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이 출생일기 Day 17
조리원에서 2주간 잘해주셨던 선생님들과 인사하고, 호박이를 겉싸개에 싸고 처제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호박이가 처음으로 우리 집으로 오는 날이다.
전날 집에 와서 청소, 빨래 등 집 정리도 하고, 렌털 한 아기 침대, 기저귀 갈이 등을 설치해두었다.
조리원에서 나오기 전에 선생님들의 신의 한 수로 20ml 정도의 소량의 분유를 먹이고 나와, 차 안에서 곤히 자는 호박이가 정말 고마웠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울었다면 아마 운전하는 처제와 우리는 모두 멘붕에 빠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운전에 자신 있는 사람도 처음 아기가 차 안에서 죽어라고 울면 정신이 없을 것 같다. 차 안은 완벽한 서라운드니 얼마나 울리겠는가...
오늘은 일요일, 내일부터 정부 지원 산후 도우미 님이 오시기 때문에 오롯이 지금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버텨야 했다. 울기 시작하는 호박이 앞에 정신이 까마득해졌고, 똥기저귀를 가는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혹시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많아졌다.
그리고 대망의 밤 시간... 혹시 호박이가 다른 아기들과 똑같이 잠도 안 자고 열심히 울었다. 아파트 위층, 아래층에 혹시나 아기 울음소리가 울릴까 봐 빠르게 호박이를 달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가 호박이를 달랬다기보다는 호박이가 울음을 멈춘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2시간 단위, 또는 가끔 1시간 단위로 호박이는 잠에서 깼다. 잘 몰라서 배가 고픈 줄 알고 분유를 그때마다 타서 가져다 드렸고, 호박이는 그때마다 트림을 하고 나서도 게워냈다. 양이 많아서 그런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군대 불침번도 하루에 한 번이었는데, 이건 뭐 와이프와 교대로 30분씩 잠깐 방에서 쉬고 밤을 새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너무 힘들었다. 지금이야 출산휴가로 내일 쉬면 되겠지만, 이렇게 회사를 어떻게 다녀야 하나 너무 걱정이 들었다.
호박이도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깐, 그리고 앞으로 클 테니깐 하며 정신력으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