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에세이 #1
아침 일곱 시가 조금 덜 된 시간, 빈자리를 채워 넣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 텅 빈 주차장 한편에 주차를 하고, 현관의 번호키를 습관처럼 빠르게 누른다. 번호키를 그렇게 빨리 누르는 사람은 우리 집에 '너' 밖에 없다며 뜬금없는 아들의 방문을 반기던 엄마, '나'라는 사람의 특별함을 포착해 주려고 늘 애쓰는 엄마의 그 표현이 좋아 의식적으로 번호키를 쉴틈 없이 누른다.
오래된 보안키, 웬만해선 한 번에 인식하지 못하는 지문 패드에 검지 손가락을 얹고 한참을 우두커니 기다린다. 오늘은 여러 번 더 내뱉는 '지문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어두운 2층 계단에 올라 듣는 기계음이 익숙해 진지 오래되진 않았다. 다시 검지를 얹고 아빠의 굽은 팔을 떠올린다. 평생 드라이버를 돌렸던 아버지. 아빠의 팔이 언제부터 구부러졌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지문 패드의 인식 장애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는 것처럼. 다시 가만히 검지를 올려본다. 어느 주말 낮잠을 주무시는 아빠를 올곧이 쳐다볼 기회가 있었다. 펴지지 않는 팔과 짙어진 검버섯 자국을 한참을 지켜봤다. 지는 꽃이 고개를 숙인 것처럼 휘어진 아빠의 팔은 또 수많은 나사를 돌릴 텐데.
아침마다 낡은 회사 건물에 들어서며 그날의 가족을 떠올리는 것은 '꿈틀대지 않고 제동이 걸릴까 봐'. 꿈틀대지 않으면 도태될까 봐. 그러나 초조하거나 섣불리 급하지 말자는 스스로에게 바치는 '아침 의식' 같은 것이다. 무어라도 해야 하지만, 그 무엇이 나를 좁은 문턱으로 데려가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할까 미리 대비하는 준비운동 같은 것이다.
자, 그럼 다시 부활의 아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