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잘 성장해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일부러 아이가 힘들어지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런데 치료실에서 가끔 마주하는 모습 중에는,
분명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마치 아이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싸움은
몸으로 하는 싸움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싸움이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거나,
아이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부모의 기준만을 앞세우는 태도.
겉모습은 다르지만,
그 안에서는
분명 아이와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치료실에서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머님은 어린 시절 어떤 아이였나요?”
“어머님의 어머니는 어떤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셨을까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다 보면,
여러 이유로
마음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 채
어른이 된 경우를 만나게 된다.
몸은 성장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성장의 과정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마음이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것도 아니다.
어른으로서의 경험과
아이 같은 마음이 함께 존재하며,
그 상태로 또 다른 한 생명을 키워내야 하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버거울 수 있다.
자식은 내 몸에서 나왔지만,
분명 나와는 다른 존재다.
얼굴이 닮고 성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아이가 ‘나’인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기질과 생각,
그리고 성장의 속도가 있다.
하지만 때로 부모는 아이에게서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자신의 어린 자아를 보게 된다.
그 순간, 아이를 키우는 것인지
나를 다시 키우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도 힘들고,
부모 역시 지치게 된다.
더 어려운 점은 아이들은 힘들어도
그것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부모는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다”라고 말할 수 있고,
위로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백지장 같은 상태로 세상에 태어나,
부모가 만들어준 환경을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그런 아이들이
어떤 능력으로
어른을 의도적으로 힘들게 할 수 있을까.
양육이 유난히 버겁게 느껴질 때,
내가 아이를
정말 나와 다른 한 사람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답을 찾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