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누나 아기처럼 걷는다! 타박타박."

나를 예쁘게 여기는 일을 타인에게 맡기지 말기

by 까나리

"조금 걸을까?"

내가 제안해놓고도, 6월 초의 이글이글한 땅바닥 열기에 쉽게 지쳐버리는 나.

나도 모르게 느려진 걸음으로 걷고 있으니 애인이 옆에서 웃으면서 말한다.

"하하 누나 아기처럼 걷고 있다. 타박타박. 안돼~ 지쳐가고 있어~ 어디에 들어가야 좋지!"

애인은 나를 어디에 앉혀놓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물려야 할지 문짝만한 몸으로 열심히 고민한다.


여기? 라고 지나가다 보이는 카페 아무데나를 가리키며 묻는 나에게

"아냐, 여긴 비싸고 맛도 없어. 쫌만 더 가면 있어. 강아지도 있고 누나가 좋아할만한 곳."

막상 앞에 도착했더니 아앗 문을 닫았네.

원망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날 보며 "아냐아냐 차선책이 있어! 쫌만 더 가면 돼!"

하고 갔더니 아이쿠 일요일이라 그런가, 또 문을 닫았네.

시무룩하게 "커..컴포즈 커피 갈래...?"라고 묻길래 흔쾌히 그래, 라고 답했다.


키오스크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애인을 두고 터벅터벅 쇼파에 걸어가서 쓰러지듯 앉았는데,

연이어 나온 커피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아이스 라떼 한잔.

"어? 너 왜 아이스 라떼야? 너 원래 항상 아아 아냐?" 내가 물으니

"잘못 눌렀어.."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한참 낄낄대며 웃었다. 바꿔줄까 물으니 됐단다.


애인은 원래도 곧잘 나를 무슨 딸 대하듯(딸 없음 주의) 대해주곤 하는데 평소에는 그러려니 하다가,

그 날따라 "하하 누나 아기처럼 걷는다~"라는 말이 귀에 와서 박혔다.

"누나 더우면 엄청 터벅터벅 걸어. 실시간으로 지쳐가는 게 눈에 보여.

그러면 막 헉! 안돼! 헉! 빨리! 여기?! 저기?! 막 짱구 굴려야 돼."


남인 쟤도 나를 저렇게 생각해주는데.

저렇게 실시간으로 지쳐가는 내 상태를 확인하고 어디에 놓아야 좋을지 고민하는데.

나는 왜 나 자신의 상태를 저 사람만큼도 자세히 봐주지 않나.

나는 왜 지금 나를 어느 공간에 놓아야 적절할지, 지금의 나는 어디를 좋아할지,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는 것을 좋아할지 고민해주지 않나. 그런 생각이 처음 들었다.

불안하지 않으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삶.

내가 뭔가 놓친 게 있나? 왜 조용하지? 아무 일 없을 리가 없는데? 라고 생각해버리는 생활.

불안한 내 상태에 너무나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은 게 불안한 상태.


더이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게 당연한 것이고 힘이라고 믿게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 나를 내려놓지 말자.

'너는 왜 나와 같지 않아?', '너는 왜 나와 같은 정서를 공유하지 않아?', '너는 왜 나에게 관심이 없어?',

'너는 왜 내 눈치를 보지 않아? 왜 두려워하지 않아?', '너는 왜 내게 없는 걸 가졌어? 니가 뭔데?' 같은,

지속적으로 빤히 보이는 남의 감정들 앞에서

나도 모르게 불안해하고 눈치 보면 그것이 곧 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를 두지 말자.

가끔은 그런 사람들과 섞이는 일이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내 삶의 바운더리에 깊이 들이지는 말자.


적어도 내 애인이 나를 예뻐하는 만큼은 나도 나를 예뻐하자.

나를 예뻐하는 일 같은 것까지 타인에게 맡기지 말자.


2025년 6월을 맞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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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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