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빈 Aug 22. 2023

이 별은 남겨진 자의 몫

이 별은 남겨진 자의 몫


무용한 것에 마음이 동한 날이 있다

때로 노을의 온도를 가늠해보고

때로 아무 감동 없이 시를 읽고

때로 밤새 뜬 눈으로 천장을 구석구석 헤매었다


무용하므로 나는 변함이 없고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으므로

당신은 여전히 멀다


내 생활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늘 하찮았고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사랑은 고스란히

내 몫의 빚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밤하늘을 읽는다

당신은 여전히 멀고

당신의 흔적은 여전히 빛난다


내 기억의 가계부에서

당신이란 별빛은 내가 갚아내야 할 환한 빚

그러나 당신은 진작에 식었을 것이다

이 지구에 나만 덩그러니 남아

빚을 갚아내는 동안

이미 암흑이었을 당신


이별은,

이 별은 남겨진 자의 몫


이전 06화 마음만 먹다가 체한 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