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있잖아, 엄마!
아침에 동네 뒷산길을 산책을 했어.
지난겨울은 왜 그렇게 길던지......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네.
겨울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망설이는 새봄이 안쓰러웠지.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매일 지나다니던 길목에 하얀 목련이 고개를 내밀었더라구. 생강나무에도 손톱만큼 작은 노오란 꽃이 피었어.
깡마른 등을 훤히 드러내 놓고 하얀 추위를 맞던 산들이 싸물싸물 연푸른 살이 오르고 지난겨울 생채기마다 어여쁜 꽃들을 피웠네.
소리 없이 봄이 왔더라구!
길가의 벚꽃들도 환한 꽃등을 켜고 사람들을 맞고 있어.
해마다 피는 꽃이 뭐 그리 새삼스럽다고 요란인가 싶다가도 나도 겨울을 이겨낸 봄의 향연에 초대장을 받고 싶어져.
있잖아, 엄마!
엊그제는 충주댐으로 차를 몰고 나갔다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벚꽃 마중 나온 사람들을 만났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차들과 도로까지 내려온 사람들 때문에 괜스레 짜증이 났어.
나도 모르게 꽃샘을 냈던 것일까?
잔뜩 인상을 쓰고 욕을 하고 돌아서서 웃고 말았네.
봄 손님 마중나서는게 당연한데 괜스레 귀찮은 듯 잘난 척을 떨었어.
가끔 나는 내 감정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나 봐.
그런데 엄마!
계절은 어떻게 오는 걸까?
A. 딸아!
계절은 앞선 계절을 안고 온단다
봄은 겨울을, 여름은 봄을 , 가을은 여름을 안고 겨울은 다시 봄을 안고 오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다시 봄.
이렇게 계절을 나눈 건 사람들이지만 사실 계절의 시간들은 적당한 시온을 유지하기 위해 긴 시간을 두고 서로를 안고 있단다.
서로를 안는다는 것은 그 이전의 시간들 속에 녹아있는 모든 것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거란다. 앞선 계절들을 모두 품는 거란다.
딸아!
꽃이 예쁘면 예쁘다고 하렴.
봄볕이 따뜻해서 좋으면 좋다고 말해.
너를 숨기지 마!
봄 소풍이 가고 싶지 않니?
시간이 나길 기다리지 말고 시간을 내서 나가 보렴.
봄 마중 나가는데 거창할 거 없잖아.
꽃처럼 예쁜 사람이 꽃단장할 필요도 없잖아.
꽃 하고 누가 더 예쁜지 내기하려는 건 아니지?
지금 그것이 네게 온 것은 다 이유가 있단다.
그러니 네게 오는 것을 억지로 밀어내지 마렴!
기꺼운 마음으로 두 팔 벌려 맞으렴.
눈비 맞은 민낯으로도 어여쁜 꽃처럼 너도 맨얼굴로 반갑게 손님을 맞으렴!
너의 민낯을 보고 예쁘다 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렴!
너의 향기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렴!
너는 지금 정말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