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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5. 2023

저도 엄마랑 아빠같은 좋은 사람으로

최영미. 24시간 편의점.


       1

언제든지 들러다오, 편리한 때

발길 닿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시동 끄고 아무데나 멈추면 돼     

거기 내가 있을게

꽃가마 없어도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밤새워 불 밝히며

기다리고 있을게     

       2

오늘은 어쩐지

불을 켠 채 잠들고 싶다     

해거름 술이 올라

내 안의, 내 밖의

살아 있는 것은 내게 맞선다     

아침이면 한없이 착해질

욕망도 당당히 자기를 주장하고

철 지난 달력이 넘겨달라 아우성

읽어달라 애원하는 저 거룩한 이름의 시집들

간절한 눈빛 외면한 채

단호히 더듬거리며 형광등 스위치를

내렸다 다시 올린다     

       3

언제든지 들러다오, 편리한 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아무데나 멈추면 돼

노동의 검은 기름 찌든 때 깨끗이 샤워하고

죽은 듯이 아름답게 진열대 누운

저 물건들처럼 24시간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을게, 너의 손길을

여기는 너의 왕국

그저 건드리기만 하면 돼

눈길 가는 대로 그저 한번, 건드리기만 하면 돼     

       4

오늘은 어쩐지

너를 기다리며 자고 싶다

철 지난 달력도

거룩한 이름의 시집도

뱃속의 덜떨어진 욕망도 한꺼번에 날 배반하는

가슴에 불을 켜고 자는 밤





편의점에 항상 진열되어 있는 물건처럼 너의 물건들도 어디 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 속은 현재 늦은 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는 시간에 자기 자신밖에 없는 방안에서 이 방안을 편의점이라고 하고 있는거 같다. 편의점이라고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이가 죽어서 혼자인데 그 사람이 그리워 그사람의 물건들이 편의점에 항상 진열되어 있는 물건처럼 너의 물건들도 어디 가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 편의점이라고 하는거 같다. 또 우리가 무엇이 필요하거나 틈만 나면 가는곳이 편의점인것처럼 너도 자주 이 방에 다시 와주면 좋겠다고 만약 계속 있는 것이 힘들면 왔다는것만 알 수 있도록 한번만 너의 물건을 건드려 달라고 부탁하는거 같다.      


엄마가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더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내가 이 시를 왜 굳이 부모님에게 전하려고 하는 이유는 많은것들이 있다. 우선 부모님이 젊은 나이에 나를 가지셨다. 특히 엄마는 딱 놀고 싶은 시기에 고생하시며 나를 키우시고 동생을 키우시느라 20대를 즐기지 못하시고 20대를 온전히 우리에게만 받치셨다. 그래서 어린 나이에 본인이 하고 싶은것들은 포기하시고 나랑 동생이 가고 싶은곳 하고 싶은거 사고 싶은것들을 절반 이상은 해주셨다. 그런데 어렸을땐 나랑 동생은 그게 당연하게 여기고 10개중에 하나라도 안해주면 항상 삐지고 그래서 부모님이 정말 힘드셨을텐데 힘든 내색 없이 항상 열심히 해주셨다. 

난 고등학교 들어가고 동생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을 때 그때야 엄마가 조금씩 자신이 하고 싶은걸 하셨다.아빠도 엄마가 여태까지 진짜 힘든걸 알아서 이것저것 해주려고 노력하셨는데 그때마다 엄만 10개중 하나만 하시고 계속해서 우리 위주로 해주셨다. 내가 사춘기때는 엄마랑 하루가 멀다하고 싸워서 엄마는 이렇게 힘든걸 털어 놓을곳이 없으셔서 혼자 감당하고 지쳐가셨는데 이제 내 사춘기가 많이 나아져서 엄마가 조금씩이 힘든걸 털어놓으셨다. 그때마다 난 마음속으로 우리엄마 진짜 힘들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엄마가 나도 이거 하고 싶고 저거 하고 싶다할때마다 난 해 이제 엄마가 하고 싶은 것 좀 해 라고 할때마다 엄만 돈없어 안돼 너네 해줘야지라는 말로 항상 거절해왔다. 그럴때마다 난 답답하기도 하고 엄마한테 미안하기도 했다 나 때문인거 같아서. 그래서 나도 하고 싶은것들 좀 포기도 하고 엄마랑 전 보단 많이 데이트도 하고 아빠한테 엄마가 하고 싶은것들을 몰래 말해 들어주게하며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엄마는 우리를 위해왔다. 솔직히 엄마가 계속해서 우리 위주로 하려는걸 이해 못하는건 아니었다. 하지만 20대를 포기하고 우리를 키워준 엄마가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더 엄마 인생을 살았으면 해서 더욱더 엄마에게 하고 싶은 것 좀 하라 그런거 같다.      


엄마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하자

또 이거랑은 상관이 있으면서 없는거 같지만 위에서 말한것처럼 엄마가 젊은 20대에 나를 키우시느라 꿈을 포기 하셨는데 그 꿈이 사실 미용사셨다. 그래서 엄마가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다. 그건 바로 내가 만약 미용을 진짜 열심히해서 미용실을 차리게 되면 엄마가 진짜 옆에서 같이 일하면서 도와주겠다는 내용이다. 엄마가 미용을 계속하지 못한 여한이 있으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거 같았다. 

내가 미용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것도 엄마 때문이다. 사실 중학교 3학년때 공부도 하기 싫어하고 관심있는것도 없었는데 그때 엄마가 그럼 그냥 미용이나 배워라하는 소리에 마음이 혹해서 바로 특성화고 가기로 결심했다. 다니면서 진짜 힘들기도하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 계속 있지만 엄마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하자라는 생각으로 버티며 또 엄마의 조언도 들으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이렇게 엄마가 나를 통해서라도 엄마의 꿈을 이루려고 하는데 50년 후에 엄마가 돌아가셨을때는 늦었지만 그때는 누구를 통해서하지 말고 자기가 직접 하고 싶은것들을 하고 포기 하지 말라고 이 시로 통해 전하고 싶었다. 또 누구를 위한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하고싶은거 다 하면서 살라고 만약 나랑 동생이 보고 싶을때는 언제 어디서든 계속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빠랑 같이 오라고 하고 싶다. 엄마 아빠의 물건들은 항상 청소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엄마 아빠는 몸만 와서 있다가 가라고 만약 있다가 가는 것도 힘들면 잠깐이라도 보고만 가라고 그리고 왔다는것만 알 수 있도록 건드리고 가달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한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건 나를 잊지만 말아달라고 전하고 싶다.     


너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시 속 구절 중  언제든지 들러다오, 편리할 때/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아무데나 멈추면 돼 라는 구절이다. 이 구절이 뜻하는것은 이제부터 너는 너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내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말해주는거 같다.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 그 이유는 나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해드리고 싶은 얘기라 그런 것 같다. 이 얘기를 하고 싶은 이유는 위에서 말한거랑 같다. 살아계실 때 평생을  나랑 동생위주로 해주시고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것들은 우리를 위해 반 이상은 포기하셨을거고 특히 어렸을때는 나랑 동생 둘다 맞춰 주시는게 보통일이 아니셨을텐데 항상 최선을 다해 둘 중 누구 하나 빠지지 않고 해달라는거 반 이상을 다 해주셨으니 정말 많이 늦었지만 이제는 누구를 위한일 보단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나 하고 싶은것들 눈치 보지 말고 다 하시고 그러다 우리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오라고 언제 어디서든 난 그 자리에 계속있으니 부모님 마음가는대로 하시라고 만약 여기까지 오는것도 힘들면 날 부르라고 전하고 싶은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거 같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된 건

나는 이시를 읽으면서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이야기 해보자면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 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머니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왜냐하면 오드리 헵번처럼 뽀얀 피부, 날렵한 몸매를 가지게 되면서 주름진 할머니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을 먹고 자기가 하고 싶었던 노래도 하며 어느 밴드와 함께티비 출연도 해보고 작곡도 하며 하고 싶은것들을 모두 하고 있었다. 큰 공연이 예정된 날 갑자기위기가 찾아왔다. 밉살맞던 옥자 할머니다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공연에 오던 지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도 오두리는 리더라 공연을 완벽하게 성공을 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손자의 수술을 위해 피가 필요할 때 였는데 그 피는 오직 오두리만 있던거라 피를 뽑으면 다시 늙어버리지만 손자를 위해 결국 수혈을 하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고 오두리는 다시 오말순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하의 밴드는 성공하고 오말순의 손녀가 보컬을 맡았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웬 젊은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오말순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그 사람은  바로 박씨였다. 그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그래서 이 영화가 내가 고른 시에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오말순도 모든걸 포기한 상태에서 아들만 바라보고 살다가 아들에게도 버려지고 포기할라할 때 젊을때로 돌아가게 돼서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게되어 하긴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손녀를 위해 또 나 자신 말고 남을 위한 일을 하신게 내가 해석한 이 시와 비슷하기도 하고 우리엄마랑도 비슷한거 같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도 나랑 동생이 얼추 크고 나서 엄마의 꿈인 미용을 아는 지인이랑 같이 하게 되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2년정도 밖에 못하고 그만두셨다. 그 짧은 2년이었지만 정말 엄마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고 이일로 인해 아빠가 엄마한테 하신 말씀이 있다. 꿈을 포기하는게 힘들고 집에만 있는게 힘든건 알지만 애들에게는 집에서 반겨주는 엄마가 필요한거 같다고 하셨다. 그래서 엄마는 다른 이유도 있긴하지만 또 우리 때문에 꿈을 포기하게 되셨다. 이 부분이 영화와 우리 엄마의 비슷한 점인거 같다.   물론 현실은 다시 젊을때로 돌아가지는 못한다는점이 있긴하지만 오말순도 우리 엄마도 누구를 위해 결국 꿈을 포기하게 된건 똑같기 때문이다.   

  

저도 엄마랑 아빠같은 좋은 사람으로 지내고 있겠죠?

엄마아빠 항상 우리를 위해 열심히 해주시고 여러개를 포기하신거 다 알고 감사해 하고 있어요.

제가 가끔 화내고 짜증내고 투정부려서 정말 죄송해요. 엄마랑 아빠도 누군가의 보호자가 된게 처음이실텐데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한거 같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엄마아빠를 더 이해하게 되고 죄송한 마음만 커져가요. 50년후 진짜 많이 늦었지만 돌아가셔서는 두분의 인생을 사시길 바랄게요.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고 자기를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거 눈치 보지 마시고 가고 싶으신곳 다 가시고 꿈도 이루셨으면 좋겠어요. 50년후면 저도 많이 늙었을텐데 그때는 저도 엄마랑 아빠같은 좋은 사람으로 지내고 있겠죠? 저를 이렇게 좋은사람으로 키워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제가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셔서도 감사하고요. 엄마랑 아빠는 후회없는 삶을 사셨을지는 모르겠네요. 돌아가셔서는 후회없게 꼭 하고 싶은거 다하세요. 정말 감사했고 죄송했고 정말 많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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