 이미 제 주변의 친구들은 그 학생회 친구에게 후보자 추천 싸인을 완료한 후였고 인지도도 없고 학생회도 아니였던 제가 그 친구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해서도 겁이 났. 한 마디로 그냥 도망쳐버린 셈이다.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 과부장 선생님께서 부르셔서 출마하라고 저에게 용기를 주셨고 저는 그냥 한 번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당장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필요한 서류를 다 받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이걸 어떻게 단 3시간 만에 다 채워...?’ 라는 생각도 들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요. 그래도 이미 받았는데 뭐 어째. 한 번 해봐야지. 라는 마인드로 한 칸, 한 칸 채워가기 시작했어요. 선생님들을 비롯하여 학생 30명의 싸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이미 제 친구들은 싸인을 했기 때문에 무작정 펜과 종이만 들고 1학년 층과 3학년 층을 돌아다니며 싸인을 받았어요. 거의 뭐 미션 임파서블 급의 긴장감이였죠...ㅋㅋ 1학년 층에서는 아직 과대표 후보 등록도 못 했는데 “과대 임희정, 과대 임희정!”을 외치는 친구들 덕분에 쪼금 창피했어요. 그리고 나름대로 열심히 출마동기도 적고 칸을 하나하나 채워나갔어요. 제출 시간도 늦고 빈 칸도 많았지만...

진00 선생님께서 담당 선생님이 퇴근하시려는 것을 붙잡아 겨우 제출했지만 담당 선생님께서는 ‘안 될 가능성이 높을 거고 그래도 너의 용기에 칭찬한다. 다음에도 만약 이런 일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라.’ 등등의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였는지 이런 제가 한심해서인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어요. 아직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 어쩌면 제가 그냥 울보인 걸 수도 있지만요... 저는 당연히 안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이제야 준비를 시작한 저와는 다르게 다른 지원자는 이미 준비가 완벽했으니까요. 결국은 후보자 등록도 하지 못하고 허무맹랑하게 끝나 버렸어요. 아쉽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당연한 결과였기에 인정하기로 했어요.

이후 내 주변인들과 선생님들께서는 하나같이 왜 진작에 도전하지 않았냐는 소리를 하셨어요. 나는 아무 말 못했지만 이 일로 인해 얻은 교훈이 있어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일단 도전한다는 것이에요. 저는 항상 할가 말까 망설였던 적이 많은데 이번 기회를 통해 더욱 뼈 저리게 느꼇거든요. ‘망설일 시간에 먼저 도전 했다면 지금쯤 결과는 달라져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도 늦게 남아 용기를 냈기에 후회는 없었어요. 나중에 저에게 이런 기회가 한 번 더 찾아온다면 저는 반드시 도전할 거에요. 도망치지 않고, 기죽지 않는 사람이 될 거에요. 저는 이 일로 제 자신이 한 층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또 저에게 용기를 주신 학과부장 선생님과 친구들, 후보자 등록 서류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주신 진00 선생님, 그리고 저에게 아낌없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 담당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내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으니 앞으로는 그 사람들의 응원에 보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혹시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나요? 있다면 당신은 참 잘 살아오신 거예요! 없다면 내가 먼저 그들에게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보세요. 그럼 언젠간 여러분들의 곁에도 여러분에게 위로를 주고 응원을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을 거예요.     


<20년 후의 나에게>

안녕? 난 20년 전의 18살이였던 ***이야. 오늘은 내가 20년 후의 ***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이 글을 쓰고 있어. 20년 후에는 아마 내가 너에게 이런 글을 썼다는 것 자체를 잊고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거야. 나태주 시인의 ‘풀꽃3’을 기억하고 있니?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너는 지금 기죽지 않고 살고 있어? 고등학생이었던 너는 매순간이 기죽었던 거 같은데... 성인인 너는 좀 다르니? 아마 넌 꽃까지 잘 피우고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더라도 머지 않아 꽃을 피울 거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아.

작년에 나는 매일이 기죽어 있었어. 초반에는 그냥 공부가 하기 싫어서 선택했던 학교고, 과였는데 실습 때마다 칭찬을 받아서 ‘아무래도 나 조리에 재능이 있는 건가?’ 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점점 뒤쳐져 가는 내 모습을 보면 우울해 했었지. 내 자존감이 바닥을 친 건 아마 학식 방과후 때부터 였을 거야. 모든 아이들이 두 품목을 완전히 수행해내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나는 그러지 못 했으니까... 어느 날은 화양적이랑 두부젓국찌개를 했는데 나 혼자만 화양적 하나를 제출 했었는데 심지어는 그날 선생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었어. “너는 혼자만 하나를 제출했으면 작품을 가져와야지. 이게 뭐야?” 나는 그 날 방과후를 마치고 집에 가는 버스에서 생각했지. ‘지금이라도 편입을 해야 하나...?’ 슬럼프? 번아웃? 아무래도 그런 게 왔던 거 같아. 한국조리 실습 하는 날만 되면 학교가기 싫었고 도망치고 싶었던 게 아직도 생생해.

그 이후로는 어는 시점을 기점으로 다시 자신감이 생기게 됐는데 그게 아마 칠절판이랑 북어조림이였나? 처음으로 두 품목을 완전히 수행해내고 칭찬까지 들었었는데! 그러고 나서 마지막 날까지 칭찬 받고 실기까지 원패스로 합격해서 극복해낸 줄 알았어. 2학년에 올라가니까 양식이라는 것을 처음 배웠는데 한식과는 너무 달라서 당황스럽고 너무 어려워. 생소한 용어들의 연속이고... 역시 위기는 언제나 찾아오는 것 같아. 지금이 아니더라도 내가 3학년이 되고 성인이 돼도 아마 위기는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지금의 너, 그러니까 20년 후의 나도 수 많은 위기들을 이겨내고 지금의 너가 되었을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시련의 연속일 거야. 난 네가 이 시련들을 모두 이겨내고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거라고 믿어. 아직 넌 어리고 더 어려운 일이 많을 거고 더 힘든 일도 많을 거야. 때론 무너지고 넘어지기도 하겠지. 하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더 성장해나가면 돼. 누구나 무너지고 넘어지기 마련이야.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지. 누군가는 잠시 쉬면서, 또 누군가는 더 바쁘게 움직이면서 각자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이겨내겠지. 난 네가 너만의 방법을 찾고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

지금의 바보같은 모습을 한 네가 아니라 더 성장한 모습으로 위기를 맞이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 네가 살면서 힘들 때, 우울할 때, 속상할 때, 혼자 같은 기분이 들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 친구나 부모님과 싸웠을 때, 상사에게 모진 말을 들었을 때, 옛날이 그릴 울 때, 울고 싶을 때, 엄마 혹은 아내라는 무게가 감당하기 힘들 때, 위로받고 싶을 때,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 네 앞에 놓인 일이 두려울 때, 망설여질 때, 주눅 들 때, 모든 것이 하기 싫고 귀찮아질 때, 나만 불행한 거 같을 때,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울 때, 낙담할 때, 억울할 때, 쓸쓸할 때, 내 분에 내가 이기지 못할 때 네가 언제든지 이 편지를 읽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어. 언제나 나는 너의 편이야. 네 자신을 더욱 아끼고 가꾸어 줘. 나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고 아껴줄 사람은 나뿐이라는 거 잊지 마. 네가 널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해줄 수 없고 사랑 받을 수 없어.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인 거 알지? 꺾여도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 돼.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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