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인터뷰, "사랑은 인내하는 것."
Q. 자기소개
- 저는 이십 대 후반, 간호장교로 일하고 있고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는 멋진 사람입니다.
Q. 당신은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 사랑의 종류가 되게 많은데... 지금은 강아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Q. 강아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결정적 순간이나 동기
- 이십 대 후반이 되면서 결혼식도 많이 다니고 사랑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사람한테 첫눈에 반한 적이 없어요. 하지만 강아지를 보고서는 첫눈에 반해 납치해 왔습니다.
Q.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 인팁(INTP) 호소인입니다.
Q. 실제 검사결과는요?
- 정식검사는 이엔에프피(ENFP) 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걸로 하면 아이엔프피(INFP) 왔다 갔다 해요.
Q. 강아지와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 관사에 배정받고 혼자 살게 되면서 집이 주는 안락함과 동시에 공허함이 커서 연애를 해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어느 날 집 앞 공원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 갔어요.
원래 저는 고양이를 더 좋아해요. 사람도 그렇고 치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런데 거기는 개냥이뿐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나가려는데 친구가 밖에 개가 있다고 보러 가자고 하길래 봤더니 검은 개가 있었어요.
구석에서 앞다리를 꼬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다가와서는 코로 '촉촉' 건드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서 다리 꼬고 앉더라고요.
"어? 저 강아지... 요염하다."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고, 관심 없는 척 앉아있으면 슬며시 다가와서 또 코로 '촉촉'하고 가요.
그 코의 감촉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름도 '깜코'에요.
그러고 나서 밥 먹는 내내 제가 강아지 이야기만 하니까 친구가 "야 니 강아지 데려와야겠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생명을 데려오면 20년은 책임진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기에, 스스로 많이 공부했어요.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내가 정말 개를 키워도 되나? 계속 생각했어요. 그리고 경제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서 충분히 고민하고 다짐한 후 납치하게 되었습니다.
Q. 생명을 입양하는 것에는 많은 책임과 자격이 따르잖아요. 반려동물을 기르려고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 1인 가구들에게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걸 추천하지 않잖아요. 동의합니다. 강아지를 키울 때도 아기를 키우다가 번아웃이 오는 것처럼 지칠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부득이하게 집을 비우게 될 경우 대신 강아지를 봐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있어야 해요.
저는 이런 관계 속에서도 사랑을 느껴요.
그 친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제 직업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인데, 좋으나 싫으나 동고동락하면서 사랑으로 뭉쳐진 집단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요.
결론적으로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1인 가구에게는 비추천합니다.
호텔링 같은 경우에도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강아지의 성격에 따라 불편할 수 있어요. 저도 '우주펫'이라는 어플을 통해 대신 강아지를 봐준 적 있었는데 그 강아지 분리불안이 장난 아니었어요.
Q. 그렇죠 개의 성격까지 사람이 선택할 수 없죠. 그런 부분도 감안하면 좋을 것 같아요. 깜코와 관련된 사랑스러운 에피소드가 있나요?
- 아무런 온기가 없던 공허한 집에서, 저를 맞아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좋아요. 얼마 전 본가에 갔는데 부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깜코가 시야에 제가 없으면 쫓아가서 확인한다는 거예요? 지금은 늘 같은 자리에서 절 바라봐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처음엔 고양이 같아서 좋았는데, 지금은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긴 해요. 겉보기에는 지금도 제가 옆에 있다고 해서 막 저를 좋아하는 거 같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깜코는 지금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저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람과의 연애에서 받은 피드백 중에 "너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그때는 내가 정말 저 사람을 별로 안 좋아했나? 아니면 이게 내 성향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Q.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편인가요?
- 아무래도 그런 편이죠. 어쩌면 제가 깜코랑 닮아서 깜코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경계심이 많아요.
Q. 깜코의 사랑스러운 매력 포인트
- 촉촉한 코, 그리고 너무 까매서 어두운 곳에서 보면 반짝반짝한 눈과 코밖에 안 보여요. 눈 감으면 강아지가 안 보여요.
Q. 깜코와 딱 10분 간 대화할 수 있다면? 이 질문에 대부분의 주인들은 "지금 아픈데 없어? 행복해?"라는 질문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 우리 집에서 불편한 게 없는지? 무슨 에어비엔비 호스트 같네요. 나는 너와 여러 곳을 다니며 하고 싶은 게 많은데 너는 차 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혹시 그럴 때 내가 조치해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Q. 깜코에게 사랑을 표현하나요?
- 요즘 고민이에요. 사람이나 개나 내가 좋다고 하는 표현이 상대에게는 아닐 수도 있잖아요.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많이 만져주는데 깜코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깜코가 좋아하는 산책을 많이 시켜주려고 해요. 좋아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요.
Q.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 적 있나요?
- 글쎄요, 아마 저에게 사랑이란 '편안함'인 거 같아요. 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많아요. 자만추 경험은 한 번, 인만추도 몇 번 있었는데 알아가는 데만 해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요.
Q. 인만추가 뭐죠..?
- 인위적인 만남 추구. 전 사람은 무조건 세 번은 만나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 번 만나보고 사귈지 말지도 아니고 계속 볼 지 말지 판단하는 거예요. 연락은 기본 세 달. 이런 사람이에요. 그런 걸 다 맞춰준 분들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연인인데 친구보다 어려웠어요.
진짜 사랑하게 되면 편안하지 않을까요..? 같이 있어도 쫄리지 않는... 뭔가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게 좋은 사람. 함께한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저절로 그 사람이 좋아지는 편은 아닌 거 같아요.
결론은 나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
Q. 연인에게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나요?
-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해주려고 해요. 제가 디저트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도 디저트 좋아하는 건 아닌 것처럼요. 그 사람을 더 관찰하고 원하는 게 뭔지 많이 생각했어요.
Q. 상대방은 어떻게 표현해 줬나요?
-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해요. 그런데 상대방은 구두표현을 더 많이 해줬어요. 사실 연인, 부모 등 소중한 상대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게 중요한데 잘 안 돼서 요새 고민입니다.
Q. 연인과의 사랑이 당신을 아프게 할 때 어떻게 대처했나요?
- 당연히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실망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맞춰가다가 제 자신을 갉아먹은 적이 있는데, 그러다가 힘들면 그냥 그 관계를 놔 버려요.
Q. 앞으로도 사람을 사랑하시겠어요?
- 요즘 사람들은 결혼하려면 집 있어야 하고 차사야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준비가 다 돼있어야 한다는데, 그렇게 따지다 보면 완벽한 타이밍과 상황은 없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 상황을 같이 헤쳐나가는 것이 맞지, 한 계단씩 딱딱딱 원하는 대로 갈 수는 없잖아요. 사랑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영어 숙어 중 "Fall in Love."라는 말이 있죠. Fall, 말 그대로 떨어지다. 떨어지면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돼있어요. 다칠 수밖에 없어요. 다만 그 충격을 분산시켜서 안전하게 떨어질지, 와장창 부서질지는 본인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Q. 지나간 사랑이 본인에게 남긴 것
- 앞으로 어떤 사람과 잘 맞고 안 맞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안목? 그리고 사랑은 그 사람의 세상에 들어가는 거잖아요. 나와 다른 시각에 대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좋았습니다.
Q. 방송인 이영자 님이 프로그램에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가족은 밖에 나가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 그러니 우리는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 사실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해왔던 익숙한 가족이잖아요. 사실 너무 자연스럽게 내 곁에 존재해 온 가족이라 인지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가족을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만나게 되는 사회가 가족이라는 공동체잖아요. 본인이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고,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있어요. 저는 운이 좋아서 감사한거고… 그리고 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떤 가정을 꾸릴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선택한 가족에 대해서 본인이 사랑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서로 등비빌 언덕이 되어주는 것?
그리고 저는 어릴 때부터 "안 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근데 그걸 뚱하게 "사랑이 아니야!"라곤 할 수 없잖아요. 저도 우리 개한테 너 여기 앞마당 가서 목줄도 없이 아무 강아지랑 아무거나 주워 먹고 놀라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적절한 당근과 채찍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사람이나 강아지나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니까 걱정하는 거죠.
Q.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나요?
- 어렵긴 하지만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번아웃이 와서 11월에 좀 아팠는데, 그때 쉬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과거에 저는 항상 오버페이스로 살아왔어요. 제 자신을 학대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저를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제 한계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에 있어요. 더 이상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잠과 밥을 줄여가며 건강을 해치지 않으려고 해요. 전 보다 자극적인 음식이나 카페인도 줄이고, 오히려 그런 걸 즐기기 위해서는 내 한계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요.
운동도 무조건 많이 하는 게 좋지 않듯이 사랑도 많이 한다고 좋은 게 아닌 것처럼요. 전부 양보다 질이다.
Q. 자신의 직업도 사랑하시나요?
- 군에 와서 '인내'를 많이 배웠어요. 사람을 바꾸는 건 노력이고. 노력의 베이스는 끈기거든요? 좋든 나쁘든 인내하는 자세를 체득하게 돼서 하고자 하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기르는데도 도움이 됐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랑하기, 강아지 기르기 등등이요.
Q. 당신의 사랑이 상대를 변화시키기도 했나요?
- 강아지가 처음 왔을 때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사람은... 모르겠어요... 내가 변화시킬 수 있나..? 이미 스무 살 넘은 성인을 바꾸기 쉽지 않아요.
Q. 사랑을 한 단어나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 원래 축약이 더 어려운 거 아시죠. 음... 인내.
Q. 사랑에 관해 영감을 받은 영화나 음악, 전시
- 최근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본 사랑과 연대에 관한 전시 중 윤지영 작가님의 '호로피다오'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리스어로 깡충깡충 뛰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사랑에 빠진다면 그런 즐거운 발걸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각기 다른 나라의 친구들이 작가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각자의 언어로 전하는 작업물인데 매화 "보고 싶어."라는 내레이션을 마지막으로 끝이 납니다.
저는 사랑한다는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인데, 다른 이들이 나에게 보내준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그리고 제가 고등학생 때 봤던 에단호크 주연의 '가타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선 에단호크가 너무 잘생겼고요 우마서먼이 예쁩니다. 유전자를 선별해서 원하는 아기를 가질 수 있는데 그 아이들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어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은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아기이고 원래는 청소부가 될 운명이지만 우주비행사가 되는 내용이에요. 제가 힘들 때마다 보는 영화입니다.
저는 운명론자인데 사람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가 아니라, 인생은 결국 행복하게 풀릴 운명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지금 우울해도 결국 행복해질 거고 신나는 일이 있으면 그냥 즐기면 된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주인공처럼요.
Q. 삶에 있어 사랑은 필수인지
- 당연하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어요. 사회에 살고 있는 이상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 않으면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