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가 시작된 6월, 더위를 피해 숨어들 공간을 찾고 있다면, 전시회에 가보는 건 어떨까.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에서 전세계 거장들의 감각적인 시선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주제는 여름이 지나기 전 꼭 방문해야 할 세 곳의 서울 전시회 추천이다.
첫 번째 추천 전시는 요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 길 위에서>다.
본 전시는 20세기 미국 현대미술사를 대표하는 에드워드 호퍼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이다. 호퍼가 전 생애에 걸쳐 작업한 드로잉, 판화, 유화,수채화 등 160여점의 작품과 산본 호퍼 아카이브 자료 110여점을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첫 번째 기회인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예약 방법을 확인한 뒤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에드워드 호퍼는 도시의 고독과 내면을 그린 20세기 초 미국 작가다. 그의 시선은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 속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는 평범한 것에 머문다.
그리고 그 시선은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위로를 선사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전층을 활용할 만큼 대규모로 열린 본 전시는 호퍼의 작품부터 여행 기록, 생계를 위해 제작한 삽화, 호퍼 부부가 함께 관람한 공연 티겟 등 호퍼의 전 생애와 이력을 다룬다.
관람 순서는 2-3-1층. 2층은 에드워드 호퍼의 학생 시절부터 예술가로서 자아를 쌓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예술가의 꿈을 안고 떠났던 파리에서의 경험을 담은 작품들과 평생 머문 뉴욕에서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3층에서는 호퍼가 여름 휴가를 보낸 뉴 잉글랜드와 케이프코드에서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에드워드 호퍼가 가장 사랑한다고 밝힌 그림 <이층에 내리는 햇빛>은 꼭 관람할 것.
마지막으로 1층은 호퍼가 생계를 위해 작업한 여러 삽화, 표지 디자인을 소개한다. 참고로 본 전시는 1층을 제외한 모든 층의 사진 촬영이 금지다. 포스팅 속 작품들은 모두 1층에서 만날 수 있다.
대도시 속 도시인의 삶을 면밀히 관찰하고, 작품 속 고스란히 담아낸 작가,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라는 제목처럼, 파리-뉴욕-뉴 잉글랜드-케이프코드 등 65년간 이어진 호퍼의 발자취를 그대로 담았다.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큰 감동을 느낄 것이다. 사색하며 바라봐야 알 수 있는 그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충분한 여유를 갖고 방문하길 바란다.
에디터는 예매 전쟁으로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6시에 관람을 시작해, 매우 시간이 부족헀다. 개인적으로는 2~3시간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방문하면 좋겠다.
사진 촬영을 못 해 아쉬움이 남는다면, 그의 작품을 사진 대신 굿즈로 소장해보자. 1층에 있는 기프트 샵에서는 패브릭 포스터, 에코백, 엽서 등 다양한 굿즈가 준비되어 있다.
에드워드 호퍼전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8월 20일까지 열린다. 이번 주말, 호퍼의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 이용시간 : 화~금 10:00-20:00 / 주말 및 공휴일 10:00-19:00 / 마지막 주 수요일 10:00-22:00
- 주소 : 서울특별시 중구 서소문동 37 서울시립미술관
- 문의 : 02-2124-8800
두 번째 전시는 6월이 지나기 전 꼭 방문해야 하는 전시, 그라운드시소의 <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이다.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카자흐스탄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환경 운동가로서, 세상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담는다.
그라운드시소에서 6월 30일까지 인도네시아, 통가, 모리셔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그녀가 세계를 누비며 기록한 200여점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다.
그녀가 첫 번째로 주목한 건, 생명력이 넘치는 바다. 고래와 인간의 자유로운 유영으로 바다의 온전한 아름다움을 담았다. 자연과 인간이 마주한 경이로운 순간을 온전히 느껴보자.
다음으로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사랑. 인생의 모든 숨결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그 사람을 찾는 순간부터, 더 넓은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해할 수도, 도울 수도 있지만, 기꺼이 함께 하길 택할 거니까.
그녀에게 자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그 중, 나탈리 카르푸셴코는 자연과 인간의 결합에 주목한다. 자연에 동화된 원초적인 모습의 여성은 인류의 근원과 생명력을 의미한다
다음은 지구를 이루는 또 다른 생명체 동물. 살아있는 모든 것이 지구를 이루는 하나의 조각이며, 생명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77억 명의 사람들이 자신이 어떤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면, 오늘 내가 만들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기록하고 다짐해보자.
아름다운 시선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전시,<나탈리 카르푸셴코 사진전 : 모든 아름다움의 발견>은 6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남은 6월, 나로부터 시작되는 작은 변화를 체감하고 싶다면 이 전시를 놓치지 말자.
- 이용시간 : 매일 10:00-19:00 (매월 첫번째 월요일 휴관)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17길 49 생각공장 지하 1층
- 문의 : 070-4473-9742
마지막으로 소개할 전시는 피크닉(piknic)에서 만날 수 있는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비지트 프리베>다. 40년간 명사의 집과 예술가의 아틀리에를 기록해온 작가 알라르의 200여 점의 작품을 다룬다.
알라르가 주목한 세계 인사들의 비밀스러운 공간과 이야기들을 다룬 본 전시는 아주 내밀한 취향이 담긴 공간을 엿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럼 지금부터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집안에서 보낸 덕에 알라르는 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시선을 깨달은 것.
사소해보이는 물건 조차도 각자의 고유한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에 왜 갖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왜 갖고 있는지. 주인의 관점이자, 안목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알라르의 사진에서는 장소 이상의 분위기, 영혼,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집은 삶의 철학을 반영한다. 집안의 모든 것에서 주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알라르에게 예술가의 공간을 기록하는 일은 그들을 존경하고 기억하는 나름의 방식이다.
7월 30일까지 진행되는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 : 비지트 프리베>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감각을 느껴보자. 고유의 개성과 가치관이 새로운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
- 이용시간 : 매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주소 :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 문의 : 02-318-3233
바깥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일이 되는 계절, 여름. 폭염, 폭우의 연속으로 지친 여름이라면 전시장으로 가자. 분명 서울이지만 오르세, 루브르 부럽지 않은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