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엄마! - 4
## 나는 지금 그까이거 중이야
Q. 있잖아, 엄마!
아침 일찍 병원에 다녀왔어.
병원에 가면 왜 그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지......
잠시 어쩌면 우린 모두 아프다는 생각을 했네.
있잖아, 엄마!
난 가끔 아플 때 친구들에게 전화가 오면 이렇게 말한다.
"난 지금 감기중이야!"
"난 지금 배탈 중이야!"
나 엄청 웃기지?
가끔 나는 이렇게 말의 균형을 잃을 때가 있어.
"있잖아, 엄마!
난 지금 늑막염 중이야."
오른쪽 옆구리에 고여 있는 물을 봄볕에 잘 말리고 있어.
봄볕이 좋아 참 다행이야.
그런데 자주 아프니까 의사는 내 성격이 예민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다고 해.
그 소리가 마치
"당신이 까다롭고 못돼 먹어서 그래요"
라는 타박처럼 들렸네.
대충대충 넘어가면 좋을 텐데......
난 왜 이렇게 까탈스러운 걸까?
A. “엄마 딸은 지금 늑막염 중이구나!”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단다.
마음에 쌓아 둔 것이 많으면 언젠가는 제 무게를 이기지 못 하고 몸을 덮쳐온단다. 그렇게 한 번씩 쓸데없는 번뇌의 탑이 허물어지는 거란다.
그래도 정말 다행이야!
봄볕에 나갈 용기를 내서 정말 기특하네.
엄마는 네게 찾아온 늑막염이 고맙단다.
미련하게 꾹꾹 눌린 번뇌가 허물어지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어? 엄마는 네가 이길 수 있을 만큼의 가벼운 염증으로 찾아와 줘서 정말 고맙단다.
딸아, 혹시 이번에 허물어진 번뇌가 다시 고개를 내밀면 이번엔 단단한 마음 기단을 만들고 지난번 보단 낮게 쌓으렴. 그래야 무너져도 덜 아프단다.
일어나지 않은 일들은 버리고 이미 일어난 일들 중에 네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은 골라내렴.
네 일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일도 얹지 말고 지금 당장 하지 않을 머뭇거림도 버리렴.
그리고도 남는 번뇌가 있다면 그건 네 것이니 받아들이렴!
엄마는 네가 몸도 마음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그까이거 중이야!"
라고 말해버려.
딸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