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아직도 엄마라는 이름을 부르면 눈물이 난다. 가슴으로 부를 땐 가슴이 뻐근해서 울고, 취중에 부를 땐 너무 보고 싶어 운다.
“엄마”
나는 아직도 엄마라고 불리면 심장이 뛴다. 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설레고 내가 엄마라는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대견해서 미소와 함께 가슴이 마구 뛴다.
얼마 전에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아빠, 엄마가 언제 돌아가셨지?”
내 나이 마흔셋이 되어서야 20년이나 지난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기억이 나지 않았다. 엄마가 떠나던 날이 몇 년 몇 월 며칠이었는지, 내가 그때 몇 살이었는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20년 동안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 엄마를 외면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하늘에 있는 엄마와 종종 이야기를 했다.
“있잖아, 엄마!”
언제부터 생긴 습관인지는 모르겠다. 어릴 때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쫑알거렸던 기억도 나고 스무살이 넘어서도 엄마와 두런거렸던 것도 같다. 그런데 철없게도 내가 힘들 때만 엄마를 찾는다. 투정을 부리고 싶어 자꾸 엄마를 부른다.
"있잖아, 엄마!"
학교에서 돌아온 두 딸은 책가방을 벗어던지며 나를 부르곤 했다. 내가 엄마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의 두 딸도 내 앞에서 참새처럼 쫑알거렸다.
나는 두 딸을 낳고 나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는다면 내 딸들을 어쩌나! 내가 아무렇지 않은 듯 씩씩하게 웃다가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안기고 싶어 울었던 것처럼 눈물로 오늘을 살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엄마와 내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두 딸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나보다 조금은 덜 아프고 나보다 조금은 덜 울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나보다 더 많이 웃고 나보다 더 삶을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두 딸의 삶의 길에 함께 하고 싶은 내 욕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