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본색 #3
책을 좋아하는 갱식랑
게다가 출판사에 다니기까지 하니
최근 몇년 사이 '내 것'이 된 책들이
기하급수 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7년 전, 출판사에 입사하기 전
100권 내외였던 서가의 책들은
어느새 2천권을 육박하게 됐다
그동안 선물한 책이 수백권이니
어느새 책에 둘러싸인 삶에 익숙해졌다
자취를 시작하기 전 큰 고민은
좁은 방에 책 쑤셔(?) 넣기 였다
책장은 늘어나고
더 이상 책장 놓을 공간이 없어지면서
사방팔방으로 면적이 빈 곳에는
어김없이 책들이 쌓여갔다
책에 깔려서 발버둥치는 꿈도 꿔보고
누울 공간보다
책들이 차지하는 공간이 많아질 때 쯤
그렇게 자취가 시작됐다
복층 원룸을 염두해 두었던 것은
'작은 도서관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복층에 낮은 책장들을 구비하고
그 책장들에 책을 꽂고선
필요할 때마다 복층에 올라가
도서관에서처럼 그 분야의 책들을 고르는 일
그것은 몸서리치도록 즐거운 상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현실이 됐다
등받이가 편한 의자를 하나 구매해
책 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복층을 책으로 도배하는 상상이 현실로 도래하니
"이것 참, 기쁘지 아니한가"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을 읽으며
책장에 가지런히 꽂힌 책들을 바라본다
바깥은 다시 여름이지만
'이곳'에서의 '책 읽기'는
다시 못올 그날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