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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강 Dec 27. 2015

크리스마스 선물 - 5

# 이제부터 시작이다.

"남에게 베풀지도 않고 스스로  누리지도 않고 하루를  보내는 자는 대장간의 풀무처럼 숨을 쉴지라도 실은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 히또빠데사


 언제나 새로운 오늘이다. 매일 매일 똑같은 날들의 연속인 것 같지만 늘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늘 새로운 날들이 펼쳐진다.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지도 모르겠다.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이기에 오늘의 절망이 내일의 희망이 될지도 모르기에 한 번 살아보는 거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일이기에 꿈을 꾸며 잠이 드는 것이다.


  하얀 커튼 사이로 맑고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왔다.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시린 눈을 떴다. 지난밤  열두 시까지 메일은 텅 비어 있었다.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어요"

왼쪽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크게 날숨을 쉬고 중얼거렸다. 후~~ 조심스럽게 메일을 확인한 순간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와우" 소리를 질렀다. 너무나도 간절히 기다리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아이들은 바빴다. 진아는 같이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어 했다. 진영인 축제다 뭐다 해서 며칠을 신나게 놀더니 조용히 집에 있고 싶다고 했다. 나는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로 했다. 잊지 못할  예수 탄생 2015년을 축복하며  두 딸과 떠나는 첫 배낭여행의 두려움과 설렘을 그려 보았다. 출국예정일 까지 4일이나 남아 있었다.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지난 8일 동안의  고통은 기억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지나갔고 그저 밥상에 둘러앉아  호호거리며 풀어놓을 영웅담 같은 이야깃거리만 남아 있었다.


"아래로 아래로 내려다보아 그 누가 커지지 않겠는가? 위로 위로 쳐다보면 누구나 초라해진다."
                                    -  히또빠데사

 모든 것은 지나간다. 기억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망각의 능력이 있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시간만을 기억한다. 우리는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이왕이면 좋은 기억만이  기억되도록 잘 편집해야 한다. 한 손에는 가위를 들고 한 손에는 딱풀을 들고 잘 오리고 붙여 아름다운 나만의 기억을 만들어야 한다.

욕심으로 놓지 못한 망설임과 망설인 시간만큼 되돌아 온 기다림 , 그리고 초라해지지 않으려 꼭 쥐고 있었던 희망의 끈이 오늘 나를 웃게 만들었다.

 나는 두 딸과 인도에 간다. 상처투성이인 두 딸의 가슴을 쓸어주려 함께 떠난다.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 나를 낮추고 더 낮추어 가벼워진 두 손으로  두 딸을 껴안고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드디어 인도에 간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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