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미옥이는 오늘만큼은 아빠가 차려준 음식은 가리지 않고 다 먹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주었다.‘정말 맛있었는지, 아니면 맛있는 척 한 건지….’ 그건 모르겠지만, 아빠가 만들어놓은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주는 기특한 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엄세호는 삼겹살 한 점을 상추에 싸서는 입에 넣었다. 그리고 소주 한잔을 들이켰다. 미옥이도 모처럼 만난 아빠와의 조촐한 저녁시간을 가지면서, 아버지가 따라주는 소주를 잔에 담아 홀짝홀짝 들이마셨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닭볶음탕 한 그릇을 홀딱 비웠다.
‘역시, 아빠가 만든 닭볶음탕은 별미 중의 별미예요.’‘제가 이 맛에 아빠를 보러 오는 거죠….’‘아빠표 닭볶음탕은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호호’‘그래? 우리 딸이 그렇게 멋지게 평가해주니 매우 고맙군. 거기다가 맛있게 먹어주니 더욱 감사하고….’
미옥이와 엄세호는 모처럼, 부녀지간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아빠! 기억해?’‘내가 중학교 들어가던 때?, 아빠가 나를 데리고 중학교 들어간 기념으로 경주여행을 갔을 때?’‘그때, 일행들은 모두 가족 아니면, 친구들이랑 왔는데, 우리는 부녀지간으로 와서, 여행들에게 관심의 대상이었잖아?’‘그랬지?….’‘심지어는 같이 함께한 여행객들이 아빠를 이혼남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나를 데리고 단둘이 여행 갈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 다들 그렇게 이야기했듯이 부자지간 또는 모녀지간끼리 여행은 많이들 가지만, 부녀지간끼리 오는 여행객들은 거의 드물다고 하셨잖아?’‘어떻게 보면, 아빠가 나를 위해 창피함을 무릅쓰고 여행을 가 준 것이잖아?’‘어른이 되어서 생각해봐도, 아빠는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미옥이는 소주를 곁들인 탓에 붉그스럼한 얼굴로 아빠를 바라보며 옛날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었다.
- 23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