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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Jan 04. 2016

엄마 딸이어서 고마워! - 7

## 청도에서 콜카타까지 Dday


"여행의 시작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될 때  진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공항으로 가는  첫  셔틀버스  운행시간이  5시  45분이라  비행기 시간에 늦을 것 같아 공항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다. 일찍 잠자리에  들기는  했는데  나도  참새들도  밤을  뒤척이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4시 30분 알람을 끄고   더듬더듬  일어나 주섬주섬 배낭을  꾸렸다. 빠진 것이  없는지 둘러보고  들춰보고 마지막 온기를  놓기 싫어 몇 번를  뒤돌아보다 호텔을  나왔다.  

 인천의 새벽 공기는  서늘했다. 서리가 내린 듯 여린 풀잎이 이른 새벽 겨울을  그대로 얹고  있었다.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우리처럼 비행 기를  타기 위해  나선  사람들도  있었고 공항 관계자들도  꽤 많았다.

" 와! 출근하는 사람들인가 봐!"

작은 참새가 내 귀에 대고 소곤거리었다.

"그러게, 다들 참 부지런하다."

셔틀버스 안에서 선 채로 화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젖은 머리를 한 채로 잔뜩 웅크린 사람도 보였다. 모두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공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일찌감치 줄을 서고 출국 수속을 밟고 참새들은 간단한 아침을 먹고 나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참새들은 피곤한 얼굴이면서도 신이 나서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지나가는 승무원들의 옷차림에 감탄하고 여행객들의 공항패션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드디어 비행기 탑승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동방 항공기에 올라 청도로 향했다.

 저가항공을 급하게 고르다 보니 청도와 쿤밍을 거쳐 콜카타로 들어가야 했다. 비행시간은 총 8시간 20분인데 대기시간을 포함하니 총 18시간 40분이 걸리는 긴 시간이었다. 10시간이 넘는 기다림의 시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시간들을 참새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잔뜩 긴장한 얼굴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엄마,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해?"

작은 참새는 반복해서 시간을 알려주었는데도 묻고 또 물었다.


"여행의 시작은 기다림이야. 기다리는 시간을 잘 쓰면 지루하지 않게 네 시간으로 만들 수 있어! 그래야 진짜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그래야 진짜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여행 계획을 짜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만큼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참새들이 하고 싶은 대로 두고 지켜보는 내가 되기로 했다. 쉽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지만 내게도 아이들을 놓는 연습이 필요했다.

 내년에 청주로 유학을 떠나는 작은 참새에게도 고3이 되는 큰 참새에게도 홀로서기를 위한 걸음마 시간을 주기로 했다.

 진아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거나 긴 의자에 앉아 모자란 잠을 청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호기심이 많은 작은 참새는 공항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신기한 것을 발견하면 내게 달려와 쫑알거렸다.

삶은 언제나 기다림이다. 긴 밤의 터널을 지나 아침을 기다리는 것을 시작으로 순간순간 기다림의 중간에 끼여 있는 짧은 시간들을 바쁘게 뛰어다닐 뿐이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다시 달리기 위해 가뿐 숨을 고르는 시간이며 달려온 시간을 되새김질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내가 기다리지 못 하면서 나를 기다려 달라고 말할 수 없다. 기다림의 설렘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아이들은 지금에 빨리 적응한다. 청도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녀석들이 쿤밍에서 콜카타행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름대로 함께 즐기는 방법을 찾은 듯했다. 한국  여행객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맞은편에 앉은 인도 소녀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끝말잇기 게임도 하고 영어단어 맞추기 게임도 하며 기다림의 시간을 즐겼다. 그러면 된다. 그렇게 즐기면 된다. 그 누구보다 즐거우면 된다. 나의 사랑스러운 두 참새들이  깔깔거리며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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