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습니다.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해당 요일이 되는 자정에 발행된다. 그러니 지난 15주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발행되었던 <편식왕의 음식에세이>는 사실 끼니를 따지지 않고 독자 분들에게 들이닥쳤을 것이다. 누군가는 새벽에, 또 다른 누군가는 아침 출근길에, 혹은 늦저녁 퇴근길에.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이 글을 읽으시든 부디 식욕이 떨어지는 글만은 아니었길 바란다. 그래도 명색이 ‘음식에세이’인데.
나이 서른에 편식이 무슨 자랑이라고 그걸 대문에다 내걸고 에세이를 쓰는 거냐고, 누가 내게 따져 물어도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러게요. 어쩌다 보니 이런 지경이.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매거진을 완주할 수 있을 만큼의 음식은 있었다는 것. 15화가 아니라, 150화짜리 매거진이었으면 어쩔 뻔했나. 콘셉트가 편식인데, 하마터면 못 먹던 음식까지 새로 먹어가며 글을 쓸 뻔했다.
비록, 위클리 매거진에선 전체적인 결이 비슷한 음식에세이로만 여러분들을 만나왔지만 실은 시도 쓰고, 칼럼도 쓰고, 제품 카피도 쓴다. 편식왕인데 글밥 맛을 벗어나지 못해 작가로 살아보려고 꼭두새벽에 일어나 택배 일도 하고, 일주일에 2번씩 글쓰기 과외도 하며 여러모로 애쓰며 지낸다. 가끔 충동구매로 돈을 쓰기도 하는데, 그래 봐야 글 쓰고 애쓰는 것에 비하면 돈 쓰는 건 극히 소박한 수준이다.
매거진 에필로그에서 새삼스럽게 신세한탄 비슷한 자기소개를 하는 저의가 무엇인가 하면,
여러모로 감사했다는 말이다.
작가에게는 글을 쓰는 일만큼이나 글이 독자들에게 닿는 일 또한 간절한 숙명이다. 나 또한 내 글이 누구에게든 가 닿길 바라 왔고, 지금도 바란다. 운 좋게 위클리 매거진에 선정되어 연재를 시작했을 때 무엇보다 기뻤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독자들이 내 글을 읽을 수 있겠구나. 그 설렘이 지난 15주 내내 글 쓰는 손끝에 머물렀다. 글이 부족해 무슨 폭발적인 반응을 얻거나, 세간의 화제가 된 적은 없지만 꼭 몇 분씩은 공감도 해주시고 댓글로 소통도 했다. 호평이건 혹평이건, 모두 감사했다.
오늘로 <편식왕의 음식에세이>는 연재 종료되고, 더 흥미롭고 의미 있는 또 다른 작가들의 매거진이 이어질 것이다. 연재 종료된 위클리 매거진을 구태여 다시 들춰보는 독자들이 있을까 싶지만, 혹시 그런 분이 계신다면 그분에게도 미리 감사드린다. 만약 아무도 <편식왕의 음식에세이>를 다시 찾아 읽지 않더라도 족발이라든가 피자, 라면, 김 등등을 먹다가 문득 내 글이 떠오른다면 그걸로 족하다. 아니, 그것도 정말 과분한 행복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나는 몇 개의 공모전과 에세이 출간을 준비 중이다. 또 이렇게 글 쓰고, 애쓰며 지낸다. 2019년엔 부디 우리,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길. 그때까지 다들 건강하시고, 든든히 잘 드시고, 행복하시길. 오늘만큼은 다들 드시고 싶은 음식 하나쯤 아무 고민 말고 드셨음 좋겠다.
2018년 12월 20일 목요일
김경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