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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Feb 19. 2018

다행히 사람입니다.

나쁜 짓은 안 했어요.

마음으로 지은 죄도 죄라면 모두가 죄인이겠지만, 다행(?)스럽게도 법은 행위에 대해서 처벌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이렇게 살아간다. 마음으로야 금수만도 못한 상상을 하거나, 미워하는 누군가를 수십 번이고 가지각색의 방법으로 죽인 적 있을지 몰라도, 그걸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적어도 상식을 지니고 인지상정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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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어쩌면 죽을 만큼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내가 나를 달래는 아주 격하고 원초적인 방법 중 하나일 뿐인지도 모른다. 서면에는 '오함마'라는 이름의 스트레스 해소 시설(?)이 있다. 말 그대로 이것저것 다 때려 부수는 곳인데,(아직 체험해보진 못 했다.)당연히 가전제품이나 도자기나 컵 따위가 미워서 때려 부수는 건 아닐 테다. 깨지고 부서지는 그 물건들 위로 미워하는 사람, 괴로운 일들, 지우고 싶은 기억을 투영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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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런 행위를 저급하고 교양 없다고 말하기도 하더라. 물론 원수를 사랑하고, 복수 대신 용서를, 뭘 때려 부수기보단 명상을 하는 편이 훨씬 고상하고 그럴 듯하긴 하다. 할 수만 있다면 모두 그러고 싶을 거다. 다만, 고상해지기 위해 당장 제 속이 곪아가는 걸 견뎌낼 만큼, 요즘의 삶이 그리 만만하거나 너그럽지 않다. 더 고상한 사람은 못 되더라도 최소한 사람으로는 살기 위해서, 죽을 만큼 누굴 미워하는 것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금수만도 못한 짓을 면할 수 있다면, 그거라도 다행스러운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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