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번호(囚人番號) 100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by 코끼리 작가

엄세호는 약간의 취기가 오른 미옥이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그래. 아빠는 재산이 많거나, 특별히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빠 나름대로의 개똥철학이 있어.’‘아빠는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은 재산이 아니라, 꿈이라고 생각해. 다시 말해,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아빠는 언젠가 죽겠지만, 사는 동안 자식들과 소중한 시간을 가지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려고 했었어!’‘미옥이와 같이 여행을 다닌 것도 그런 이유이기도 하고…. 나중, 아빠가 죽고 난 후에 미옥이가 다시 아들이나 딸과 여행을 다니게 되면, 아빠와 함께 했던 추억을 되살릴 것 아니가? 그게 바로 아빠가 미옥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소중한 재산 인기라.’ 엄세호는 어릴 적 미옥이와 같이 갔던 여행에 대하여 추억을 복기하며, 이야기를 하였다. ‘아빠!...’‘...’ 미옥이가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의미심장한 말을 할 것 같은 표정을 짓자, 잠시 숟가락을 놓고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오늘 아빠를 보러 온 이유가 있어요.’‘그게 뭔데?’‘아빠하고 엄마하고 성격차이로 이혼한 지 벌써 15년이 다되어 가잖아?’ ‘그런데?...’‘내가 어릴 적 아빠하고 엄마가 이혼을 한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아니면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어린 나이라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 수도 없었어요.’‘지금 생각해보면, 이유가 어쨌든, 이제는 재결합을 하시는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엄마도 이젠, 아빠에 대하여 호의적인 생각이고. 이제 느지막이 재결합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아.’‘아빠 생각은 어때?’ ‘미옥아. 그건 조금 더 고민해보자, 사실 이혼을 결심할 때도 그랬고, 이혼을 한 이후에도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까지 꽤나 긴 시간을 고민하며 보냈다.


- 24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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