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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5. 2023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나태주. 오늘의 약속.

덩치 큰 이야기, 무거운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조그만 이야기, 가벼운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아침에 일어나 낯선 새 한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든지

길을 가다 담장 너머 아이들 떠들며 노는 소리가 들려 잠시 발을 멈췄다든지

매미소리가 하늘 속으로 강물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을 문득 느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남의 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서로의 이야기만 하기로 해요

지나간 밤 쉽게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든지

하루 종일 보고픈 마음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했다든지

모처럼 개인 밤하늘 사이로 별 하나 찾아내어 숨겨놓은 소원을 빌었다든지

그런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안녕 남편 난 10년 전 **야.  내가 시 하나를 소개해주려고 해.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의 오늘의 약속이라는 시야. 굳이 이 시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남편에게 말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들어 있는 것 같아서 이 시를 남편에게 소개하게 되었어.     


-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아 방에서

일단 이 시 속의 말하는 이의 대해서 말해줄까 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깊은 밤 잠이 오지 않아 방에서 홀로 멍을 때리는 그런 모습이 먼저 생각났어.  시 속에서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고,보고픈 맘이 떠나지 않아 가슴이 뻐근해도 우리들의 이야기,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자 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무언가 자신의 수면 까지 방해 할 만큼의 큰 그리움과 고민이 있어보이지만 지금 당장 내 옆에 있는 내 주변 이야기에 집중하자 라는 맘을 다잡으며 그립지만 그 감정은 한편으로 두고 계속 그 감정을 이겨 나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거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게 나는 감정에 엄청 끌려가는 스타일이라 한번 속상하거나 그립거나 외로우면 그 감정에 약간 지배 당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엄청 받는데 이 시 속의 말하는 이는 그 감정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그 감정을 인정하되 그것보단 우선시인 내 옆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맘을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어.     


- 물들어 가는 색
 시 속의 말하는 이의 성격,가치관에 대해서 말해봤으니 이 말하는 이의 생김새랄까 겉모습은 어떨지 생각해봤거든. 내가 또 미용인이잖아~ 일단 나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보고 싶어. 하나는 어둡고 잠이 오지 않고 가슴이 먹먹하고 아플 때 또 하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이렇게 두가지로 나누고 싶은데 일단 맨 처음에 말한 상황에서는 무채색이 잘 어울리는 감정들 같았어. 우울하고 어둡고 그런 상황과 잘 맞는 채도도 명도도 낮은 그런 색감들. 머리 스타일 또한 축 처진 생머리일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후에 말한 상황에서는 마냥 알록달록한 색이 아닌 무채색 베이스에 한 두가지 정도 색감이 추가 된 옷을 입었을 것 같아. 무채색이 왜 안 사라졌을까 궁금하지? 내가 생각하기론 물론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고는 있지만 쨋든 마음 한 구석엔 그 외롭고 보고싶고 그리운 마음이 분명은 존재할 것 이라고 생각했거든. 무채색을 아예 극복하진 못 하였지만 중간 중간 용기를 내서 채도도 명도도 높아진 색감들로 점점 그 무채색들을 물들여 갔으면 좋겠어. 물론 그 무채색이 영원하더라도 그 색을 인정하고 나의 감정의 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말하는 이의 성격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과 상상들을 할 수 있는게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      


- 시간이 많지 않은걸 우리는 잘 알아요

특히 내가 이 시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가 있었는데 그건 ‘실은 우리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걸 우리는 잘 알아요’ 이 부분이었어. 내가 느끼기에 이 시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한 시구가 아닐까 싶었어. 우리들은 대부분 이미 다 알고 있어. 이미 떠나간 것을 그리워 할 시간에 내 사람,내 것들을 더 챙기는 것이 좋다고. 대부분은 잘 알고 있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그게 쉽지만은 않지. 뭔가 내 옆에 있는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 할 것 같다는 생각들을 기본적으로 하고 있잖아. 그래서 더 지키기 어려운 것 같아. 근데 저 시구를 읽었을 때 나는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어. 그래서 한번쯤은 남편도 저 시구를 읽어봤음 좋겠어.     


- 못 잊을 것 같은 경험

예전에 나랑 헤어졌던 일 기억나? 미래의 남편은 10년도 지난 일 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려나? 난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계속 못 잊을 것 같은 경험이었다? 내가 원래도 친구들과 연락을 많이 하고 많이 만나는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론 만났었는데 남편이랑 사귈 때 남편에게 집중 할 시간조차 부족해서 친구들은 다 재쳐두고 남편에게만 몰두 했었거든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나를 빼고 만난다거나 나에게 말도 없이 자기들끼리만 놀고 그랬었어. 그럴수록 난 더 친구들과 안 만나기 시작했고 그러다 우리가 헤어졌을 때 울면서 친구들에게 말하니까 한 친구가 만나자고 하더라 자기가 밥까지 사줄테니까 일단 나오라고 그 친구는 울면서까지 나를 위로해줬고 나는 정말 고마웠어. 그때 드는 생각이 나는 이 친구가 힘들었을 때 뭘 해줬었지? 너무 받기만 하는 건 아닌가? 많은 반성을 하고 친구에게 사과했어. 그러고나서 우리가 다시 잘 되었을 때 생각 해보니깐 그 친구 입장에선 위로 해준 것이 조금은 후회도 되고 허무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에게 괜스래 미안하다고 말을 하니까 그 친구는 괜찮아,알겠어도 아닌 너가 다시 행복해진 것 같아서 난 좋아 라고 하는거야. 가족도 아닌데 말이지. 그때 정말 내 옆에 소중한 사람들 잘 챙겨야겠다고 맘 먹었던 것 같아. 물론 그때 남편과 헤어졌을 때 내가 조금 못난던 거 혹은 아쉬웠던 거 엄청 반성하면서 남편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니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어.그래서 내가 이 시를 고른 이유 또 하나가 바로 내가 경험해보고 느낀 생각이 담겨있어서 더욱 알려주고 싶었어.     


- 환승연애

남편 혹시 예전에 환승연애라고 방송했었던 거 기억나려나?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엄청 인기거든 나도 뭐 정확히 본건 아니지만 대충 내용이 예전에 오래 사귀었다가 헤어진 커플 여러명을 두고 다른 짝을 찾을수도 있고 예전에 사랑하던 사람과 다시 잘 될수도 있어. 그 많은 커플들 중 난 해은이라는 여자에 대해 말 해보려고 해. 이 여자는 6년간 연애를 하던 남자가 있었어. 헤어진지 1년만에 만나서 미련도 남고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남자는 더 차갑게 밀어냈고 결국 서로 다른 짝을 찾아 갔어. 참 연애라는게 힘들구나를 다시 한번 느꼈거든. 연애라는게 어떻게 보면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무 관계없는 남인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그 마음뿐만 아니라 유지까지 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 그러기에 서로 더 잘해야 하고 맞춰야 하는거고. 분명 이 보다 더 맘 아프고 힘들게 헤어진 연인들이 많을거야. 전에는 마냥 이 소중한 사람이 내 옆을 떠나고 사라지는게 싫어서 헤어질거야? 내가 싫어졌어? 라고 말 할 시간에 사랑해 좋아해 라는 그 말 한마디를 하는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어짜피 헤어짐,이별을 내가 내 손으로 바꿀수는 없으니 미래에 지금의 순간을 떠올렸을 때 후회보단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 속마음도 다 말하고 하고 싶은게 있으면 다 해보려고 노력중이야. 지금의 남편도 느끼고 있으려나? 그러면 더 좋겠지만 아니여도 괜찮아. 이렇게 며칠이고 몇 달이고 하다보면 분명 남편도 내 마음을 알아줄거라고 믿어!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여태까지 이 시를 소개했던 이유들을 많이 소개했지만 확실하게 내가 이 시는 나에게,내 남편에게 얼마나 의미있고 소중한지,내가 우리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꼭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들 전달하고 이 글 마치려고 해. 고작 몇 주전에 나는 내 옆에 있는 소중한 물건, 혹은 사람들이 사라질까 여러번 확인하고 확인해도 불안했어. 그거 때문에 많이 울기도 했어. 물론 지금도 약간은 그런거 같기도 하고.. 근데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내가 사라질까봐 두려웠던 소중한 것들에게 집중을 못 하더라고. 앞에서도 강조 했지만 참 마냥 울고 속상해 하기에는 시간을 빠르고 기회는 두 번 다시 나에게 오지 않는걸 항상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싶어.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백개, 혹은 천개씩 감사한 것들을 쓴다는데 원래 난 그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 잘은 모르겠었어. 근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진짜 그런식으로 내 옆에 있는 것에 대해 사소한 것도 감사하게 여기니깐 예를 들어 남편이 나한테 말을 서운하게 나름 좋게 이해할 수 있겠더라. 그리고 맨날 봐도 질린다는 감정 없이 고맙고 보고싶고 그랬어. 우리가 혹시나 언제 또 이별할지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나중에 서로를 추억하고 떠올렸을 때 ‘그때 그렇게 할걸..’ 이 아닌 ‘그때 참 좋았었는데’가 될수 있길 바래. 시에서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처럼 만약 떨어져도 우울하게 지내기 보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우리 문학 선생님께서 그러셨거든 사랑은 당신은 언제든지 나를 떠날 수 있어야 한다고 그걸 듣자마자 쿵 하는 느낌이었어. 내 가치관에 엄청 영향을 주시기도 했고. 그전엔 마냥 내가 없으면 날 그리워 하고 맘 아파 했으면 좋겠었는데 진짜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내가 없어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어야 하는거 같더라고. 정말 멋진 말이지? 나 이거 처음 들었을 때 가족,친구들한테 싹 다 말하고 다녔었다?ㅎㅎ 암튼 우리 남편도 이 시 꼭 읽어봤으면 좋을 것 같고 남편이 이 시를 읽고나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경험들이 생각 났는지 꼭 말해줬으면 좋겠어! 나와는 어떤 생각의 차이가 있을지 너무 너무 궁금하거든. 읽어주느라 고생했고 오늘도 행복하고 의미있는 하루였음 좋겠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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