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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빈 Apr 20. 2016

철없던 학창 시절

그 10대의 밤


                                                                                                                         

  10대의 밤,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미지의 어딘가로 가까워질 거라는 착각으로 가출을 감행했던 밤. 사실은 그것이 고생스럽게 집으로 에두르는 일인 줄을 모르고 구석으로만 향했던 밤.


끝내 집에 돌아와 누우면 천장에서 뚝뚝, 후회가 얼굴 위로 떨어져 잠 못 들던 밤. 만취한 누군가가 욕지거리하며 거리에 쓰러지던 밤. 이른 새벽, 부엌에서 조리도구들이 투닥이는 소리에 눈 뜨면 보이던 엄마의 둥근 뒷모습.


일대로 졸아 눌어붙은 마음 떼어내는 것도 일인지, 수세미로 하염없이 냄비를 닦아내던 새벽. 칼칼하게 쉰 수세미 소리가 툭툭, 흘러나오던 엄마의 숨소리 같던, 안개 속 같던 그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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