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소설)
김태우는 주검이 된 김태식의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어떻게든 사체를 사람들이 전혀 발견할 수 없는 곳으로 유기해야만 했다.
적지 않는 나이에 군에서부터 터득한 해부 기술과 휴가를 나와 이미 한 명을 죽여 사체를 토막 내본 경험이 있는 김태우는 또다시 사체를 잘게 토막 내어 토막시신을 어디엔가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김태우의 늦둥이 아들인 민식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김태우는 나지막하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민식이를 불렀다. ‘식아!’ 민식이는 창고 안에서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고는 뚜벅뚜벅 걸어 나오며, 창고 안으로 고개를 빼곡 내밀었다. ‘아버지, 거기서 뭐해요?’ 김태우 뒤로 불빛에 가려져 김태식의 사체를 보지 못한 민식이가 재차, ‘왜요?’ ‘저를 불렀잖아요?’ 김태우는 파르르 떠는 손으로 민식이에게 창고로 들어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온 민식이는 곧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 ‘땅바닥에 누워있는...?’ ‘...’ ‘아니! 아버지! 혹시, 김 씨 아저씨를 죽인 거예요? 그래요?’ 민식이의 당황스럽고 놀란 기색에 김태우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김태우는 한참을 허공만 바라보다 입을 떼었다. ‘맞아!’ ‘내가 죽였어!’ 김 씨를!’ ‘보증금 문제로 말다툼이 되어, 그만 내가 화를 못 참고 김 씨를 죽인 거야. 내가! 말이야….’ 김태우는 김 씨를 죽인 것도 죽인 것이지만, 아들 민식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책을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어이쿠! 이를 어쩐다.’ ‘아버지! 어떡하실 생각이세요?’ ‘사람을 죽였으니, 경찰에 신고하면 아버지는 이제 살아서는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은데요?’
‘신고를 하실 거예요?’ ‘자수?’ ‘아니면?’ 민식이는 사람을 죽인 아버지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말과 방안이 하나도 없었다. ‘….’ 긴 침묵이 이어지며 적막감이 일고 있었다. ‘민식아! 어차피 난 사람을 죽인 몸이다.’ ‘이렇듯 저렇듯 난 죗값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난, “학교(감옥의 은어)”에 진짜 가기 싫다. 죽기보다 싫다. 아마, 네 말 따나 거기 가면 살아서 나오지는 못할 거 아이가? 흑흑….’ 김태우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아버지! 그러니까요!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일단, 내는 거기 “빵’에 진짜 가기 싫다.’ ‘잠시,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시체를 토막 내어 어디다 갖다 버려야겠다. 네가 좀 도와주어야겠다.’ ‘할 수 있겠나?’ 김태우는 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도 혹여나, 사건이 발각되거나 들통나면 자신의 아들인 민식이도 공범으로 무사하지 않을 거란 생각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이 한없이 바보스럽고 가증스럽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 지금에 와서, 어떡하겠어요?’ ‘아버지가 자수하여 경찰에 잡혀가면, 어머니 하고 저는 어떡하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아무 염려하지 마시고….’ 민식이는 현 상황에서‘좌고우면(左顧右眄)’할 입장이 아니었다. 까라면 까야할 상황이었다. ‘일단, 민식이 너는 읍내 철물점 하고 구멍가게에서 망치, 톱, 마대자루 2개, 장갑, 수세미를 좀 사 가지고 와라.’ ‘예? 그것들은 뭐 하시게요?...’ ‘김 씨 시신을 조각조각 토막을 내려면 그것들이 필요해.’ ‘작업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니는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할 때까진 절대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민식이는 그제야 아버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검이 된 김 씨 아저씨의 처리문제를... ‘민식이는 문 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읍내 시장으로 달려갔다. 어딘가 추리소설에서 본 듯한 모자를 눌러쓰고, 눈 밑까지 완전히 마스크로 덮은 상태에서 철물점 및 구멍가게에 들러 아버지가 요구한 것 들을 모조리 구입했다.
다행히도 철물점 장 씨 아저씨와 구멍가게 이 씨 할머니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민식이는 구입한 것들을 자전거에 싣고 자전거를 끌면서 집안으로 조용히 들어오고 있었다. 후미진 집 맞은편 다세대주책 3층 옥상에서 7살짜리 민우가 우연히 민식이를 쳐다보았다. 짐칸에 있는 짐을 오른손으로 잡고, 천천히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민식이의 뒷모습이었다. 민식이는 뒷머리를 묶어서 말총머리를 한 상태였고, 옷은 후드티를 입고 있었다. 집으로 들어온 민식이는 아버지가 사 오라고 요구한 톱, 망치, 마대자루 등을 창고 안으로 넣어주고는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김태우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이제, 최단시간에 시신을 해부하고 절단하여 마대자루에 주워 담고, 현장을 완벽하게 정리한 후 적의 장소로 이동, 토막시신을 유기하는 것만 남았다는 자신만의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김태우는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사체의 목에 김태우의 엄지손가락과 피가 몰리며 생긴 ‘울혈’을 기점으로 사체를 배꼽과 대퇴부로 나누고, 머리와 팔꿈치, 아래의 양팔, 다리를 절단하고 흥건히 새어 나오는 검붉은 피를 물로 닦아내며 장기까지 완전히 적출하여 마대자루 2개에 담았다. 김태우는 이미, '발골(拔骨)'의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이제는 더 이상 거리낌도... 처참함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피해자인 김태식이 자신의 집에 세 들어와 사는 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는데, 자연스럽게 그와의 있었던 기억들이 ‘주마간산(走馬看山)’ 처럼 떠올랐다. 시신을 처리하고 정리하는 동안, 이미 해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토막시신을 담은 마데 자루 2개를 단단히 묽어서 창고 안 벽면에 세워두고, 김태우는 아들 민식이를 불렀다.
‘민식아!’ 민식이는 아버지가 부르는 소리에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민식이는 아버지 몰래 숨어서 담배를 피워왔지만, 이날은 방 안에서 담배를 얼마나 피워 댔는지 손끝과 몸에서 담배 찌든 냄새가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 일로 많이 고민이 되었던지, 애꿎은 담배만 잔뜩 피워대고 있었는가 보다.
‘내가 친구한테 봉고 화물차를 빌려올 테니, 니는 집에 좀 있어라.’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아버지 김태우의 의미심장한 말에 민식이는 귀를 쫑긋 세우고 전방을 주시하였다. ‘그 누가 오든, 그 누가 무엇을 물어보든, 니는 지금부터 아무것도 모르는 기다!’ ‘알겄나?’ ‘예. 알겠습니다.’ ‘나 역시도 똑같이 무엇을 물어보든,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고 할 거다.’ 김태우는 김 씨의 죽음을 모르는 가족, 지인들이 분명 어느 순간 김 씨에 대한 소재를 파악하거나, 급기야, 실종사건으로 경찰에 신고하게 되면, 그때부터 상황은 복잡하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실종사건으로 정식 접수되면, 마치, 고양이가 강을 그슬러 가는 연어 떼처럼 사방을 쑤시고 다닐 것이고, 그 고양이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생쥐는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김태우는 읍내에 있는 친구에게 봉고 화물차를 빌렸다. 평소에도 마늘농사로 간간이 자신한테 화물차를 빌려가곤 했던 터라 평소와 다름이 없이 화물차를 빌려 주었다. 화물차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 김태우는 조용히 토막 난 시신을 화물차 뒤 칸에 실었다. 마데 자루는 시신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피로 암적색으로 변해 있었다. 김태우는 친구가 일했던 공사현장 임하댐 부근으로 차를 몰았다.
당시 임하댐은 낙동강 유역의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하여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고, 수질을 개선하며, 농 공지에 공업용수, 관개용수를 공급하고자 다양한 댐 건설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친구가 공사현장에서 일을 했고, 자신도 간간이 일당 잡역으로 참여한 바 있어, 그 지역은 지리감이 있었다. 김태우는 의성 국도를 지나, 안동으로 가는 길에서 차량이 한 번씩 흔들릴 때 짐칸에 실어놓은 마대자루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심하게 흔들렸다. 지아 무리 강심장의 사내라 하더라도 죽은 시체를 싣고 간다 생각하니, 머릿속이 뜨거워지고, 몸 전체에 음산한 열기가 돌았다.
안동을 가는 길목 중, 일직 검문소에서 경찰이 검문을 할 것에 대비하여 차를 우회하여 샛길로 차를 몰아 임하댐 공사현장으로 향하였다. 현장 주변에 다다르자, 길가에 매운탕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보였다.
화물차를 임하댐 정화조를 쌓아놓은 길가에 주차시켰다.
김 영감이 물색했던 장소는 낮이든 밤이든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간간이 낚시꾼들이 모이긴 했지만, 사람을 구경하기는 쉽지 않은 곳이었다.
댐을 건설하기 전 안동호 상류지점 교각 주변에 정화조를 쌓아놓았는데, 김태우는 이곳을 시신을 유기하는데 최적의 장소로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화조는 3열로 줄을 맞추어 대략 200여 개가 쌓여 있었다. 김태우는 마대자루 1개는 왼손에 또 다른 한 개는 오른손에 쥐고, 질질 끌면서 교각의 중심으로 이동하였다. 특히, 원형 철근콘크리트 교각 중심으로 각종 물고기가 많이 모이는 특성이 있어, 시신을 버리면 물 고기떼들이 시신을 뜯어먹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준비해 간 목장갑을 겹겹이 끼고, 마대자루의 끈을 풀어 손에 잡히는 데로 교각 중심의 호수로 절단한 시신을 한 개씩 한 개씩 던져 버렸다.
무게가 있는 몸통과 머리는 교각 주변 미끄러져 내려가 있는 정화조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돌을 주워, 입구 쪽을 막아 버렸다. ‘무심(無心)’, ‘무념(無念)’으로 제법 담당하게 시신의 유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혹시나, 남아있을 혈흔에 대비해, 봉고 화물차 뒤 칸을 양동이로 호수에서 물을 퍼 담아 깨끗이 씻어냈다. 작업을 마친 김태우는 달빛이 반짝거리는 안동호 호수를 지켜보며 묘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죽인 자와 죽은 자의 마지막 연출 극은 ‘세드엔딩’으로 그렇게 끝났다.
- 9장 (계속 연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