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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섭 Jul 05. 2023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

김소월.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가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내가 50년 후 돌아가신 엄마,아빠에게 바치고 싶은 시는 ‘초혼’이라는 시야 .‘초혼’이라는 시 속의 말하는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후 하고 싶었던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고, 그 사람을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이야. 시 속의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후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후회하는 중이야. 그 사람의 이름을 ‘산산이 부서진 이름’,‘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으로 표현하며 아무리 ‘나’가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도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 인거 같아.     

마지막 함께하는 순간까지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이 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시구는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야. 왜 시구가 가장 기억에 남았냐면 본인이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마지막까지 하지 못하여 후회하는 말 같았거든. 이 구절이 나에게 명대사인거 같기도 해. 나도 엄마,아빠의 마지막 함께하는 순간까지도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항상 엄마나 아빠한테 특히 아빠한테 조금 심한거 같은데, 툴툴대고 듣는 사람이 기분 나쁜 말투로 말하잖아. 나도 항상 말하고 나서 마음 속으로 ‘이게 아닌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반대로 행동해. 그래서 나는 엄마,아빠가 죽고 나서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하고 바보처럼, 시 속의 ‘나’처럼 후회할 것 같았어. 지금 내가 18살이잖아 ? 지금 엄마,아빠가 죽는다면 너무나도 괴롭고 슬프겠지만, 내가 나이를 먹고 엄마,아빠도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의 나이가 돼서 죽는다면, 지금의 나이로 죽는 것 보다는 덜 슬플 것 같아. 

아빠는 말을 안 해줘서 모르지만 엄마는 어린 나이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항상 얘기하잖아.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가 빨리 나이를 먹어서 엄마,아빠를 쉬게 해주고 싶어. 근데 내가 엄마,아빠를 위해 일하고 돈을 벌기 전에 죽으면 나는 ‘초혼’의 시 속 ‘나’처럼 항상 후회하고 그리워할 것 같아. 내가 어릴 때 엄마 없이 자면 항상 울었던 것처럼 엄마가 죽고 난 뒤는 더 심할거 같아.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서 나는 이 시 속의 주인공처럼 ‘후회는 하지말자.’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지금도 좀 늦었지만, 앞으로는 그 전의 나와 좀 달라지려고 해.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에게’,‘20년 후 내 자신에게’,‘30년 후 내 자식에게’,‘50년 후 내 돌아가신 부모님에게’,‘70년 후 내 장례식을 찾아온 이들에게’ 중에서 골라서 이 글을 쓰는건데 여러 선택지 중에서 부모님에게 글을 쓰려고 하는 것도 앞에서는 좀 낯간지러워서 못하는데,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엄마,아빠에게 내 진심을 말하고 싶었어. 지금의 나는 10년 후 사랑하는 사람, 20년 후 나, 30년 후 자식보다 엄마,아빠가 더 소중하거든. 엄마,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사랑을 하고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도 앞으로 엄마,아빠를 소중하게 대하는 만큼 나에게도 그렇게 해줭...ㅜ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

이 시 속의 상황과 내가 겪은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가? 아빠의 아버지, 나에게는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조금은 비슷한 것 같은데 아빠도 할아버지께 내가 하는 행동과 비슷하게 행동하는거를 가끔 봤었어. 사실 어릴 때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때 생각해보면 아빠가 좀 너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나도 아빠한테 똑같이 하고있네 ! 미안.. 아무튼 아빠도 항상 할아버지한테 툴툴대고 짜증냈지만 늘 열심히 할아버지를 챙겼던 아빠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슬프게 우는 모습을 처음 봤었어. 그때가 아마 초등학생 때였던 거 같은데 내가 13년을 살면서 아빠가 우는 모습을 처음 봤거든. 어떻게 생각하면 아빠가 죽었을 때 나도 그렇게 슬프게 울거같아. 시 속의 내용처럼 아빠도 할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 좀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었거든. 그리고 아빠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그러셨지. 

할머니는 할아버지께 항상 화내고 욕하셔서 무서웠었고,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었는데 할머니도 나랑 똑같으신거 같아. 잘해주고는 싶지만 낯간지럽고, 부끄러워서 그러셨던 거 같아. 할머니도 마지막엔 슬퍼하시고 아빠랑 똑같이 그리워하셨던 거 같아. 마지막에는 아빠, 할머니도 하고싶었던 말을 못하셨던 것에 대한 후회하시는 것을 봤던 경험이 있어. 시 속의 ‘나’처럼 막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이름을 부르며 그리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 속에서 조용히 그리워하고 있는거지 ? 우리 이모의 남편, 이모부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청나게 우셨다잖아. 가끔 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우시고.. 이모부는 아버지를 엄청 그리워하시는 것 같았어. 

그리고 내 친구 아인이 알지 ? 저번에 학교에서 친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인이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울려고 하더라고. 굉장히 할아버지를 좋아했나봐. 그러니까 뭔가 나도 좀 울컥했었어 !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초등학생 때였어서 기억이 잘 안나는데 아빠가 울었던 거는 기억이 나. 나는 할아버지랑 솔직히 말도 많이 나눠보지 않았고 어릴 때 돌아가셔서 뭔가 없었는데, 아빠가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너무 슬펐었어.      


아프지말고 나랑 평생 살자 

나도 성인이 되고 엄마,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뒤 부모님 얘기가 나오면 어린아이처럼 울 거 같아. 사실 지금도 좀 슬퍼 ! 난 부모님 얘기에 면역이 없는거 같아. 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내가 엄마,아빠를 엄청나게 사랑한단 뜻이겠지? 내가 항상 얘기하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같이 살자는거 거짓말 아니야 ㅎㅎ 나는 엄마,아빠랑 계속 같이 살고 싶은데 뭔가 나중되면 나가서 살고싶다고 할 거 같긴해. 

근데 나는 되도록 엄마,아빠랑 살다가 내가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고 엄마,아빠 손 벌리지 않고 내 집 마련하고 싶어. 학창시절에 계속 돈 쓰게할 때도 엄청 미안하고 빨리 어른돼서 돈 벌고싶다는 생각 했는데 어른 되어서까지도 돈 쓰게하면 진정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 사실 계속 엄마,아빠 곁에서 살고 싶은데 싫다구 했잖아 ㅋㅋ 내가 나중에 어른 되고 혼자 살 때 막 엄마,아빠 힘들 때 무시하고 그러지 않을거야. 

항상 티비 볼때마다 불효자들 볼때마다 생각했어.내가 만약에 그런 못된 딸이라고 해도 엄마,아빠 죽을때는 후회하지 않을까 ? 나는 꼭 시 속 주인공처럼 하고싶은 말 하지 못해서 후회하고 그러고 싶지는 않아. 암이나 큰 병에 걸리게 되면 내가 꼭 옆에서 열심히 챙겨줄게.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아빠가 죽고나서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내가 보살펴줄거야! 엄마가 자주 아플 때 아프다고 얘기할 때 내가 좀 틱틱 대는거라고 엄마는 생각할 거 같은데 그냥 내 말투가 그런거고 나도 속으로는 엄청 걱정해서 내가 맨날 병원가라고 뭐라하잖아 그거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마..난 진짜 엄마가 병 걸려서 죽는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무너질거 같아 그러니까 아프지말고 나랑 평생 살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이 들 거 같은지  

내가 이 ‘초혼’이라는 시를 선택한 이유도 그래. 이 시에 대해 설명하면서 내가 엄마,아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는 어떤 감정이 들 거 같은지 설명해주고 싶었어.  그리고 50년 후 돌아가셨을 엄마,아빠를 생각하면 미래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지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 

미래의 나는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을지도 한번 생각해봤던 것 같아. 내 인생 목표는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서 엄마,아빠 일 쉬게 해줄 것이다! 거든. 일단 직업을 얻어야 목표를 이룰 수 있으니까 이 글쓰기 활동을 통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유익한 활동이지 ? 엄마,아빠한테 내 진심도 들려주고. 평생을 살면서 내가 가장 의지하고 세상에서 가장 믿는, 어떻게 보면 내 유일한 인생 친구,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벌써 슬픈 것 같은데..어릴 때부터 껌딱지였던 내가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 !!!! 

지금의 나이로 생각해보면 난 엄마 없이 살 수가 없어 근데 미래에 철 들고 어엿한 성인의 마음으로써 생각해보면 50년 후 68살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나면 평생 고생만 했던 엄마,아빠가 돌아가신다면 편히 쉬었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 어릴 때 엄마가 항상 얘기하는 말로 20살 되자마자 일했다는 말 들으면 대단하면서도 멋졌는데 나도 벌써 20살이고, 나도 이제 취업할 나이가 되니까 엄마가 더 대단해보였던 거 같아. 

나는 취업하고 사회생활을 해야한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조금은 무섭고, 두려운 거 같은데 엄마는 어떻게 견뎠어? 내가 빨리 돈 벌어서 엄마,아빠 남은 시간 평생 쉴 수 있게 해줄게. 그래야지 내가 엄마,아빠 돌아가셨을 때 조금의 죄책감은 덜어질 것 같아. 엄마,아빠도 이 시를 읽고 내가 항상 툴툴대지만 말 하지 못한 말을 시간이 지난 후 ‘아 그때 얘기할 걸’ 이라고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알 길이 없긴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 글을 읽을 수 있다면 내 딸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 ! 라고 해줘ㅎㅎ 내가 엄마,아빠가 돌아가신 후 시 속의 ‘나’처럼 항상 두 분을 그리워할 것이라는것도 알아줘. 연예인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방송에 나와서 평소처럼 행동해야하잖아. 이 글쓰기 활동을 하기 전에는 “당연히 티 내면 안되지 !” 라고 생각했는데 이 글쓰기 활동을 해보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지 ? 나 같으면 방송 촬영 내내 우울해하다가 막 울고 이래서 촬영 분위기 망칠 거 같은데 ㅋㅋ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게 해줄게

외할머니,외할아버지는 시골에서 사셔서 건강히 사시는거를 보면서 나중에 엄마,아빠도 시골가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서울은 너무 공기가 안 좋아 ! 엄마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떨 거 같아? 내가 50년 후에 68살이면 엄마,아빠는 몇 살이지..? ㅋㅋ 엄마,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여행도 많이 보내드리고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게 해줄게. 나는 엄마,아빠랑 세계여행 해보고싶어 ! 물론 언니도 데리고 가야지..ㅎㅎ 언니는 나 사진찍어주는 사람으로 꼭 데리고 가야해. 나는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가 스위스랑..일본 ? 영국도 가보고 싶고 엄마랑 아빠가 가보고싶은 나라가 있으면 가게해줄게 열심히 돈 벌어서.. 우리 이제 위치가 바뀌는거야 좋지?? 내가 크고나서 처음 가봤던 여행이였던 정동진도 너무 좋았어. 다른애들에 비해 여행 많이 못 가서 속상했는데 엄마,아빠도 좀 속상했을 것 같아. 맨날 일 하느라 못 갔던건데 내가 계속 찡찡 거려서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많이 어렸던 것 같아. 나는 요즘 친구들하고 놀러가는 것보다 토요일,일요일에 가족이 다 같이 집에 있는게 좋아. 평일에는 얼굴도 잘 못보고 이러니까 같이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주말에 잘 안 나가게돼. 

나는 아직 친구보다 가족이 더 좋거든. 친구한테는 못 말하는 비밀도 가족한테는 털어놓을 수 있어서, 솔직히 나는 학교에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애들 한명도 없어. 좀 슬프긴한데 난 애들하고 있는 것도 즐겁긴한데 가족들하고 있는게 더 안정되고 좋아. 근데 엄마,아빠가 돌아가시면 이 안정된 기분도 사라지겠지? 나는 언제나 엄마,아빠를 그리워 할거야. ‘초혼’ 시 속의 주인공처럼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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